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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예술 전문 도서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용훈 / 도서관문화비평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운영위원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문화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 기반시설이 필요하고 좋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많이 운영되어야 한다. 문화적 삶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실제 좋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문화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있는 시설들도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문화적 욕구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대신 소모적 오락이나 도박 같은 것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보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곧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보다 많은 시간을 문화예술 활동에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문화 기반시설을 활용한 좋은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화예술의 활성화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이다. 새로운 문화예술의 창조는 인류의 오랜 경험과 예술적 상상력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귀중한 문화적 자원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석할 때 더욱 풍부해 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문화적 자원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문화적 자원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을 통해 문화예술인은 예술적 상상력을 발현할 수 있을 것이며, 일반인들도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도서관은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예술적 수준과 문화적 상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도 우리에게는 좋은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이 부족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좋은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을 가질 충분한 조건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문화의 시대엔 누구나 좋은 문화예술을 접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문화공간과 함께 손쉽게 문화예술의 성과를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이 필요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좋은 문화예술 전문도서관들이 적지 않다. 뉴욕시에서는 많은 공공도서관 중 하나를 ''공연예술 전문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 for the Performing Arts)''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뉴욕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전문도서관이 없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공도서관들에서도 공연예술 비디오테이프와 음악CD 등도 빌릴 수 있다. 물론 좋은 예술서적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사진 : 경희대 ''한국 공연예술산업의 활성화 방안 연구'' 해외탐방 인터넷 중계 홈페이지>

이처럼 도서관들이 사람들의 문화적 삶을 지원하고 개인과 지역사회의 문화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워주는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이 지역마다 잘 갖추어져 문화예술인의 창조활동은 물론 일반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을 더욱 확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문화예술과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전문도서관 중 하나인 ''문예진흥원 예술자료관''이 지난 1월 6일부터 영상과 음악자료를 관외로 대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동안은 직접 예술자료관을 찾아가서야 볼 수 있었던 자료를 이제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게 됨으로써 문화예술인과 연구자, 일반인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 자료관이 이와 같이 자료를 관외대출하기로 한 것은 아주 잘 된 일이다. 이 작은 시도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실상 서울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예술 자료관과 같은 좋은 이 분야 전문도서관이 거의 없고, 공공도서관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은 형편에서 문화예술 자료이용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각자가 자기 권리로서 도서관을 요구해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인들도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을 활용해 문화적 성과를 보존하고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많은 요구들이 분출하고 있다. 이 때에 ''문화개혁시민연대''는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문화예술 전문도서관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상정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있는 여러 관련 도서관들도 문화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들 삶의 중심 공간으로 가져와야 한다. 문예진흥원 예술자료실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의 도서자료실(미술전문자료실)이 서초동이나 과천이 아니라 대학로나 세종로, 인사동 같이 문화예술 활동의 용광로 한 가운데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양한 문화예술 자료들을 갖춘 도서관을 통해 늘 좋은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행복을 꿈꾸어 본다.

출처 : 문화사회 제22호

2003-01-18 00:4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