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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 한국의 도서관문제에 대하여 - 7


5. 도서관 문제의 핵심이자 근원인 사서

5.1. 드디어 도서관활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서의
문제로 넘어왔다. 이 문제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
대상이 바로 도서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인 동시에 문제
해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현 한국도서관협회 조원호 사무
총장은 이미 1978년부터 도서관의 사람문제를 제기했다 (도서
관의 사람문제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하고자 한다면, 여러
사람의 글에서 지적한 바대로, 『서울특별시립종로도서관보』
제7호(1978-79)에 실린 조원호 사무총장의 글 '도서관과 도서관
인의 윤리'라는 글은 꼭 찾아보아야 한다. 또한 김정근 부산대
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대학도서관운동에 있어서 주체의 문
제 - 부산대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헌정보학보』(전남대학
교문헌정보학과) 제4집(1990)도 뻬어놓아서는 안되는 글이다)
도서관이 좀 구석진 곳에 있다고 해도, 예산부족으로 제때 새로
운 자료를 구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선 도서관 사서가 사명
감을 가지고 이용자들을 만나고 도서관을 꾸려 나간다면 도서
관의 기본적인 활동에 있어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단순한 건물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 속의
비품들이나 자료들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시설과 자료
를 이용자들과 연결시켜주는 그 고리, 그 역할을 맡은 사서의
능력여하에 따라 도서관활동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다. 그동안
숱한 도서관문제의 근저에는 사서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
했다는 사실이 깔려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수많은 선배사서의
노력에 덧붙여 한층 더 철저한 프로의식과 사명감으로 도서관
이 진정으로 이용자들에게 봉사하는 기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책무가 사서들에게 부여되어 있다. 이러한 책무를 흔쾌히 받
아들일 각오와 자신감이 있다면 도서관 문제는 이미 해결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사서의 문제와 관련한 몇가지
주요한 점을 짚고 넘어간다.

5.2. 역시 우선적으로 언급해야 할 것이 사서교육과정이다. 소위
대학과정과 계속교육과정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대학
과정에서의 사서교육에 대해 생각할 것은 교과과정 편성에 입
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 들어가면 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학교 때 배운 것들을 곧바로 응용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이유는 도서관현장은 이론적 현장과
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과정이 현장성을 반영하
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학동안의 과정이 큰 도움이 된다는 생
각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만 졸업하면
그냥 주어지는 <사서자격증>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대학과정에서 좀더 현장성을 강
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는 대학에서는 선진이론
을 주로 배우지만 현장은 아직도 그러한 것들이 먼 이야기일
뿐이 그 시간적 공간적 간격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런 현실이 사서들에게 혼란만을 더할 뿐이다. 이러한 갭이 생기
지 않도록 심사숙고하고 보다 현장에 밀착된 공부가 되도록 해
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법대에서는 판사 중에서 바로 교수로
채용하여 임용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도서관학계에서도
현장의 사서를 학위에 상관없이 바로 교수직으로 받아들일 수
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어려우면 학기 중 강의 중간에 자주
현장 사서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다면 보다 현실적인
배움이 가능할 것이다. 사서실습을 나온 학생들이 다 마치고 나
서 하는 말 중 많은 부분은 미리 도서관이란 곳을 깊이있게 접
해 보았더라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다.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 사서실습이 있다면 아예 2학년 쯤에
하도록 하면 어떨까. 먼저 도서관을 이해하고 공부를 한다면 보
다 충실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현장의 감각이 그대
로 강단에 전해지도록 학교 측에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현장에서 적용될 수 없는 이론은 별 의미가 없다. 많은 연구논
문이 생산되고 그 논문들의 대다수가 현장에서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것들을 적용
하는 현장은 드물다. 그래서 애써 연구한 것들이 별 효용이 없
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은 이론부족을, 학계에서는 현장성 부
재를 호소하지만 둘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이 접점을 확대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3. 자격증 문제인데, 사서자격을 그냥주지 말자는 의견도 상당
히 많다. 국가고시를 보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현재와는 다른
방법이 절대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사서자격을 부여하
는 문제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중대한 문제이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사서자격이 도서관과 정보, 독서 등에 있어 전문
가임을 증명하는 공인자격이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고시가 좋은 것
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당장 그에 상응하는 사회
적,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아직은 우리 도서관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
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공인된 전문
가단체에서 자격심사와 부여, 보수교육과 갱신을 맡는 것이다.
의사자격의 경우 이미 자격시험을 관련 전문단체가 관장하고
있다. 근대 도서관 50년 역사를 맞는 도서관계에서도 전문자격
은 도서관전문단체에서 맡아 관장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후에 시험이든 전문연수든 아니면 자격연수든 자율적이
고 전문적인 자격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점은
사서직 문제의 핵심이며 근시안적인 입장을 벗어나 거시적인
견지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사서자격과 결부하여 또한가지
제기되는 문제은 준사서에서 2급정사서로, 2급정사서에서 1급정
사서로 승급하게 되는 경우 그 길(과정)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급사서에서 1급사서로 승급하려고 하면, 현
재로서는 대학원에서 학위를 하던지 아니면 사서교육원에서 1
년간 1급정사서반을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 두가지 방법으로는
너무 제한적이다. 또한 2급정사서에서 9년간 있었으면 1급정사
서가 될 수 있는데 현재와 같은 방식은 9년이란 기간에 대해
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항
상 최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일반론에도 들어
맞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하고 도
서관 전문직으로서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가를 계속적
으로 추적, 관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결국
전문직단체가 맡아서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한다. 이러한 사
서자격부여와 계속적인 자격유지와 전문성 강화, 자격의 승급
등에 관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도서관
활동의 중심요인인 사서직들의 자발적이고 전문적인 참여와 활
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