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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기사] 문화일보 독서캠페인 관련 기사

문화일보(MHNEWS)

날 짜 : 97/5/24
제목: <문화일보독서캠페인>권장도서 목록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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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지난 93년 출간한 ‘후기자본주의 사회’에
서 다가오는 21세기 미래사회는 지식이 가장 중요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
고 예측한 바 있다. 드러커의 말이 아니더라도 각종 정보와 지식의 홍수시
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이제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는 안목
이 절실하게 필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정보화시대에도 불구하고 책은 아직도 우리가 지식을 얻는 가장 보편적이
고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이다. 국민이 각자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책을 선
택해 필요한 지식을 얻게하기 위한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바른 독서교육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독서가이드가 필수적이다
. 이에따라 국내에서도 추천도서 우량도서 선정도서 교양필독서 등의 이름
으로 매년 장황한 권장도서 목록이 발표되고 있다. 권장도서 목록은 몇몇
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
로 한 것이 특징이다. 나름대로 주관을 가지고 책을 선택해 읽어야할 성인
들에게까지 독서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
런 권장도서 목록이 독서가이드로서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을까. 적어도 우
리나라를 대상으로 놓고 본다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발표되는 권장도서 목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문화체육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대한출판문화협회 YWCA YMCA 새마을문고
중앙회등 정부 및 사회단체에서 매년 그해 나온 책 가운데 우수도서를 선정
, 발표하는 것이다. 이밖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나 어린이도서연구회 같
은 민간 독서운동기구들과 대형서점, 출판사 등이 나름대로 발표하는 목록
까지 합치면 매년 쏟아지는 권장도서 목록은 수십종에 이른다. 다른 하나는
전국 각대학에서 신입생들을 중심으로 제시하는 고전중심의 교양필독서 목
록이다.
그러나 이렇게 권장도서 목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출
판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 및 독
서관련 사회단체들이 선정·추천하는 도서목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는 응답이 전체의 32.3%에 불과했다. 이는 권장도서가 일반 독자들의 독
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권장도서 목록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도서 ’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 선정도
서’ ‘문화체육부 추천도서’ ‘서울 YWCA·YMCA 추천도서’ ‘새마을문고
중앙회 우량 선정도서’의 순서로 접촉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지적된 권장도서 목록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지적되
는 것이 선정위원들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사회적 저명
인사나 명망있는 대학교수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공공도서관의 사서들이 선정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선정위원들의 책이 자주 포함되거나 선정위원들을 통한 출판사
의 로비가 심해 공정성 문제가 자주 도마에 올랐었다. “아는 사람을 넣어
주는 한국적 악폐가 철폐되지 않으면 권장도서 목록은 제자리를 찾을 수 없
다”는 출판계의 지적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선정작업도 건성으로
대충대충해 ‘방중술’을 다룬 중국의 性(성)교육서 ‘소녀경’이 청소년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가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각 대학이나 사회단체가 발표하는 고전중심의 교양도서 목록은 더 큰 문제
점을 갖고 있다. ‘논어’ ‘맹자’ ‘명심보감’ ‘상록수’ ‘좁은문’등
수십년동안 변함없는 목록이 세습되고 있다. 옛날부터 스승에게 전해듣던
책이나 내놔서 무난한 책을 추천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독서가 생활
화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나치게 수신서 중심의 가치지향적인 독서를 강요한
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따라 현실적으로 가독성이 없는 책들로 목록이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
분이다. 급변하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내다볼 수 있는 책들은
목록에 거의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문화계
대표들이 모여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를 중·고등학교 도서관의 소
장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주홍글씨’가 청소년들에게 줄 어떤 메시지도 갖
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권장도서란 이처럼 강력한 기준을 설정하고
운영해야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출판평론을 해온 이
중한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말했다. 이위원은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춘원 이광수의 소설들이 과연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무슨 의미를 갖
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지금의 권장도서 목록에
는 한번 목록에 올라간 뒤 아무런 검토없이 습관적으로 계속 추천되고 있는
책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홍글씨’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 아동문학
전집들에 단골로 들어가 있다.
이밖에 어떤 책을 추천하면 해설과 이유 등 선정경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데 아무런 설명없이 제목과 저자, 출판사 정도만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
분이다. 전병석 문예출판사 사장은 “교열과 제본의 상태는 물론 번역서의
경우 여러가지 번역본 가운데 제대로 번역된 정본을 선정해 제시해줘야 하
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장도서 목록의 선정은 물론이고 이를 홍보하는 과정은 더 형편없다. 교
육현장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목록을 위한 목록’이 대부분
이다. 대학교 교양필독서의 경우 외국에서는 학점을 따기 위해 필수적으
로 읽어야되는 반면 우리는 그저 목록 제시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지식인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판사측에서도 각종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쓰는 분위기이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명망가들이 아니라 진짜 좋은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권장도서가 ‘죽은 목록’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목록’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신간이 내일의
고전이 돼야한다는 각오로 국가적으로 새로운 권장도서 목록을 만드는 노
력이 필요한 때이다. <崔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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