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97/2/21
제목: <문화일보 年中독서캠페인(5)>일본의 독서실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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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중심가 서점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입석도서실로 변한다. 주변의
직장인들이 쉬는 틈을 이용하여 서점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빨리
점심을 먹고난 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순식간에 독파(?)하고는 시간에
맞춰 다시 사무실로 되돌아간다.
유흥가와 사무실빌딩이 공존하고 있는 도심 한복판 아카사카(赤坂)의
직경 5백m거리 안에는 서점이 다섯 군데나 있다. 그 다섯 군데가 모두 점심
때만 되면 젊은 직장인들로 북적댄다. 서서 읽는 책은 주로 잡지류지만 더
러는 문고본이나 신간을 들고 속독하는 모습도 보인다. 길가에 있는 가게는
아예 주간지 판매대를 문밖에 내놓은 곳도 있다. 사람들이 불편없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다섯 군데 중 한 곳은 개업한지 20여년 되었고
다른 한 곳은 18년 되었다고 한다. 책을파는 영업이 괜찮다는 뜻일 수 있다
.
기자의 경우 서점은 참고도서실이 되는 일이 흔하다. 기사를 정리하다 확
인할 사항이 있으면 얼른 서점으로 달려가 미처 사지 못한 참고서적을 뒤적
이곤 한다. 그렇게 해도 서점주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 서서읽기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권을 뒤적이다보면 한
권 정도는 사게 마련이다. 그걸 아는지 직원들도 서서읽기를 그냥 놔둔다.
책을 읽는 사람이 있으면 책은 팔릴 터이므로 크게 신경쓸일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도쿄역 앞의 야에스(八重洲)북센터나 신주쿠(新宿)의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같은 대형서점엘 가봐도 거의 종일 붐빈다. 특히 기노쿠니야서점에서
는 서가 사이를 지나다 다른 사람과 팔이 부딪칠 정도다. 몇 차례나 “스미
마셍(미안합니다)”을 해야 할 판이다. 1천2백여평 넓이인 야에스북센터의
하루 평균 손님은 2만∼3만명. 기노쿠니야서점은 그보다 약간 적은 1천평에
무려 8만여명이 매일 찾아온다는 것이 서점측의 설명이다.
서점이 위치한 신주쿠 산초메의 그 번잡한 길거리를 직접 확인하게 되면 엉
뚱하게 부풀린 숫자는 아닐 듯싶기도 하다. 두 서점 직원들은 영업상의 비
밀인지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를 밝히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방객의 규모
를 보면 하루 매상은 미뤄 짐작할만하다.
책읽기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서점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다. 지하철과 전철
, 버스안에서도 만난다. 공원 벤치위에서, 심지어는 차를 기다리며 정류장
앞에 서서 문고본을 읽는 모습도 종종 목격한다. 한국대사관 부근의 한 버
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서서 독서하는 노인의 모습을 본 순
간, 어디서나 독서삼매에 들 수 있는 그 노인의 경지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 그 노인뿐 아니라 책읽기는 일본인에게 일상생활의 자연스런 일부로 정착
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들고 앉아 눈길을 지면
위로 집중시키는 진지한 표정의 전철통근자, 그들은 단 몇 십분의 통근시간
마저도 귀중한 탐구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의 3대 權威(권위)’가운데 하나인 출판계의 이와나미(岩波)
서점(다른 두 권위는 도쿄대학과 아사히신문)이 유명한 양서시리즈 ‘이와
나미문고’를 창간한지 70년 되는 해. 그 이와나미문고를 본뜬 문고본이 여
럿 나왔음에도 모두 잘 팔리는 이유를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보면 알게 된다
. 문고본은 바로 그런 데서 읽기에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즐겨 들고다니는 손가방이 문고본을 넣
기에 안성맞춤이란 것도 도쿄에서 실감하게 된다.
그들의 손가방은 서류가방, 화장품가방인 동시에 문고본 한권을 챙겨넣는
일상의 필수소지품이다. 아침 저녁 혼잡한 러시아워때는 그럴 여유도 없지
만 한산한 낮시간에는 반듯하게 앉아 책을 열심히 읽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이 나라의 출판계가 발전한 까닭과 이 나라의 저술가들이 대중적 인기를 누
리는 까닭을 읽을 수 있다.
전차 안에 앉은 모든 사람이 책을 보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극히 일부에 지
나지 않는 소수이다. 그러나 서울의 지하철에서 목격하는 독서파보다는 훨
씬 많다. 졸고 있는 도시인의 무기력함을 드러내기보다는, 또 멀뚱히 앉아
있기보다는 손가방 안에서 얼른 책한권을 꺼내 단 몇줄이라도 읽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간사이(關西)지방의 어느 대학교수는 1시간의 통근전차 안에서 오사카대학
을 오가며 많은 일본인이 좋아하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역사장편소
설을 여러권 독파했다고 한다. 일본의 통근자들 가운데는 그런 식으로 독서
량을 늘린 사람이 상당히 많다. 출판연감을 만들어내면서 도서관계의 온갖
통계를 집계, 정리하고 있는 도쿄의 출판과학연구소는 지난해 한해 동안 일
본에서 발행된 신간서적이 총4억3천2백4만부라고 최근 밝혔다. 95년에 비해
1천2백만부가량이 늘어났다. 책의 종류로는 6만3천54종, 전년보다 약2천종
이 증가했다.
지난해에 팔린 책은 무려 9억1천5백31만부로 95년보다 2천1백60만부가 더
팔렸다. 한해에 쏟아져 나오는 신간서적의 수도 엄청날 뿐더러 구간과 신간
을 합쳐 팔린 수량도 실로 대단하다. 일본 인구를 1억2천만명으로 잡아 나
눠보면 한사람이 7.6권을 산 셈이다. 이 판매량은 잡지와 만화 등을 제외한
순수한 단행본만을 계산한 것. 게다가 단행본을 읽을수 없는 연령층을 빼
고서 따져본다면 일본인 한사람이 1년 동안 사보는 책의 수는 더 많아진다.
독서량의 증대와 출판문화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일간신문이 아닐까 한다. 매일 아침 받아보는 신문의 가장 유별난 특징은
1면에 항상 책광고만 실린다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무려 5면에 걸쳐 잇달
아 책광고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광고들만 보아도 요즈음 일본의 주요
관심사, 학계의 연구동향, 정계와 사회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대충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점에서 책광고는 일본문화의 정보원천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마이니치(每日), 니혼게
이자이(日本經濟)등 도쿄에서 발간되는 6대 주요 전국지들은 약속이나 한듯
한 週(주)에 한번(대개 일요판)은 대대적인 서평 페이지를 만든다. 그것도
출판사에서 제공한 몇줄 짜리 간략한 책소개 글을 한 면 귀퉁이에 싣는 게
아니고 2∼3면에 걸쳐 해당분야 전문가의 상세한 서평을 내보낸다.
평일의 문화면에 간간이 서평이나 책이야기가 실리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
다. 미국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서평만큼 상세하고 깊이 있지는 않지만 일본
신문의 서평도 일반독자를 위해 책임있게 책내용을 평가하고 있다. 그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떤 내용을 어느 각도에서 다루고 있는가를 서평만 보
고도 알수 있다. 눈치빠른 사람이면 서평만을 읽고도 그 책을 읽었다는 시
늉정도는 충분히 할수 있다.
<도쿄=金龍範특파원>
제목: <문화일보 年中독서캠페인(5)>일본의 독서실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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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중심가 서점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입석도서실로 변한다. 주변의
직장인들이 쉬는 틈을 이용하여 서점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빨리
점심을 먹고난 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순식간에 독파(?)하고는 시간에
맞춰 다시 사무실로 되돌아간다.
유흥가와 사무실빌딩이 공존하고 있는 도심 한복판 아카사카(赤坂)의
직경 5백m거리 안에는 서점이 다섯 군데나 있다. 그 다섯 군데가 모두 점심
때만 되면 젊은 직장인들로 북적댄다. 서서 읽는 책은 주로 잡지류지만 더
러는 문고본이나 신간을 들고 속독하는 모습도 보인다. 길가에 있는 가게는
아예 주간지 판매대를 문밖에 내놓은 곳도 있다. 사람들이 불편없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다섯 군데 중 한 곳은 개업한지 20여년 되었고
다른 한 곳은 18년 되었다고 한다. 책을파는 영업이 괜찮다는 뜻일 수 있다
.
기자의 경우 서점은 참고도서실이 되는 일이 흔하다. 기사를 정리하다 확
인할 사항이 있으면 얼른 서점으로 달려가 미처 사지 못한 참고서적을 뒤적
이곤 한다. 그렇게 해도 서점주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 서서읽기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권을 뒤적이다보면 한
권 정도는 사게 마련이다. 그걸 아는지 직원들도 서서읽기를 그냥 놔둔다.
책을 읽는 사람이 있으면 책은 팔릴 터이므로 크게 신경쓸일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도쿄역 앞의 야에스(八重洲)북센터나 신주쿠(新宿)의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같은 대형서점엘 가봐도 거의 종일 붐빈다. 특히 기노쿠니야서점에서
는 서가 사이를 지나다 다른 사람과 팔이 부딪칠 정도다. 몇 차례나 “스미
마셍(미안합니다)”을 해야 할 판이다. 1천2백여평 넓이인 야에스북센터의
하루 평균 손님은 2만∼3만명. 기노쿠니야서점은 그보다 약간 적은 1천평에
무려 8만여명이 매일 찾아온다는 것이 서점측의 설명이다.
서점이 위치한 신주쿠 산초메의 그 번잡한 길거리를 직접 확인하게 되면 엉
뚱하게 부풀린 숫자는 아닐 듯싶기도 하다. 두 서점 직원들은 영업상의 비
밀인지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를 밝히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방객의 규모
를 보면 하루 매상은 미뤄 짐작할만하다.
책읽기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서점에서만 만나는 게 아니다. 지하철과 전철
, 버스안에서도 만난다. 공원 벤치위에서, 심지어는 차를 기다리며 정류장
앞에 서서 문고본을 읽는 모습도 종종 목격한다. 한국대사관 부근의 한 버
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서서 독서하는 노인의 모습을 본 순
간, 어디서나 독서삼매에 들 수 있는 그 노인의 경지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 그 노인뿐 아니라 책읽기는 일본인에게 일상생활의 자연스런 일부로 정착
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들고 앉아 눈길을 지면
위로 집중시키는 진지한 표정의 전철통근자, 그들은 단 몇 십분의 통근시간
마저도 귀중한 탐구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의 3대 權威(권위)’가운데 하나인 출판계의 이와나미(岩波)
서점(다른 두 권위는 도쿄대학과 아사히신문)이 유명한 양서시리즈 ‘이와
나미문고’를 창간한지 70년 되는 해. 그 이와나미문고를 본뜬 문고본이 여
럿 나왔음에도 모두 잘 팔리는 이유를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보면 알게 된다
. 문고본은 바로 그런 데서 읽기에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즐겨 들고다니는 손가방이 문고본을 넣
기에 안성맞춤이란 것도 도쿄에서 실감하게 된다.
그들의 손가방은 서류가방, 화장품가방인 동시에 문고본 한권을 챙겨넣는
일상의 필수소지품이다. 아침 저녁 혼잡한 러시아워때는 그럴 여유도 없지
만 한산한 낮시간에는 반듯하게 앉아 책을 열심히 읽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이 나라의 출판계가 발전한 까닭과 이 나라의 저술가들이 대중적 인기를 누
리는 까닭을 읽을 수 있다.
전차 안에 앉은 모든 사람이 책을 보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극히 일부에 지
나지 않는 소수이다. 그러나 서울의 지하철에서 목격하는 독서파보다는 훨
씬 많다. 졸고 있는 도시인의 무기력함을 드러내기보다는, 또 멀뚱히 앉아
있기보다는 손가방 안에서 얼른 책한권을 꺼내 단 몇줄이라도 읽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간사이(關西)지방의 어느 대학교수는 1시간의 통근전차 안에서 오사카대학
을 오가며 많은 일본인이 좋아하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역사장편소
설을 여러권 독파했다고 한다. 일본의 통근자들 가운데는 그런 식으로 독서
량을 늘린 사람이 상당히 많다. 출판연감을 만들어내면서 도서관계의 온갖
통계를 집계, 정리하고 있는 도쿄의 출판과학연구소는 지난해 한해 동안 일
본에서 발행된 신간서적이 총4억3천2백4만부라고 최근 밝혔다. 95년에 비해
1천2백만부가량이 늘어났다. 책의 종류로는 6만3천54종, 전년보다 약2천종
이 증가했다.
지난해에 팔린 책은 무려 9억1천5백31만부로 95년보다 2천1백60만부가 더
팔렸다. 한해에 쏟아져 나오는 신간서적의 수도 엄청날 뿐더러 구간과 신간
을 합쳐 팔린 수량도 실로 대단하다. 일본 인구를 1억2천만명으로 잡아 나
눠보면 한사람이 7.6권을 산 셈이다. 이 판매량은 잡지와 만화 등을 제외한
순수한 단행본만을 계산한 것. 게다가 단행본을 읽을수 없는 연령층을 빼
고서 따져본다면 일본인 한사람이 1년 동안 사보는 책의 수는 더 많아진다.
독서량의 증대와 출판문화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일간신문이 아닐까 한다. 매일 아침 받아보는 신문의 가장 유별난 특징은
1면에 항상 책광고만 실린다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무려 5면에 걸쳐 잇달
아 책광고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광고들만 보아도 요즈음 일본의 주요
관심사, 학계의 연구동향, 정계와 사회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대충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점에서 책광고는 일본문화의 정보원천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마이니치(每日), 니혼게
이자이(日本經濟)등 도쿄에서 발간되는 6대 주요 전국지들은 약속이나 한듯
한 週(주)에 한번(대개 일요판)은 대대적인 서평 페이지를 만든다. 그것도
출판사에서 제공한 몇줄 짜리 간략한 책소개 글을 한 면 귀퉁이에 싣는 게
아니고 2∼3면에 걸쳐 해당분야 전문가의 상세한 서평을 내보낸다.
평일의 문화면에 간간이 서평이나 책이야기가 실리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
다. 미국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서평만큼 상세하고 깊이 있지는 않지만 일본
신문의 서평도 일반독자를 위해 책임있게 책내용을 평가하고 있다. 그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어떤 내용을 어느 각도에서 다루고 있는가를 서평만 보
고도 알수 있다. 눈치빠른 사람이면 서평만을 읽고도 그 책을 읽었다는 시
늉정도는 충분히 할수 있다.
<도쿄=金龍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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