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8/20 입력일 : 97/01/15 15:16:16 자료량 :71줄
제목 : <서평>조동일의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결'
날짜 : 97년 01월 15일
조동일 교수의 저서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격’이 추구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첫째 한국 전통시가의 형식적 기원을
상정한 것이고, 둘째 한국시가 형식의 핵심인 한국시가 율격의 본질을 밝히
고자 한 것이고, 셋째 율격론을 예증으로한 한국 전통시가의 현대적 연속성
을 모색한 것이다.
한국 시가사 연구에서 꾸준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향가, 속악가사, 경
기체가, 시조, 가사 등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중국 한시
의 변형이거나 중국에서 유래하여 한국에서 정착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
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으로는 우리 문학의 독자성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다음으로는 진화론적으로 연속하는 일직선을 상상하는 것인데, 가령 홑 연
으로 되었던 향가가 여러 연으로 된 속악가사의 형태로, 그리고 다시 속악
가사의 어떤 요소가 시조 형식으로 발전하였다고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으로는 애초의 향가의 성립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곤란하다.
그런데 조동일 교수는 한국 전통시가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민요의 담화
방식에서 찾아 풀어나가고 있다. 민요는 부르는 사람들이 두 패로 나뉘어
사설을 주고받는 교한창으로 부르거나, 앞소리꾼이 사설을 부르고 뒷소리꾼
은 여음만 되풀이하는 선후창으로 부르거나, 혼자서 계속 사설을 잇는 독창
으로 부른다. 조동일 교수에 의하면 이 세 가지 방식에 따라서 형식이 일단
결정된다. 교한창은 ‘짧은 형식’으로서 향가나 시조 형태의 기본형, 선
후창은 ‘여음이 삽입되는 형식’으로서 속악가사나 경기체가 형태의 기본
형, 독창은 제한없이 이어지는 ‘긴 형식’으로서 가사형태의 기본형이 된
다.
이상 한국 시가 기원과 민요 형식과의 역동적 관계는 이 책의 글 ‘민요의
실상 파악을 위한 현지조사’에서 구체적으로 예시되고 있고, ‘민요의 형
식을 통해 본 시가사’에서 거시적으로 고찰되고 있다. ‘민요의 실상 파악
을 위한 현지조사’는 대부분의 현지조사 자료가 단지 민속적 자료로서 제
공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요의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시적 담화의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류 설명하고 있으니 대단히 놀라운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또 ‘민요의 형식을 통해서 본 시가사’는 그의 역저 ‘한국문화통사
’에서 시가사를 다루는 거시적 체계가 되고 있으니 대단히 중요한 글이다.
시가의 율문 형식은 그 형태가 행 구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한 행이 몇
마디를 이루어 반복하는가, 또 그 마디를 이루게 하는 기본적인 자질이 무
엇인가 하는 문제를 밝혀야 비로소 시가 형식론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가 형식론은 율격론에서 완성된다. 가령 속악가사는 한 행이 세 마디
로 이루어졌고, 시조나 가사는 한 행이 네 마디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행을 이루고 있는 마디를 조동일 교수는 ‘율격적 토막’이라고 하는데, 이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음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각
시행을 수적으로 동일하게 반복시키는 한국시가 공통의 변별적 자질은 무엇
인가.
우리는 한때 이 문제를 순수 음절률이나 음운의 장단, 고저, 강약 개념에
서 천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작금에는 통사적 구조를 중심으로 한 율격적
그룹 단위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는 중이다. 이른바 ‘음보율’의
개념이 그것이다. 그래서 조동일 교수도, “한국 시가의 율격은 모두 모음
의 강약, 고저, 장단 같은 것이 고려되지 않는 음보율로 존재하고, 한 음보
를 이루는 음절수는 변할 수 있다”고 단정한다. 이 책에 수록된 글 ‘시조
의 율격과 변형규칙’을 통해 조동일 교수는 한국 시가의 율격 체계를 구체
적으로 정립하고 있다. 그런데 율격 체계의 정립은 율격의 질서를 찾는 것
인데, 실제로는 율격적으로 질서정연한 것도 있고 질서정연한 것을 거부하
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조동일 교수는 이 글에서 기본형과 변형의 규칙을 따져서 율격론을
이해함으로써 한국시가 형식의 변화와 지속을 아울러 살필 수 있는 논리적
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변화는 고대에도 있었고, 지
속은 현대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글,
‘현대시에 나타난 전통적 율격의 계승’은 조동일 교수 율격론의 가능성
여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끝으로 말을 덧붙이기로 한다. 이 책은 저자도 밝혔듯이 그에 의해 이미
발표된 바 있는 논저 ‘경북민요’(1977)와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19
82)을 합쳐 그 편차를 다시 구성한 것이다. 발표 당시 그가 제시한 문제제
기와 방법론적 참신성과 논리적 타당성이 아직도 그대로 새로운 채로 남아
있는데,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된 것이 우리 국문학도들의 아쉬움이
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학계에 부활한 것이다. 이제 그의 거시적
이론 체계를 미시적 체계로까지 발전시킬 의무가 저자 자신에게도 있고 우
리들 일반 국문학도에게도 있다.
金炳國<서울대교수·국문학:고전문학, 시가연구를 전공했으며 저서로 ‘한
국고전문학 비평적 이해’(서울대출판부)>
제목 : <서평>조동일의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결'
날짜 : 97년 01월 15일
조동일 교수의 저서 ‘한국민요의 전통과 시가율격’이 추구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첫째 한국 전통시가의 형식적 기원을
상정한 것이고, 둘째 한국시가 형식의 핵심인 한국시가 율격의 본질을 밝히
고자 한 것이고, 셋째 율격론을 예증으로한 한국 전통시가의 현대적 연속성
을 모색한 것이다.
한국 시가사 연구에서 꾸준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향가, 속악가사, 경
기체가, 시조, 가사 등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중국 한시
의 변형이거나 중국에서 유래하여 한국에서 정착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
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으로는 우리 문학의 독자성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다음으로는 진화론적으로 연속하는 일직선을 상상하는 것인데, 가령 홑 연
으로 되었던 향가가 여러 연으로 된 속악가사의 형태로, 그리고 다시 속악
가사의 어떤 요소가 시조 형식으로 발전하였다고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으로는 애초의 향가의 성립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곤란하다.
그런데 조동일 교수는 한국 전통시가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민요의 담화
방식에서 찾아 풀어나가고 있다. 민요는 부르는 사람들이 두 패로 나뉘어
사설을 주고받는 교한창으로 부르거나, 앞소리꾼이 사설을 부르고 뒷소리꾼
은 여음만 되풀이하는 선후창으로 부르거나, 혼자서 계속 사설을 잇는 독창
으로 부른다. 조동일 교수에 의하면 이 세 가지 방식에 따라서 형식이 일단
결정된다. 교한창은 ‘짧은 형식’으로서 향가나 시조 형태의 기본형, 선
후창은 ‘여음이 삽입되는 형식’으로서 속악가사나 경기체가 형태의 기본
형, 독창은 제한없이 이어지는 ‘긴 형식’으로서 가사형태의 기본형이 된
다.
이상 한국 시가 기원과 민요 형식과의 역동적 관계는 이 책의 글 ‘민요의
실상 파악을 위한 현지조사’에서 구체적으로 예시되고 있고, ‘민요의 형
식을 통해 본 시가사’에서 거시적으로 고찰되고 있다. ‘민요의 실상 파악
을 위한 현지조사’는 대부분의 현지조사 자료가 단지 민속적 자료로서 제
공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요의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시적 담화의
방식을 체계적으로 분류 설명하고 있으니 대단히 놀라운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또 ‘민요의 형식을 통해서 본 시가사’는 그의 역저 ‘한국문화통사
’에서 시가사를 다루는 거시적 체계가 되고 있으니 대단히 중요한 글이다.
시가의 율문 형식은 그 형태가 행 구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한 행이 몇
마디를 이루어 반복하는가, 또 그 마디를 이루게 하는 기본적인 자질이 무
엇인가 하는 문제를 밝혀야 비로소 시가 형식론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가 형식론은 율격론에서 완성된다. 가령 속악가사는 한 행이 세 마디
로 이루어졌고, 시조나 가사는 한 행이 네 마디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행을 이루고 있는 마디를 조동일 교수는 ‘율격적 토막’이라고 하는데, 이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음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각
시행을 수적으로 동일하게 반복시키는 한국시가 공통의 변별적 자질은 무엇
인가.
우리는 한때 이 문제를 순수 음절률이나 음운의 장단, 고저, 강약 개념에
서 천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작금에는 통사적 구조를 중심으로 한 율격적
그룹 단위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있는 중이다. 이른바 ‘음보율’의
개념이 그것이다. 그래서 조동일 교수도, “한국 시가의 율격은 모두 모음
의 강약, 고저, 장단 같은 것이 고려되지 않는 음보율로 존재하고, 한 음보
를 이루는 음절수는 변할 수 있다”고 단정한다. 이 책에 수록된 글 ‘시조
의 율격과 변형규칙’을 통해 조동일 교수는 한국 시가의 율격 체계를 구체
적으로 정립하고 있다. 그런데 율격 체계의 정립은 율격의 질서를 찾는 것
인데, 실제로는 율격적으로 질서정연한 것도 있고 질서정연한 것을 거부하
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조동일 교수는 이 글에서 기본형과 변형의 규칙을 따져서 율격론을
이해함으로써 한국시가 형식의 변화와 지속을 아울러 살필 수 있는 논리적
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변화는 고대에도 있었고, 지
속은 현대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글,
‘현대시에 나타난 전통적 율격의 계승’은 조동일 교수 율격론의 가능성
여부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끝으로 말을 덧붙이기로 한다. 이 책은 저자도 밝혔듯이 그에 의해 이미
발표된 바 있는 논저 ‘경북민요’(1977)와 ‘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19
82)을 합쳐 그 편차를 다시 구성한 것이다. 발표 당시 그가 제시한 문제제
기와 방법론적 참신성과 논리적 타당성이 아직도 그대로 새로운 채로 남아
있는데,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 없게 된 것이 우리 국문학도들의 아쉬움이
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학계에 부활한 것이다. 이제 그의 거시적
이론 체계를 미시적 체계로까지 발전시킬 의무가 저자 자신에게도 있고 우
리들 일반 국문학도에게도 있다.
金炳國<서울대교수·국문학:고전문학, 시가연구를 전공했으며 저서로 ‘한
국고전문학 비평적 이해’(서울대출판부)>
'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북리뷰#9] 국역 완당전집 3권 (0) | 1997.01.24 |
|---|---|
| [북리뷰#8] 우연성,아이러니,연대성 (0) | 1997.01.24 |
| [북리뷰#6]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0) | 1997.01.24 |
| [북리뷰#5/해외] 크렘린의 수령들 (0) | 1997.01.24 |
| [북리뷰#4/해외] `크리스찬 디르`... 전기 (0) | 1997.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