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2/20 입력일 : 97/01/22 17:03:50 자료량 :68줄
제목 : <서평>타자의 목소리 - 他者비판 볼륨 더 높여라
날짜 : 97년 01월 22일
權晟右<동덕여대교수·문학평론가> 계몽의 불빛이 희미해진, 그렇지만
무수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혼재해 있는 이 세기말의 불길한 시대에 문학
비평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이 시대의 문학비평은
한층 세련된 이념적 진지전을 수행하는 아방가르드로 존재하기도 할 것이
며, 작가의 숨결 속으로 미세하게 스며드는 정교한 연금술사가 될 수도 있
을 것이다. 그밖에도 지난 연대에 비할 때, 무수하게 다채로운 문학비평의
길들이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형이상학적인 푯대와 중심적인 이념이 사라
진 이 시대에 ‘문학비평’이라는 행위에 참여하는 이들은 비평에 대한 예
리한 자의식을 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반성적인 자의식이거나 출판자본의 얼굴마담으로 변모하는 참담한 장면들
을 바로 우리 비평가들은 뼈아프게 목격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미학
의 유혹으로부터 탈주하면서도 비평에 대한 진지한 자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비평가들은 누구인가.
비평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을 탐문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학적 현상들을 정
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비평가
중의 한 사람으로 우리는 우찬제를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욕망의
시학’(1993) ‘상처와 상징’(1994)에 이어서 세번째 비평집으로 발간한
‘타자의 목소리’는 이 시대 비평의 운명과 연관하여 중요한 시사점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선 주목할 것은 제1부 ‘세기말의 시간의식과 90년대 소설의 문제성’에
서 본격적으로 구사되고 있는 테마비평의 방법론이다. 우찬제는 이른바 ‘
문학비평계의 서강학파’의 일원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 국문
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이재선 선생의 휘하에서 테마비평의 방법론을 중심으
로 우리 비평계에 색다른 풍요로움을 보탠 서강학파는 날카로운 이데올로기
적 비평방법이나 형식주의적인 비평방법보다는 섬세한 주제비평의 길을 선
택한다. 우찬제가 욕망이나 일상, 권력, 길, 타자 등등의 중요한 화두에 일
찍이 주목하여 그러한 테마들을 소설분석과 연관시킨 것은 바로 그가 주제
비평의 방법론을 그 누구보다도 능숙하게 내면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
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항용 그러하듯이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결여된 비평은 ‘방법론
의 물신화’현상에 매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기호학이나 형식주
의 비평, 주제 비평을 주된 방법론으로 구사하는 문학비평의 경우에는 ‘분
석을 위한 분석’이나 ‘방법론을 위한 방법론’의 형국에 이르러, “그래
서 어쨌단 말이냐? 그러한 분석이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등
의 근원적인 질문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나 우찬제는
이러한 방법론의 물신화 함정을 예리하게 비켜가면서 그의 주제 비평을 당
대의 우리 문학에 대한 풍요로운 탐색으로 상승시킨다.
두번째로 우리는 그가 ‘오늘의 문학과 비평, 그 상황과 성찰’ ‘비평의
위기론을 넘어서는 비평을 위하여’등의 평문에서 개진하고 있는 이 시대
비평의 운명과 존재방식에 대한 근원적인 탐색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다. 그는 위의 글들을 통해 이 시대의 ‘비평의 위기’라는 현상에 자신
의 비평가로서의 운명을 포개어 놓으면서 최근 비평문학의 문제점들에 대해
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진정한 비평의 시대’를 갈망하고 있다. 바로 이
러한 비평가됨의 민감한 자의식은 우리의 비평문학이 문화산업의 홍보요원
으로 전락하는 것을 제어하면서 반성적 비평의 새로운 길을 개간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찬제의 비평은 무엇보다도 대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비평이라
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타자의 목소리’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
응하는것, 아울러 타자와의 소통을 통하여 진정한 동일자(자기정체성)에 대
한 열망을 피력하는 것 등이 바로 이러한 ‘대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중요한 비평적 자질일 것이다.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언급은 다음과 같은 주문들에 의해
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한층
정밀한 장악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비평 세계를 개성적으로 만
들어가기 위한 더욱 과감한 논리와 극한까지 가보는 선의의 고집이 요구된
다는 것, 타자의 논리에 대한 따뜻한 이해 못지않게 타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왜냐하면 진정한 대화는 역설적으로 냉철한
비판에 의해 생성될 수도 있기 때문에)등이 바로 그 주문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우찬제 개인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와 동세대의 비평가 모두가 그 짐을 함께 지고 가야 한다. 바로 우리 모
두가.
… 평자는 서울대 문학박사이며 논문으로 ‘1920∼30년대 문학비평에 나타
난 타자의 현상학 연구’와 저서로 ‘비평의 매혹’등이 있다.
제목 : <서평>타자의 목소리 - 他者비판 볼륨 더 높여라
날짜 : 97년 01월 22일
權晟右<동덕여대교수·문학평론가> 계몽의 불빛이 희미해진, 그렇지만
무수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혼재해 있는 이 세기말의 불길한 시대에 문학
비평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이 시대의 문학비평은
한층 세련된 이념적 진지전을 수행하는 아방가르드로 존재하기도 할 것이
며, 작가의 숨결 속으로 미세하게 스며드는 정교한 연금술사가 될 수도 있
을 것이다. 그밖에도 지난 연대에 비할 때, 무수하게 다채로운 문학비평의
길들이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형이상학적인 푯대와 중심적인 이념이 사라
진 이 시대에 ‘문학비평’이라는 행위에 참여하는 이들은 비평에 대한 예
리한 자의식을 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반성적인 자의식이거나 출판자본의 얼굴마담으로 변모하는 참담한 장면들
을 바로 우리 비평가들은 뼈아프게 목격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미학
의 유혹으로부터 탈주하면서도 비평에 대한 진지한 자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비평가들은 누구인가.
비평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을 탐문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학적 현상들을 정
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비평가
중의 한 사람으로 우리는 우찬제를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욕망의
시학’(1993) ‘상처와 상징’(1994)에 이어서 세번째 비평집으로 발간한
‘타자의 목소리’는 이 시대 비평의 운명과 연관하여 중요한 시사점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선 주목할 것은 제1부 ‘세기말의 시간의식과 90년대 소설의 문제성’에
서 본격적으로 구사되고 있는 테마비평의 방법론이다. 우찬제는 이른바 ‘
문학비평계의 서강학파’의 일원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 국문
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이재선 선생의 휘하에서 테마비평의 방법론을 중심으
로 우리 비평계에 색다른 풍요로움을 보탠 서강학파는 날카로운 이데올로기
적 비평방법이나 형식주의적인 비평방법보다는 섬세한 주제비평의 길을 선
택한다. 우찬제가 욕망이나 일상, 권력, 길, 타자 등등의 중요한 화두에 일
찍이 주목하여 그러한 테마들을 소설분석과 연관시킨 것은 바로 그가 주제
비평의 방법론을 그 누구보다도 능숙하게 내면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
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항용 그러하듯이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결여된 비평은 ‘방법론
의 물신화’현상에 매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기호학이나 형식주
의 비평, 주제 비평을 주된 방법론으로 구사하는 문학비평의 경우에는 ‘분
석을 위한 분석’이나 ‘방법론을 위한 방법론’의 형국에 이르러, “그래
서 어쨌단 말이냐? 그러한 분석이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등
의 근원적인 질문에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나 우찬제는
이러한 방법론의 물신화 함정을 예리하게 비켜가면서 그의 주제 비평을 당
대의 우리 문학에 대한 풍요로운 탐색으로 상승시킨다.
두번째로 우리는 그가 ‘오늘의 문학과 비평, 그 상황과 성찰’ ‘비평의
위기론을 넘어서는 비평을 위하여’등의 평문에서 개진하고 있는 이 시대
비평의 운명과 존재방식에 대한 근원적인 탐색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다. 그는 위의 글들을 통해 이 시대의 ‘비평의 위기’라는 현상에 자신
의 비평가로서의 운명을 포개어 놓으면서 최근 비평문학의 문제점들에 대해
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진정한 비평의 시대’를 갈망하고 있다. 바로 이
러한 비평가됨의 민감한 자의식은 우리의 비평문학이 문화산업의 홍보요원
으로 전락하는 것을 제어하면서 반성적 비평의 새로운 길을 개간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찬제의 비평은 무엇보다도 대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비평이라
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타자의 목소리’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
응하는것, 아울러 타자와의 소통을 통하여 진정한 동일자(자기정체성)에 대
한 열망을 피력하는 것 등이 바로 이러한 ‘대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중요한 비평적 자질일 것이다.
‘타자의 목소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언급은 다음과 같은 주문들에 의해
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론과 방법론에 대한 한층
정밀한 장악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비평 세계를 개성적으로 만
들어가기 위한 더욱 과감한 논리와 극한까지 가보는 선의의 고집이 요구된
다는 것, 타자의 논리에 대한 따뜻한 이해 못지않게 타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왜냐하면 진정한 대화는 역설적으로 냉철한
비판에 의해 생성될 수도 있기 때문에)등이 바로 그 주문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우찬제 개인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와 동세대의 비평가 모두가 그 짐을 함께 지고 가야 한다. 바로 우리 모
두가.
… 평자는 서울대 문학박사이며 논문으로 ‘1920∼30년대 문학비평에 나타
난 타자의 현상학 연구’와 저서로 ‘비평의 매혹’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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