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연세춘추에 실린 기사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도 생활도서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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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Academic)
[97/03/03]학술특집-생활도서관 건립가능성 03/03 07:30 216 line
기획특집
우리대학교 내 생활도서관의 건립 가능성을 타진한다
생활도서관 건립을 위한 지형 읽기
우리대학교에 정보 교통의 요지가 될 생활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한 공간과 자금 마련 및 도서수집의 모든 가능한 루트를 찾아
본다
황수희 기자
들어가며
‘저항·자치·일탈’이라는 구호가 난무하는 시대다. 기존의
제도와 질서는 이제 그 관성적인 권위만으로 더이상 자유와 자치
를 향해 몸부림치는 자생적인 움직임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
관’과 ‘민’을 구분하던 예전의 기류는 다시 ‘민’은 ‘관’
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해 갔으며, 이러한 비
제도권이 주류를 이루는 자치의 질서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의 기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정보의 축적, 즉 과거의 흔적을 읽어
내고 지금의 시대, 나아가 앞으로의 변화를 조망하는 모든 자료
의 장기적인 보호, 또 그것을 토대로 한 정보의 재생산. 이 두
가지의 기능만으로도 도서관은 그 유의미성을 획득한다. 엄연히
우리에게 ‘주 생활공간’이라는 위상을 갖는 도서관은 그동안
주민 문화생활의 성숙을 도모하는 지방기관의 지원에 힘입어 내
·외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 운영과 관리에서도 온라인을 사용
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우리의 생활에 편리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풍요롭게만 보이는 도서관에는 우리가 그동안
잊어 온 맹점이 있다. 바로 ‘제도권’이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
발전을 꾀했다는 점이다. 생활도서관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학문사상의 자유쟁취, 진보적 사상의 대중화’라는 이름을 내
걸고 태어났다. 정보의 백화점식 진열에만 그치지 않고 나름의
시각을 갖는 도서관, 마치 상품을 판매하듯 이용자를 대출과 열
람에만 치우치도록 방치하는 수동성에서 자유로워진 도서관, 그
럼으로써 주체적으로 자료를 재생산하는, 학술과 문화의 모든 움
직임을 연계하는 정보 교통의 요지가 되는 도서관. 이것이 바로
여러 대학에서 운영되고 건립 추진중에 있는 생활도서관의 지향
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대학교는 단말기의 수나 자료의 양, 열람실의
좌석 수 늘리기 정도의 수준에 그치는 도서관 관리로 도서관이
도서대여점 혹은 독서실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들이 주축이 되고 자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도서관 건립을 위
한 움직임은 여러 곳에 산재된 채 그 중심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 우리 학교만의 특색있는, 연세인의 생활도서관은 어떻
게 건립할 수 있을까.
이제 가장 기초적이고 하드웨어적인 자금과 공간 상황에서부터
가장 중요하고 소프트웨어적 요건인 생활도서관 건립에 대한 대
중적 정서 획득, 주체적 인력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교의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생활도서관이 건립된 후 그것이 어떠한 활동을
벌일 수 있으며,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생활의 변화가 있
는지에 관하여 전망해 보고자 한다.
공간의 해결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공간문제는 우리대학교의 경우
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한총련 사건으로 인해 종합관이 사
용 불가능하게 되어 경영관 건물이 종합관 건물로 임시적으로 쓰
이면서, 그나마 상대 신관 신축으로 좀 숨을 트일까 하던 공간문
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종합관 건물 1층
엔 뜻하지 않은 이념교육관이 들어선다는 설이 나돌고, 내부적으
로는 저항의 기운이 거센 가운데 한 평의 자치공간을 따내기 위
해 밤낮으로 쇠파이프를 들고 지켜 내야 하는 현실은 우리의 공
간문제가 단순히 숫자적인 연평수의 부족에 원인을 두고 있지 않
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눈을 돌릴 곳은 학생자치공간,
즉 현재 각 단과대 내의 동아리방이나 휴게실로 쓰이는 자리, 그
리고 학생 복지시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학생회관이다. 생활
도서관은 그 건립과 운영, 기타 행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모두
학생이 주체의 자리에 선다는 점에서 학생자치공간을 필요로 하
는데, 생활도서관은 그 혜택이 전교생에게 균등하게 돌아간다는
점과 학생상호간에 교류의 장소로서 연세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터전이 된다는 점에서 「학생회관 복지시설의 운영에 관한 내규
」에서 정한 대로 학생회관 복지시설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이 내규가 적용되는 학생자치공간으로는 합창
연습실, 오락실, 회의실, 푸른샘, 무악극장, 음악감상실, 그리고
또 하나 가능한 공간으로 지금 학교에 의해 폐쇄당한 서총련 사
무실 등이 있으며, 내규에 의하면 이러한 장소의 용도를 변경할
때에는 학생처의 복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의 승인을 얻어
야 한다.
이 오밀조밀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용 가능한
공간이 몰려있는 곳은 학생회관 4층이다. 우선 지금 아무런 기능
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서총련 사무실을 눈여겨 본다. 이곳을
거점으로 하여 학생회의실과 탁구대 등이 놓여져 있는 오락실을
연결하여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 낸다면 대략 60여평의 터를 확보
하게 된다. 각각의 벽으로 막혀 있는 곳은 일부는 자료실을 구분
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헐어 버리자. 물론 씨알·산하사랑
·열음으로 통하는 통로를 남겨 놓고 말이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 부정하는 대로 종합관 1층을 이념교육관으
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설’일 뿐이라면 그곳을 생활도서관화
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자금의 해결
현재 생활도서관을 8년째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 지금과는 달리 총학의 지원 없이 대동제 수익사업이나
일일호프, 주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한총련사건과 관련하여 지난해 8월 이후
계속적으로 대대적인 학교침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등록금 투쟁
관련 자료를 비롯한 여러가지 중요 서류가 서대문 경찰서에 옮겨
져 그동안의 학생회 자료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한 문
제의식으로 현재 총학은 역대 우리 대학교 총학생회의 역량이라
고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안전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공
도서관(가칭)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고, 학교를 상대로 직접적으
로 협의해야 하는 공간문제 뿐 아니라 자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측과의 대화 창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총학생회와 연계하는
것이 생활도서관 건립을 능률적으로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
로 보인다.
또 한가지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찾는다면 지
난해 등록금 투쟁으로 따낸, 수억에 이르는 96학번들의 등록금
차액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학생들, 특히 구체적인 주
인이 정해져 있는 돈이니만큼 응당히 그 주인되는 계층의 의견을
신중하게 수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는 우선 힘겹게 넘어야 할 산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측은
합의문이 협의되던 당시의 비정상적인 상황과 지난해 학생처장의
업무를 신임 학생처장이 그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
로 하여, 지난해 총장과 총학생회장의 사인이 명백히 증명하고
있는 등록금 합의문을 전면 부인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기 때
문이다.
도서수집방법
도서관 내 장서 구비는 건립 초기 도서관다운 기본적인 도서를
마련해 놓는 것이 가장 큰 고비이다. 어느 정도 모양새가 갖추어
진 후에는 정기적으로 신간을 구입하는 안정적인 흐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도서 특별기증 주간」과 같은 행사
를 벌임으로써 집중적·대량적으로 장서 수를 늘이거나, 회원제
를 실시하여 회원 가입 조건으로 일정량의 도서를 기증하도록 규
약을 정하는 방법도 있다.
출판사에 도서 기증요청을 하는 방법이 있으나, 그다지 기대할
만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학내에 있는 여러 단체가 생활도서관의 맹
아 형태를 띠고 있어 장서 수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과대 여학생회에 7백 여권, 문과대 편집부 연합에 2백
여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으며, 그 밖에 동아리 연합회에서도
현재 학생휴게실로 쓰이는 푸른샘을 본격적인 문화공간으로 발전
시킨다는 목적으로 그곳에서 강연회나 공연을 열고 각 동아리에
산재된 책들을 모아 <민들레 영토>와 같이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도서관 건립 이후
학생이 주인되는 도서관.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리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도서관’이라는 것은 실
질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우선 지금 운영중인 다른 대학교의 모범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기획도서전, 영화제, 학회실사, 간담회, 자유발언대 등이 있다.
먼저 기획도서전을 본다면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철학·역사
·경제·사회·문학 각 분야에서 권할 만한 책들을 전시하고, 페
미니즘과 문화운동에 관한 기획전시를 할 수 있겠고, 영화제는
인권영화, 블랙코미디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상영할 수 있겠다.
학회실사는 학회운동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학회의 현
지형을 점검하고 정보를 총망라하여 축적해 둠으로써 각 학회의
내부적인 역량을 성숙시키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
를 찾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자료축적의 면에서 생활도서관이 우리 생활에 기
여할 수 있는 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학생활에서 자치와 관
련된 생활공간을 찾아 본다면 동아리와 학생회를 꼽을 수 있다.
이곳을 자신의 생활근거지로 잡아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선배들이 일구어 놓은 터 위에서 각기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열매를 제단으로 바치듯 그 곡단들을 한 곳으로 모아 모
든 연세 학우들이 공유할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 그것이 생활도
서관이 잠재하고 있는 하나의 매력적인 기능이다. 이제까지 동아
리가 지녀왔던 패쇄성을 떨치고, 각자의 역량을 자료화하여 우리
학교 학생들이 결과물로나마 그 활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생활
도서관은 하나의 마당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래패가 여러 주제에 따른 자신의 창작곡을 기증하
고, 이렇게 우리학교에 있는 수십개의 노래패의 정보가 하나로
모인다면 그것은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또 유스호스텔이나 산
하사랑과 같은 여행 동아리는 그 동아리만의 노하우로 축적된,
우리나라 각지를 여행할 수 있는 여러 경로와 경비에 관련한 값
진 정보를 생활도서관에서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 것이고 학
술동아리들은 세미나의 커리 뿐 아니라 그 성과물을 저장함으로
써 학회운동을 포함한 학생운동의 맹점이랄 수 있는 이벤트성을
띤 단기성과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엄하고 고상한 도서관이 소장하지 않아 오던 비공
식적인 자료, 즉 노조이야기, 학생회 소식, 농촌이야기, 도시빈
민의 투쟁을 글과 영상과 음악으로 자료화하는 곳. 독립영화와
같이 일반인이 구하기 힘든 자료를 소장하고 대여할 수 있고, 노
동자 신문을 조선일보처럼 열람할 수 있고, 사회주의자와 공산주
의자와 자본주의자와 자유주의자가 함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
상을 공부할 수 있는, 그리하여 서로의 생각을 정직하게 검토하
고 치열하게 공격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생활도서관이 담아안
고자 하는 소명이다.
우리 학교의 음·양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자치 활동을 발
굴하고 그것들이 원활하게 연결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 교통의 요지, 이것이 비제도권의 주류질서화, 그리고 자치
를 외치는 생활도서관의 멋진 상이다.
연세대학교에서도 생활도서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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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Academic)
[97/03/03]학술특집-생활도서관 건립가능성 03/03 07:30 216 line
기획특집
우리대학교 내 생활도서관의 건립 가능성을 타진한다
생활도서관 건립을 위한 지형 읽기
우리대학교에 정보 교통의 요지가 될 생활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한 공간과 자금 마련 및 도서수집의 모든 가능한 루트를 찾아
본다
황수희 기자
들어가며
‘저항·자치·일탈’이라는 구호가 난무하는 시대다. 기존의
제도와 질서는 이제 그 관성적인 권위만으로 더이상 자유와 자치
를 향해 몸부림치는 자생적인 움직임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
관’과 ‘민’을 구분하던 예전의 기류는 다시 ‘민’은 ‘관’
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전해 갔으며, 이러한 비
제도권이 주류를 이루는 자치의 질서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의 기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정보의 축적, 즉 과거의 흔적을 읽어
내고 지금의 시대, 나아가 앞으로의 변화를 조망하는 모든 자료
의 장기적인 보호, 또 그것을 토대로 한 정보의 재생산. 이 두
가지의 기능만으로도 도서관은 그 유의미성을 획득한다. 엄연히
우리에게 ‘주 생활공간’이라는 위상을 갖는 도서관은 그동안
주민 문화생활의 성숙을 도모하는 지방기관의 지원에 힘입어 내
·외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 운영과 관리에서도 온라인을 사용
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우리의 생활에 편리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풍요롭게만 보이는 도서관에는 우리가 그동안
잊어 온 맹점이 있다. 바로 ‘제도권’이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
발전을 꾀했다는 점이다. 생활도서관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학문사상의 자유쟁취, 진보적 사상의 대중화’라는 이름을 내
걸고 태어났다. 정보의 백화점식 진열에만 그치지 않고 나름의
시각을 갖는 도서관, 마치 상품을 판매하듯 이용자를 대출과 열
람에만 치우치도록 방치하는 수동성에서 자유로워진 도서관, 그
럼으로써 주체적으로 자료를 재생산하는, 학술과 문화의 모든 움
직임을 연계하는 정보 교통의 요지가 되는 도서관. 이것이 바로
여러 대학에서 운영되고 건립 추진중에 있는 생활도서관의 지향
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대학교는 단말기의 수나 자료의 양, 열람실의
좌석 수 늘리기 정도의 수준에 그치는 도서관 관리로 도서관이
도서대여점 혹은 독서실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들이 주축이 되고 자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도서관 건립을 위
한 움직임은 여러 곳에 산재된 채 그 중심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 우리 학교만의 특색있는, 연세인의 생활도서관은 어떻
게 건립할 수 있을까.
이제 가장 기초적이고 하드웨어적인 자금과 공간 상황에서부터
가장 중요하고 소프트웨어적 요건인 생활도서관 건립에 대한 대
중적 정서 획득, 주체적 인력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교의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생활도서관이 건립된 후 그것이 어떠한 활동을
벌일 수 있으며,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생활의 변화가 있
는지에 관하여 전망해 보고자 한다.
공간의 해결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공간문제는 우리대학교의 경우
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한총련 사건으로 인해 종합관이 사
용 불가능하게 되어 경영관 건물이 종합관 건물로 임시적으로 쓰
이면서, 그나마 상대 신관 신축으로 좀 숨을 트일까 하던 공간문
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종합관 건물 1층
엔 뜻하지 않은 이념교육관이 들어선다는 설이 나돌고, 내부적으
로는 저항의 기운이 거센 가운데 한 평의 자치공간을 따내기 위
해 밤낮으로 쇠파이프를 들고 지켜 내야 하는 현실은 우리의 공
간문제가 단순히 숫자적인 연평수의 부족에 원인을 두고 있지 않
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눈을 돌릴 곳은 학생자치공간,
즉 현재 각 단과대 내의 동아리방이나 휴게실로 쓰이는 자리, 그
리고 학생 복지시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학생회관이다. 생활
도서관은 그 건립과 운영, 기타 행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모두
학생이 주체의 자리에 선다는 점에서 학생자치공간을 필요로 하
는데, 생활도서관은 그 혜택이 전교생에게 균등하게 돌아간다는
점과 학생상호간에 교류의 장소로서 연세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터전이 된다는 점에서 「학생회관 복지시설의 운영에 관한 내규
」에서 정한 대로 학생회관 복지시설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이 내규가 적용되는 학생자치공간으로는 합창
연습실, 오락실, 회의실, 푸른샘, 무악극장, 음악감상실, 그리고
또 하나 가능한 공간으로 지금 학교에 의해 폐쇄당한 서총련 사
무실 등이 있으며, 내규에 의하면 이러한 장소의 용도를 변경할
때에는 학생처의 복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의 승인을 얻어
야 한다.
이 오밀조밀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용 가능한
공간이 몰려있는 곳은 학생회관 4층이다. 우선 지금 아무런 기능
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서총련 사무실을 눈여겨 본다. 이곳을
거점으로 하여 학생회의실과 탁구대 등이 놓여져 있는 오락실을
연결하여 하나의 공간으로 엮어 낸다면 대략 60여평의 터를 확보
하게 된다. 각각의 벽으로 막혀 있는 곳은 일부는 자료실을 구분
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헐어 버리자. 물론 씨알·산하사랑
·열음으로 통하는 통로를 남겨 놓고 말이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 부정하는 대로 종합관 1층을 이념교육관으
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설’일 뿐이라면 그곳을 생활도서관화
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자금의 해결
현재 생활도서관을 8년째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의 경우 처음
시작할 때 지금과는 달리 총학의 지원 없이 대동제 수익사업이나
일일호프, 주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한총련사건과 관련하여 지난해 8월 이후
계속적으로 대대적인 학교침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등록금 투쟁
관련 자료를 비롯한 여러가지 중요 서류가 서대문 경찰서에 옮겨
져 그동안의 학생회 자료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한 문
제의식으로 현재 총학은 역대 우리 대학교 총학생회의 역량이라
고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안전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공공
도서관(가칭)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고, 학교를 상대로 직접적으
로 협의해야 하는 공간문제 뿐 아니라 자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측과의 대화 창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총학생회와 연계하는
것이 생활도서관 건립을 능률적으로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
로 보인다.
또 한가지 자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찾는다면 지
난해 등록금 투쟁으로 따낸, 수억에 이르는 96학번들의 등록금
차액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학생들, 특히 구체적인 주
인이 정해져 있는 돈이니만큼 응당히 그 주인되는 계층의 의견을
신중하게 수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는 우선 힘겹게 넘어야 할 산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측은
합의문이 협의되던 당시의 비정상적인 상황과 지난해 학생처장의
업무를 신임 학생처장이 그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
로 하여, 지난해 총장과 총학생회장의 사인이 명백히 증명하고
있는 등록금 합의문을 전면 부인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기 때
문이다.
도서수집방법
도서관 내 장서 구비는 건립 초기 도서관다운 기본적인 도서를
마련해 놓는 것이 가장 큰 고비이다. 어느 정도 모양새가 갖추어
진 후에는 정기적으로 신간을 구입하는 안정적인 흐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도서 특별기증 주간」과 같은 행사
를 벌임으로써 집중적·대량적으로 장서 수를 늘이거나, 회원제
를 실시하여 회원 가입 조건으로 일정량의 도서를 기증하도록 규
약을 정하는 방법도 있다.
출판사에 도서 기증요청을 하는 방법이 있으나, 그다지 기대할
만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 학내에 있는 여러 단체가 생활도서관의 맹
아 형태를 띠고 있어 장서 수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과대 여학생회에 7백 여권, 문과대 편집부 연합에 2백
여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으며, 그 밖에 동아리 연합회에서도
현재 학생휴게실로 쓰이는 푸른샘을 본격적인 문화공간으로 발전
시킨다는 목적으로 그곳에서 강연회나 공연을 열고 각 동아리에
산재된 책들을 모아 <민들레 영토>와 같이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도서관 건립 이후
학생이 주인되는 도서관.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리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도서관’이라는 것은 실
질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우선 지금 운영중인 다른 대학교의 모범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기획도서전, 영화제, 학회실사, 간담회, 자유발언대 등이 있다.
먼저 기획도서전을 본다면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철학·역사
·경제·사회·문학 각 분야에서 권할 만한 책들을 전시하고, 페
미니즘과 문화운동에 관한 기획전시를 할 수 있겠고, 영화제는
인권영화, 블랙코미디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상영할 수 있겠다.
학회실사는 학회운동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학회의 현
지형을 점검하고 정보를 총망라하여 축적해 둠으로써 각 학회의
내부적인 역량을 성숙시키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
를 찾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자료축적의 면에서 생활도서관이 우리 생활에 기
여할 수 있는 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학생활에서 자치와 관
련된 생활공간을 찾아 본다면 동아리와 학생회를 꼽을 수 있다.
이곳을 자신의 생활근거지로 잡아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선배들이 일구어 놓은 터 위에서 각기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열매를 제단으로 바치듯 그 곡단들을 한 곳으로 모아 모
든 연세 학우들이 공유할 있도록 만들어 놓는 것, 그것이 생활도
서관이 잠재하고 있는 하나의 매력적인 기능이다. 이제까지 동아
리가 지녀왔던 패쇄성을 떨치고, 각자의 역량을 자료화하여 우리
학교 학생들이 결과물로나마 그 활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생활
도서관은 하나의 마당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래패가 여러 주제에 따른 자신의 창작곡을 기증하
고, 이렇게 우리학교에 있는 수십개의 노래패의 정보가 하나로
모인다면 그것은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또 유스호스텔이나 산
하사랑과 같은 여행 동아리는 그 동아리만의 노하우로 축적된,
우리나라 각지를 여행할 수 있는 여러 경로와 경비에 관련한 값
진 정보를 생활도서관에서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 것이고 학
술동아리들은 세미나의 커리 뿐 아니라 그 성과물을 저장함으로
써 학회운동을 포함한 학생운동의 맹점이랄 수 있는 이벤트성을
띤 단기성과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엄하고 고상한 도서관이 소장하지 않아 오던 비공
식적인 자료, 즉 노조이야기, 학생회 소식, 농촌이야기, 도시빈
민의 투쟁을 글과 영상과 음악으로 자료화하는 곳. 독립영화와
같이 일반인이 구하기 힘든 자료를 소장하고 대여할 수 있고, 노
동자 신문을 조선일보처럼 열람할 수 있고, 사회주의자와 공산주
의자와 자본주의자와 자유주의자가 함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사
상을 공부할 수 있는, 그리하여 서로의 생각을 정직하게 검토하
고 치열하게 공격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생활도서관이 담아안
고자 하는 소명이다.
우리 학교의 음·양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자치 활동을 발
굴하고 그것들이 원활하게 연결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 교통의 요지, 이것이 비제도권의 주류질서화, 그리고 자치
를 외치는 생활도서관의 멋진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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