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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 [기사] `문명충돌론`의 음모

'문명충돌론'의 음모

강준문(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처 : 주간한국 1997.1.23. 1655호

인류를 크게 분열시키고 국가간 분쟁의 최대 씨앗이 되는 것인 이제 더
이상 이데올로기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문화다. 서구 문명이 보편
적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서방 지도자들은 다른 문화권에 개입할 것
이 아니라 서방 문화권을 보호하고 부활시키는 데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건 요즘 떠들썩하게 논의되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 석좌 교수인 사무엘
헌팅턴이 제기한 '문명충돌론'의 요지다. 얼른 보기엔 제법 그럴 듯하다.
그래선지 어느 신문기사는 그가 서구문명의 오만함을 지적했다고 긍정적
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헌팅턴의 주장은 그가 기본적으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점을 이해
하고 들어가야 그 숨은 뜻이 드러난다. 그는 미국을 서구 문명의 핵심국
가인 동시에 '백인의 나라'로 간주한다. 그는 미국정부가 이민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방문화의 특성을 지키고 미국 내에서의 '문명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헌팅턴은 학자인가? 아니다. 그는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을 최대한 활용할
뿐 진정한 의미의 학자는 아니다. 그는 미국 역대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온 실질적인 '관료'였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회의 위원
이었으며 CIA의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근�" 베트남 전쟁을 지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강제적 도시화 및
현대화' 프로그램을 입안하고 정당화시킨 인물이었다. 미국이 그 프로그램
에 따라 베트남에서 한 일은 농민들을 마을에서 내쫓고 마을에 불을 지르
는 따위의 일이었다.
반전 데모를 하는 대학생들로부터 '미친개'라는 별명을 얻은 헌팅턴은 그
런 비학자적인 행동으로 인해 87넌 미국의 권위있는 미국과학자협회로부
터 제명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시 제명의 이유는 그가 계량화
할 수 없는 것을 계량화하는 사이비 사회과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변화하는 사회에서의 정치적 질서'라는 책에서 "좌절과 불안
정의 상관관계는 0.5이다"라는 따위의 주장을 늘어 놓았는데 이에 대해
다른 학자들은 "단지 정치적 견해에 지나지 않는 것을 과학으로 위장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요컨대 헌팅턴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사회과학의 포장을 씌우는 일에
탁월한 인물이었으며 그것이 지나쳐 미국과학자협회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대학교수'라고 하면 꺼뻑 죽는 경향이 있는 국내
학자들과 언론은 오랫동안 그를 '석학'대접을 해왔고 그 결과 그의 이론은
국내에서 과대평가돼 왔다.
헌팅턴은 시류의 변화에 민감한 지식인이다. 베트남 전쟁을 적극 지지했
던 사람이 미국의 개입 정책을 비판한다? 좌절과 불안정의 상관관계가
0.5라고 주장했던 사람이 문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뿐만 아니다. 그는 70년대엔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
고 있다며 언론 자유를 통제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92년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와의 위성토론에선 그 견해에 대해 추궁을 받자 '그거야
옛날 이야기'라고 발뺌했다.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이론과 추상의 차원에서 논의될 때엔 그럴 듯한
면도 전혀 없진 않지만 그것이 미국의 구체적인 외교 정책으로 가시화할
때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세계적인 인권운동은 쇠퇴할
것이고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또 미국은 '문명 충돌'이나 '문
화갈등'이라는 면죄부를 흔들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들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치적 견해를 사회고학으로 포장하려는 헌팅턴
과 같은 학자들이 많다. 학자에 대해 부여하는 특권을 다시 생각해 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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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일상적인 것에서 조차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함을
생각케 하는 글입니다.
책 한 권, 기사 하나를 읽더라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도서관은 그런 훈련을 가능케하는 정보의 마당입니다.

낙골 재두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