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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보들레르 `악의 꽃` (20세기를 만든 책)

요즘 조선일보에서는 매주 화요일 문화기획면에
<20세기를 만든 책>이라는 연재기사를 싣고 있다.
과연 한 시대를 드러내는 책들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이 시리즈를 읽어본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내가 읽었던 기억과 대조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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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CS)

날 짜 : 97/5/13
제목: [20세기를 만든 책] 보들레르의 `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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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보들레르는 영원한 세기말 시인이다. 시집 [악의 꽃]이 세
상에 나온 것은 1857년. 이성의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선의 꽃]이 넘
치리라는 희망이 인류를 사로잡을 때였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악의꽃]
을 통해 세기말의 불안을 읊었다.

그는 이 시집을 내면서 {이 끔찍한 책에다 나는 내 생각 모두를,
내 마음 모두를, 내 종교 모두를, 내 증오 모두를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시집의 첫장을 펼치면 [독자에게]라는 시가 나온다.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혐
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구나].

이 시집의 도처에서 독자들은 권태, 우울, 악마, 탕아, 갈보, 악몽,
미궁, 저주, 살육, 죽음 등의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시인은 이
렇게 속삭인다.

[술이 인간에게 말한다. 우리 둘이서 하나의 신을 만들자]고.

[저주받은 시인의 운명]이란 말은 바로 보들레르의 삶을 두고 내려
진 것이었다. 그의 대표작 [알바트로스]에 등장하는 해조 알바트로스에
시인의 초상이 투사되어 있다.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바다 위
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항행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해조를].

영웅서사사를 읊던 옛 시인들은 존경을 받았으나, 현대 시인은 세
속의 가치를 조롱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조롱받는다.

보들레르는 그런 의미에서 현대적 시인의 원형이다.

그는 도시문명을 [인공 낙원]이라고 부르면서 현대인의 불안과 부
조리를 일찌감치 내다봤다.

[노래하며 수다떠는 공장들] [도깨비가 대낮에도 행인을 잡아끄는
북적거리는 도시, 꿈들로 가득찬 도시] [마네킹들과 비슷하고 어딘지 모
르게 우스꽝스럽고 몽유병자들처럼 섬뜩하고 이상야릇한 그들].

[악의 꽃]은 발매되자 마자 경범죄로 기소됐다. 그러나 그 시집
은 한세기가 지나도록 세상의 모든 시인 지망생을 사로잡아 또다시 다가
온 세기말에 그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는 말년에 실어증에 걸린 폐인으로 살다가 1867년에 그가 그토록
비웃던 속세를 떠났다. <박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