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읽기 자료라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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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비판적읽기
로마인 이야기 /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길사 펴냄
지난해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국내의 선풍적 반향은, 처음에는 정말 의외였다. 그
것은 <가시나무
새>의 작가 콜린 맥컬로우가 역시 비슷한 시기의 로마사를 소재로 쓴 대하 역사소설
(<로마의 일인
자> <풀잎관>)에 대한 국내독자의 사늘한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로마사의 전
문 연구자로서,
사실 나는 맥컬로우의 작품에 내심 감탄했던 터였다. 그것은 로마의 큰 인물들, 사
건들, 그리고 생활
사의 면면에 대한 견실한 이해를 여성특유의 섬세한 상상력과 치밀한 필치로, 구석구
석에 마치 찾기
힘든 보물처럼 잘 용해시켜 놓은 작품이엇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는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저 애단법석인가? 애초 나는 유행에 각별히 민감한 우리의 독서풍토를 조작하는 출판
사의 마케팅 능
력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로마인 이야기>의 5권 가운데 오
직 1권만이 계속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라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두
여류작가의 솜씨와 식견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 차이로써 상반된 반응을
보인 국내독자들
의 잠재적 욕구나 의식적 동기를 다소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로마인 이야기>는 허구(fiction)적 요소가 많은 역사소설이 아니라, 사료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fact)들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한 통사류의 책이다. 하지만 시오노는 스스로 그저
아마추어임을 선
언한다.그럼으로써 그녀는 사실을 엄밀하게 규명해야 하는 전문가적 부담을 비껴가고
, 아울러 '오락적
흥미'의 필요에 따라 사실들을 어느 정도 '제멋대로' 이야기할 권리를 확보하고 있
다. 요컨대 시오노
는 아마추어라기에는 전문적이며, 전문적이라기에는 아마추어적인 작가이다. 바로
이 점이 <로마인
이야기>가 거둔 성공의 한 비결이며 그것은 동시에 90년대 우리 독자들의 잠재욕구의
한 단면을 드
러내 준다. 80년대에 비해 요즘의 독서취향이 깊이와 진지함보다는 오락적 가벼움과
다양한 정보욕구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볼 때, 시오노의 책들은 그 변화에 적절히 편승한 듯이 보이
기 때문이다. 다
시 말해, 그것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는 없던 새로운 역사물의 형식으로, 어렵고 무미
건조한 전문역사
서와 흥미 본위의 역사소설의 간격을 메꾸면서, 정보욕구와 오락성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효
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컬로우의 역사소설이 한국에서 좌절한 것도 다
소는 이해가 간
다. 그것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작가의 생각과 내용이 매우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점에서도
, 행간에서 여류
작가의 섬세한 필치를 쉽사리 감지케하는 맥컬로우의 역사소설과 대조적이다. 시오노
는 웅장한 스케
일의 이야기 구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인물들 및 사건에 대한 노평에서 기회있을 때
만다 자신의 단
호하고 현실주의적이며 성취지향적인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역
사를 움직여가는
중요한 동인은 정신보다는 물질, 그리고 노골적 힘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가난하
고 힘없는 군중들
보다는 지도자와 귀족들, 지식인들보다는 군인들과 정치가들을 중시한다. 그리고
한 국가는 그들의
지도 아래 일체화되어야만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종래에는 강대국 아
니 세계제국으로
팽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시오노에게 공화정기의 로마사는 그 전형적 성
공사례로 보였고,
그래서 그녀는 아마추어의 권리를 십분 활용해 로마사를 극히 이상적으로 그려냈던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사실의 하나는, 신앙과도 같은 성공 제일주의, 영웅
주의. 팽창주의적
가치관 때문에 그녀가 철학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고대 그리스사에 대해서는 냉대를
넘어 무지함을
종종 드너내 보이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쨋든 이처럼 동물적 본능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려는 그녀의 이런 편견에
가까운, 균형감없
는 이념이랄까 가치관, 그리고 그것이 도식적으로투영된 로마사의이야기야말로 우리
의 독자들이 그녀
에세 매료된 중요한 까닭이었다. 동의하든 아니하든, 세계화와 국가경쟁력이 제일의
가치로 조작되는
90년대 중반 우리 사회의 정서에 <로마인 이야기>는 정말 절묘한 시의성을 담고 있
었던 것이다. 그
러기에 대기업 영수들과 대정객들이 앞다투어 이 책을 읽으려 했다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그들은
혹 시오노의 메시지가 세계 속에서의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
들보다는, 전후의
서구화 과정 속에서 군국주의 시대의 기백을 잃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일본인들을 위
한 것이라는, 섬
뜩한 반성을 해 보았을까? 나아가 시오노가 굳이 의미를 축소시켜 어물쩍 넘기고 있
는 성공한 로마
팽창주의의 그늘진 면들 - 그것은 주로 3권의 내용이다-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요컨
대 성공해야 한
다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시오노는 이런 물음을 갖고 있지 않다.
필자 : 김경현 (고려대교수, 서양사학과)
출처 : 도서신문 153호 (1997.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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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비판적읽기
로마인 이야기 /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길사 펴냄
지난해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국내의 선풍적 반향은, 처음에는 정말 의외였다. 그
것은 <가시나무
새>의 작가 콜린 맥컬로우가 역시 비슷한 시기의 로마사를 소재로 쓴 대하 역사소설
(<로마의 일인
자> <풀잎관>)에 대한 국내독자의 사늘한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로마사의 전
문 연구자로서,
사실 나는 맥컬로우의 작품에 내심 감탄했던 터였다. 그것은 로마의 큰 인물들, 사
건들, 그리고 생활
사의 면면에 대한 견실한 이해를 여성특유의 섬세한 상상력과 치밀한 필치로, 구석구
석에 마치 찾기
힘든 보물처럼 잘 용해시켜 놓은 작품이엇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는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저 애단법석인가? 애초 나는 유행에 각별히 민감한 우리의 독서풍토를 조작하는 출판
사의 마케팅 능
력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로마인 이야기>의 5권 가운데 오
직 1권만이 계속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라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두
여류작가의 솜씨와 식견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 차이로써 상반된 반응을
보인 국내독자들
의 잠재적 욕구나 의식적 동기를 다소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로마인 이야기>는 허구(fiction)적 요소가 많은 역사소설이 아니라, 사료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fact)들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한 통사류의 책이다. 하지만 시오노는 스스로 그저
아마추어임을 선
언한다.그럼으로써 그녀는 사실을 엄밀하게 규명해야 하는 전문가적 부담을 비껴가고
, 아울러 '오락적
흥미'의 필요에 따라 사실들을 어느 정도 '제멋대로' 이야기할 권리를 확보하고 있
다. 요컨대 시오노
는 아마추어라기에는 전문적이며, 전문적이라기에는 아마추어적인 작가이다. 바로
이 점이 <로마인
이야기>가 거둔 성공의 한 비결이며 그것은 동시에 90년대 우리 독자들의 잠재욕구의
한 단면을 드
러내 준다. 80년대에 비해 요즘의 독서취향이 깊이와 진지함보다는 오락적 가벼움과
다양한 정보욕구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볼 때, 시오노의 책들은 그 변화에 적절히 편승한 듯이 보이
기 때문이다. 다
시 말해, 그것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는 없던 새로운 역사물의 형식으로, 어렵고 무미
건조한 전문역사
서와 흥미 본위의 역사소설의 간격을 메꾸면서, 정보욕구와 오락성의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효
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컬로우의 역사소설이 한국에서 좌절한 것도 다
소는 이해가 간
다. 그것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작가의 생각과 내용이 매우 남성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점에서도
, 행간에서 여류
작가의 섬세한 필치를 쉽사리 감지케하는 맥컬로우의 역사소설과 대조적이다. 시오노
는 웅장한 스케
일의 이야기 구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인물들 및 사건에 대한 노평에서 기회있을 때
만다 자신의 단
호하고 현실주의적이며 성취지향적인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역
사를 움직여가는
중요한 동인은 정신보다는 물질, 그리고 노골적 힘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가난하
고 힘없는 군중들
보다는 지도자와 귀족들, 지식인들보다는 군인들과 정치가들을 중시한다. 그리고
한 국가는 그들의
지도 아래 일체화되어야만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종래에는 강대국 아
니 세계제국으로
팽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시오노에게 공화정기의 로마사는 그 전형적 성
공사례로 보였고,
그래서 그녀는 아마추어의 권리를 십분 활용해 로마사를 극히 이상적으로 그려냈던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사실의 하나는, 신앙과도 같은 성공 제일주의, 영웅
주의. 팽창주의적
가치관 때문에 그녀가 철학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고대 그리스사에 대해서는 냉대를
넘어 무지함을
종종 드너내 보이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쨋든 이처럼 동물적 본능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려는 그녀의 이런 편견에
가까운, 균형감없
는 이념이랄까 가치관, 그리고 그것이 도식적으로투영된 로마사의이야기야말로 우리
의 독자들이 그녀
에세 매료된 중요한 까닭이었다. 동의하든 아니하든, 세계화와 국가경쟁력이 제일의
가치로 조작되는
90년대 중반 우리 사회의 정서에 <로마인 이야기>는 정말 절묘한 시의성을 담고 있
었던 것이다. 그
러기에 대기업 영수들과 대정객들이 앞다투어 이 책을 읽으려 했다는 것이 아닌가
? 그러나 그들은
혹 시오노의 메시지가 세계 속에서의 무한경쟁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
들보다는, 전후의
서구화 과정 속에서 군국주의 시대의 기백을 잃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일본인들을 위
한 것이라는, 섬
뜩한 반성을 해 보았을까? 나아가 시오노가 굳이 의미를 축소시켜 어물쩍 넘기고 있
는 성공한 로마
팽창주의의 그늘진 면들 - 그것은 주로 3권의 내용이다-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요컨
대 성공해야 한
다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시오노는 이런 물음을 갖고 있지 않다.
필자 : 김경현 (고려대교수, 서양사학과)
출처 : 도서신문 153호 (1997.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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