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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 한국의 도서관문제에 대하여 - 6


4. 도서관의 시설

4.1. 도서관시설에서 우선적으로 제기할 문제는 도서관이 있는
장소의 문제이다. 왜 우리 국립중앙도서관은 서초동 언덕에 자
리잡고 있는가. 그곳에 한번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자주
오지도 않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느니 걸어가는 것이 더 합리적
이다). 한여름이나 겨울에는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완공된 검찰청이나 대법원에 비하면 정말 한심할 정도로 멀다.
배우기로는 도서관의 위치는 이용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말은 적어도 우리 현실에서는 공염불
이다. 국회도서관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 내려서 국회정문에서
주민등록증을 내고 나서 다시 조금 걸어들어가야 한다. 여의도
가기가 어려운 것은 그냥 지나쳐도 그런 수준이다. 유명한 사설
도서관인 한국사회과학도서관도 사직터널 위에 있어 찾아가기
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들어서는 다행스럽게도 거리 곳곳에
도서관 안내간판이 서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 생기는
도서관들은 좋은 위치에 자리잡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다행
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도서관의 대표격인 국립
중앙도서관은 서초동 언덕 위에 있다. 가능하다면 당장 자리를
옮기면 좋겠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역사적인 건물인 조
선총독부도 허물기로 하지 않았는가. 왜 국민들은 법 보다도 정
보가 더 가까이 있으면 안되는 것인가. 외국의 좋은 예를 많이
받아들이면서도, 왜 도서관에 있어서만은 받아들일 생각을 안하
는지 궁금하다. 정말 쉽게 지하철 한번만 타고도 갈 수 있는 국
립중앙도서관은 꿈에나 가능한 것일까? 오늘도 지하철 안내방
송을 들으면서 화가 나는 것을 참는다. "대법원이나 검찰청을
이용하실 분은 이곳 서초역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 아니 서초
역에 내려서 갈 수 있는 곳은 그곳만이 아니지 않는가. 왜 국립
중앙도서관 가실분은 서초역에서 내리라는 방송은 하지 않는가.
답답하다.

4.2. 최근 도서관계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사건 중 하나는 <도
서관 및 독서진흥법> 제정이었을 것이다. 그 문제로 한동안 힘
들었다. 오랫동안 도서관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출판계가 들고
나온 독서진흥법은 도서관계에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밀
고 당기고 한 결과 좀 이상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 법률에 의
하면 꽤 많은 문고가 생겨야 한다. 이제 몇 군데에서 공사립문
고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은 결국 도서관이 가장 가까운 출판계를 비롯해서 수많은 국민
들에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에서 빚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제 도서관계는 새로운 각오로 도서관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도서관이 국민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항
상 만날 수 있고 도서관을 통해 독서와 정보활용을 할 수 있어
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만남의 장소가 필요하다.
필자는 법에 의한 문고를 절대적으로 도서관에서 수용해서 문
고라고 하지말고 OO도서관 분관, 대출창구 등으로 이름붙이고
도서관활동 영역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문고를 도서관활동의
전도사로 삼자. 그러기 위해 도서관에서 먼저 발벗고 나서서 문
고를 지원하고 문고활동이 단순한 대본소의 역할에 머물지 않
도록 내용성을 채워주고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현재
종로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도서관운동은 그
런 점에서 아주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러한 운동
이 외형적인 면에 치우치지 말고 구조적으로나 내용면에서 내
실있는 운동이 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운동의 성과에 너무 연
연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성급한 결실을 바라다가는 열매를 맺
을 시간조차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긴 호흡으로 차분히 도
서관과 문고를 하나로 묶어 지역도서관망을 구축할 수 있다면
기존 도서관의 수적 부족과 문고들의 내용성 부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3. 아울러 기왕에 활동하고 있는 지역주민도서실들을 도서관
영역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80년대 말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여러 운동체에서 올바른 민중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주
민도서실들은 9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각 도서관들은 기왕의 주민도서실들의 역사적 중
요성과 성과를 인정하고 그들의 현재적 입장과 활동원칙에 대
해서는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자료와 인력을 지원하여 시민들의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구축해온 도서관활동의 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하다.

4.4. 시설문제에서 도서관의 위치문제만 해결된다면 그외의 문
제는 개별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한가지만 지적하고
자 한다. 도서관 비품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그동안
우리는 아름다운 도서관비품을 사용해 보지 못했다. 워낙 도서
관 시장이 적어서 도서관용품회사들도 도서관만을 상대로 사업
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대한
미적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서관과 디자인을 결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도서관, 그것만으로도 도서관에 이
용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다. 참, 한가지 더. 조명문제.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보면 조명이 부족하다. 외국의 도서관을
보면 도서관 열람책상마다 작은 스탠드등을 하나씩 놓아둔다.
우리도 그러면 안될까? 에너지를 절약하고 전기를 아껴써야 하
기 때문인가는 몰라도 도서관에서 자료보기에 너무 어둡다면
그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스탠드를 사서 설치할 돈이 없다면
혹시 이용자가 가져와 쓸 수는 있도록 電源이라도 구석구석 만
들어주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