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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 [서평] 김민웅, `콜럼브스의 달걀에..

번호 : 3/10 입력일 : 97/02/01 20:44:40 자료량 :67줄

제 목 : 김민웅,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


차분함과 낙관이라는 미덕

유기홍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

안기부법과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인해 새해 벽두부터 경황이
없는 중에 펼쳐 든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 이라
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책에 대한 첫인상은 솔직히 약간 실망스
러운 것이었다. 20매 내외의 짤막한 글을 60편정도 모아 놓은 이
책의 외양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문집으로 보
였다. 더구나 주제들이 너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글들의 깊
이를 의심케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읽어 가면서 그런 선입관은 조금씩 수정되었다. 우선
재미가 있어 계속 읽게 되었고 각각의 글들이 독립되어 있으면서
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잘 엮여 있었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그것은 ‘차
분함’일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대였던 80년대를 떠나 보냈다고
는 하지만 90년대를 온몸으로 사는 사람들의 정서는 여전히 ‘분
노 섞인 열정’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지성사의 단면일 것이
다. 안기부법이 개악되어 다시금 80년대의 독재정권시절로 회귀
하는 마당에 도대체 차분하게 21세기를 구상한다는 것 자체가 어
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글은 대체로 차분하다. 이 차분함은 아마도 그가
80년대 초반 이후 미국땅에서 격동하는 조국을 지켜보면서 체득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의 차분함은 훌륭한 미덕이다.
80년대가 미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주먹을 불끈 쥐고 “양키
고 홈!”을 외쳤던 시대라면 이제는 미국의 본질과 ‘무지막지한
달걀 세우기’의 구체적인 실상에 대한 차분한 분석이 보다 필요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2부와 제5부는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미
국이라는 나라의 실상을 그려내고 있다.

통일문제를 대하는 그의 호흡도 매우 차분하다. 주장의 뉘앙스
하나에 따라 ‘친북’ 또는 ‘반통일적’이라고 재단되기 쉬운
통일문제에서 그는 차분함을 통해 객관성과 설득력을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책에서 또 하나 일관되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미래에 대한
낙관과 희망이다.

예수의 사후 운동을 포기한 제자들 앞에 부활한 예수가 나타나
“내 양을 먹이라”, 즉 서럽고 억울한 이들을 위한 희망의 나라
를 일굴 운동을 다시 시작하도록 격려하는 대목의 인용은 여러
가지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하는 희망은
단지 종교적 믿음에서만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좀 우스개를 섞어서 얘기하자면 그는 목사이되, 안토니오 그람
시를 연구한 목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들이 우리의 21세기
를 단지 회색빛 미래로서가 아니라 희망의 시대로 만들어 가기
위한 과학적 확신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제7부 ‘통일은 재앙이다’에 실린 글 중에는 몇
가지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밝혀 두고자 한다. 구
체적인 것은 이 짧은 글에서 다룰 수 없겠지만, 특히 현재 남쪽
의 통일운동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이후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쪽 통일운동세력의 대북인식문제와 통일운동의 대중성에 대
한 고민은 아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목이며 통일운동의
이후 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문제들이기 때문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