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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 [서평] 김창수, `평화만들기, 통일이루


번호 : 4/10 입력일 : 97/01/08 12:16:28 자료량 :56줄

제 목 : 평화만들기, 통일이루기 - 김창수 지음

화제의 책
평화만들기, 통일이루기 ─김창수 지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교착은 최근 몇 년중 가장 추워 보이는 올 겨울에
북한주민들을 더 춥고 고달파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즘 정부나 언론은 갈수록 철저하게 이념의 차원에서 북한문제에
접근하는 것같다. 북한 정권담당자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에
가장 무게를 두고 그러한 정책이 북한의 조기붕괴를 앞당기리라는
불확실한 기대만을 앞세운 채 그 기약 없는 ‘북한체제의 죽음’의
과정에서 격렬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야 할지도 모를 수백만의 동포들에
대해서는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태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민족애적 접근과
그를 위한 사상적 저항을 한국 민주주의의 정착과 심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았다. 그러나 현재 북한문제에 대한 포용적 접근은 북한
정권에 대한 이적행위이거나 북한 동포들에 대한 공산당의 억압을
연장시키는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은 북한경비대의 눈을 피해 용케
탈북할 수 있는 제한된 동포들의 처리문제만은 아니다. 북한정권에 대한
미움을 북한동포에게 연장시켜, 결과적으로 북한동포들 전체의
경제적ㆍ정치적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게 될 ‘봉쇄’의 정책을 풀고
그들의 삶에 개방과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포용의 정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한국에는 탈북자정책도 있고 북한정권에 대한
배제와 증오의 정책은 있지만, 북한 동포들에 대한 포용과 지원의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얘기하기를 주저하며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한국정부의 통일정책을 비판하는 데에는 더욱 주저한다.
이런 시점에서 평화연구소 김창수 연구원이 최근 펴낸 평화만들기,
통일이루기 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그의 이야기들을 어쩌면 진부한 얘기라고 치부할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진
지금, 그의 작업은 더욱 뜻이 깊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우리의 기억에 낯설지 않으면서도 사라져만 가고 있는
평범한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군축의 문제에 대해
깊이있고 포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그의 글들은 우리가 쉽게
잊어버렸거나 또는 잊어버리고 싶어하는 것같은 이야기들의 타당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그는 ‘정치구호적 차원의 기계적 통일논의’를 넘어설 것을 촉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책은 한반도 평화운동계에 있어서 통일의 논리와
전략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못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우리가
또 하나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와 우리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는
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우리에게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민족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평범하지만 진실된 이야기들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대단하고 구체적인 방법론들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평화와 통일문제는 왜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비극적 현실에
머물러 있는가에 대한 반성적 성찰들이라고 생각된다. 김창수 연구원의
책은 바로 그러한, 우리 가슴에 뚫려있는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것 같은
깊은 공백을 메워나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