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가 몰고온 2백년만의 대변혁
정보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18세기
산업혁명이래 2백여년만의 최대 산업혁명이다. 싫든좋든 앞으로 정
보화의 해일은 상상을 뛰어넘는 가공스런 파워로 우리 삶을 밑둥채
변화시킬 것이다.
이미 구미에서는 정보혁명이 기존의 모든 관념틀과 생활틀, 노동
틀, 교육틀, 정치틀, 놀이틀을 무차별 파괴하고 있다.
우선 산업현장이 파괴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래 세계경제
를 지배해온 제조업체들은 급속히 정보업체와 유통업체의 하청공장
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보혁명은 유통마진을 없애 물건값을 절반으
로 낮추는 범세계적 [가격파괴]도 동반하고 있다. [인사 파괴]도
수반돼 정보를 다룰 줄 모르는 간부나 화이트칼라는 무더기로 해고
되고 있다. 근육노동자의 몸값이 나날이 하락하는 반면, 정보를 자
유자재로 요리하는 두뇌노동자는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교육현장도 급변하고 있다. 더 이상 교사나 교수들은 낡은 지식
으로 군림할 수 없게 됐다. 폐쇄적 공간에서 감시자없이 행해지던
[칠판교육] 대신에 개방적인 [전자교육], [통신교육] 시대가 열리
고 있기 때문이다. 1류, 2류, 3류로 구분되던 학교간 장벽과 학벌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전자도서관등 정보혁명의 결실을 잘 활용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전문두뇌를 키워내는 학교만이 1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정치판도 파괴되고 있다. PC통신으로 접속된 1백만명의 거대한
청년정치 압력단체가 미국에서 출현하는가 하면, 통신망을 이용한
전자선거, 전자감시, 전자홍보가 시작됐다. 정보혁명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설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류역사상 정치혁명은 여러번 왔다갔다. 그러나 지속적 사회혁
명은 극히 드물게 수백년마다 한 번씩 찾아왔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 거대한 사회혁명이 시작됐다}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사 회장의
말 그대로이다.
정보화는 이처럼 [혁명]이다. 혁명은 창조적 파괴를 필요로 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가피하게 희생자가 된다. 그러나 혁명은
파괴를 통한 창조이다. 정보혁명은 일종의 마술과 같다. 기존의 사
고틀이나 정책수단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같아 보이던 난제들
에 대해서도 정보혁명은 해법을 제시한다. 비근한 예로 현대산업사
회의 최대골치거리인 교통문제와 정보화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지금 서울특별시는 극심한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2천원의
남산터널 통행료를 받고 주차료와 도심불법주차 과징금을 대폭 인
상하는등 전무후무한 [교통 고통정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런
고통정책을 통해 교통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
다. 짜증스런 교통난을 무릅쓰고 꾸역꾸역 도심으로 몰려들어오는
자동차들은 행락차량이 아닌 업무용차량, 출근차량이기 때문이다.
도심의 업무기능을 대거 도심 외곽 또는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가 바로 서울시의 교통난이다. 그러나
정보화가 급진전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1994년 9월20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는 자사 사무직 직
원 2만5천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최초로 대단위 재택근무 실험을
했다. [커뮤니팅 데이]라고 이름붙여진 이날 사무직직원들은 회사
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퍼스널컴퓨터와 팩시밀리, 전화로 모든 업
무를 처리했다. 회사측은 다음날 이 가운데 7천3백명에게 재택근무
에 대한 반응을 물었다. 그러자 이 가운데 76%가 {회사에 출근하
는 것보다 집에서 근무하는 쪽이 효율적이었다}고 답했다. {사람들
은 집에서 일하기보다는 직장에 나가길 원한다}던 종전의 사회통념
을 파괴한 의미있는 실험결과였다.
AT&T측은 이 실험결과에 기초해 {정보화가 고도로 진전돼 재
택근무와 전자통신이 보편화되면 지금처럼 일정 시간대에 도심의
한곳으로 집중됐다가 빠져나가곤 하는 출퇴근 인파와 대낮의 인구
이동량이 크게 줄어 교통난이 해소되고, 부차적 효과로 현재 도시
환경오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스모그도 크게 줄어 오존
경보 등이 사라질것}으로 결론내렸다.
정보화는 도시 교통난뿐 아니라 고속도로 교통난으로 대표되는
물류난을 해소하는 결정적 단초도 제공할 전망이다. 정보화가 진전
돼 전자 홈쇼핑등이 일반화되면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단지 주변의
교통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전자 홈쇼핑등 정보화가 고
도화돼도 물류 교통난은 도리어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전자매체로 주문받은 물건을 주문자에게 날라다 주는 것은
어디나 사람 몫이고 화물차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물류 교통난은 지금뿐 아니라 미래의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는데, 이 또한 정보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제작사 폴크스바겐은 요즘 주행하는 자동차
에서 전파를 발사해 앞 뒤 자동차 간격을 자동으로 일정하게 유지
하게 하는 시스템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이 회사는 1995년 행
한 실험 주행에서 여러 대의 트럭이 불과 수십cm의 간격을 유지하
며 시속 1백km이상으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겠으나, 한정된 고속도로에서도 물
류난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발견된 셈이다.
정보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생존차원의 과제인 것이다.
[소프트웨어 정보화]
그러면 이처럼 시급한 정보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현재 정부는 천문학적 거금을 쏟아부어 초고속통신망 구축을 서
두르고 있다. 또한 위성방송, 유선방송, 지역방송 등 초정보 멀티미
디어시대에 대비한 각종 매체의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각 대기업들
도 정보통신과 반도체 등 정보관련형 첨단산업에 21세기의 사운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작업이 정보화의 전부는 아니다. 현재 정부가 추
진하는 작업은 엄격히 말해 전자정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닦는
[하드웨어 정보화]에 불과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소프트웨어
정보화]는 크게 미진한 상태이다.
하드웨어 정보화가 고속도로를 놓는 일이라면, 소프트웨어 정보
화란 그 고속도로위를 씽씽 달려갈 자동차들을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애써 닦아놓은 길에 외제차만 달리게 할 수는 없는 일 아
닌가.
[소프트웨어 정보화]란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드웨어
정보화처럼 천문학적 거금이 소요되는 일도 아니다. 발상법만 바꾼
다면 할 일은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고, 예상되는 파급효과도 엄
청나다.
소프트웨어 정보화의 첫단추는 정보생산집단이 끼워야 한다.
정보도 유형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생산자가 있고, 소비자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사회나 사정은 비슷하나,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정보를 왕성하게 생산하는 집단은 정부와 언론, 기업, 지식인들이
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쏟아내는 정보를 일반 생산현장, 교육현장,
생활현장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가공하는 일이 바로 소프
트웨어 정보화의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정보화는 곧 표준화
여러 정보생산집단중 우선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살펴
보자.
재정경제원등 11개 경제부처 및 관련기관은 현재 전국 17개소에
국민경제교육연구소 산하 경제자료안내실을 개설, 매일같이 쏟아지
는 각종 보도자료 및 정기간행물, 정책해설자료, 팜플렛, 책자 등을
일반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경제중심이 상당부분 민간에게로 옮겨감에 따라 종전보다 역
할이 축소되긴 했으나 아직도 정부는 우리경제의 명실상부한 파워
센터이다.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든 파워센터는 가장 왕성한 정
보생산집단이었고, 지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11개 경제부처가 매일같
이 쏟아내는 정보량은 엄청나다.
국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4년 9월부터 96년 8월까지 최근
2년간 11개 경제관련부처가 쏟아낸 보도자료는 재경원의 3천4백96
건을 비롯해 통상산업부의 2천6백37건, 건설교통부의 1천1백70건 등
도합 1만2천2백36건에 이르고 있다. 연평균 6천여건의 엄청난 자료
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경제교육연구소는 이들 자료를 과천 제2종합청사를 비롯해
전국 17개 정부부처 및 상공회의소,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경제자
료안내실을 통해 일반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민간경제에서 정부정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당연히 이들 안내실을 찾는 이
들의 발길이 잦다.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안내실을 오픈한 90년 7
월부터 96년 7월까지 안내실을 직접 방문해 자료를 이용한 이는 30
만2천4백90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팩시밀리나 우편물을 통해 자
료를 받아본 17만4천2백27명까지 합하면 전체 이용자 숫자는 47만6
천여명에 달한다. 연평균 8만명이 이용한 셈이다.
연구소측은 지난 91년 11월부터 경제부처의 출판물 발표자료를
일일이 컴퓨터로 입력, 하이텔등 14개 PC통신망을 통해 통신이용자
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정보를 시급히 얻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일
반인은 자료 발표 3∼4일후 EPIC이라 이름붙여진 PC통신망 자료
공개실에 들어가면 두터운 책자나 간행물을 제외한 모든 자료를 볼
수 있다. 이들 경제정보 이용자 숫자도 급증해 지난 95년 한해동안
에만 40만건의 접속건수를 기록했다. 이용자 숫자는 정보화 속도에
비례해 급증할 전망이다.
이밖에 공보처도 지난해부터 PC통신망에 [열린정부 "알림마당"]
이라는 방을 개설해 각부처가 올리는 공개정보를 일반에게 서비스
하는등 90년대 들어 정부부처들은 대민 정보서비스에 적극성을 보
이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정보화]라는 잣대에서 보면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도 적잖이 발견된다. 우선 EPIC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각경제
부처가 자료를 발표한후 EPIC에 자료가 공개되기까지에는 평균 3
∼4일이 소요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부처
로부터 발표자료를 받아 오퍼레이터들이 이를 일일이 재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자료가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되고 있다. 따라
서 이 자료를 전송받거나 디스켓을 얻어다가 복사하면 자료 발표와
동시에 이를 통신망에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들 자료는 다시 한자씩 재입력되고 있고, 그러다보니 EPIC에 공
개하기까지 평균 3∼4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편을 겪는 쪽은 이용자들이다. 안내소에
따르면 직접 안내소를 찾는 이용자들의 절반이상이 기업체 직원들
이다. 특히 분초를 다퉈 발표자료를 입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대기업등은 언론에 발표되는 즉시 직원들을 보내 자료를 복사해 가
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매주 두세차례 정규적으로 이곳에 직원을
보내고 있다.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낭비이다. 기업체 다음으로
이곳을 많이 이용하는 집단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불편을 겪고 있
다. 하나의 정책은 여러 부처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실무
자들은 다른 부처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중인가를 면밀히 체크해야
하는데, 부처간 자료교환이 원만치 못하고 전자정보화도 시간이 걸
리니 직접 안내소로 찾아와 정보를 복사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요구되는 작업이 [표준화]
이다. 현재 각부처가 생산하는 자료는 글자체를 비롯해 자료작성 포
맷이 각기 다르다. 그러다보니 이들 자료를 디스켓으로 받아 아스키
파일로 전환하면, 글자가 깨지고 도표가 깨지는등 엉망이 된다. 공보
처의 [열린정부 "알림마당"] 역시 부처간 상호호환성이 부족해 전환
과정에 파일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표준양식만 만들
어 각부처가 이를 지키면 자료발표와 동시에 즉각 통신망으로 공개
할 수 있고, 지금은 목차정도만 입력하는 방대한 자료들도 스캐너를
이용해 손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정보 표준화]에 걸리적거리는 [언어 장벽]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현재 정부문서나 연구문서 또는 언론매체 문서에서 가장 큰 장애
가 되는 것이 [한자]이다.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아직도
우리사회의 주요 정보생산집단이 생산해내는 자료를 보면 한글로
표기해도 의사전달에 아무런 오차가 생길리 없는 國際, 國內, 政府,
政策, 敎育, 市場, 競爭, 促進, 豫算, 追加, 大企業, 中小企業, 會議같
은 표기가 어떤 자료를 들쳐보아도 수두룩하다. 이런 자료를 접하
는 대다수가 지식대중집단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여간 의미없는
권위적 관행이 아니다. 애당초 문서가 작성될 때 한가지 언어로 만
들어져야 전산화 과정에 불필요한 기술적 충돌이 최소화되고 자료
처리 시간도 절약되게 마련이다. 방대한 전자자료더미 속에서 필요
한 정보를 검색할 때에도 한가지 언어표기가 더없이 효율적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21세기 초고속 정보화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현재 제조업을 중심으로 가공스런 경제팽창을 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발전에 언어문제가 결정적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만여자에 달하는 방대한 한자 모두를 인식하는 프로그램 개
발이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한 중국정부는 최근 획수를 최소화한 신종한자 이른바 [간자]의 개
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작업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보화는 곧 표준화}라는 단순한 원리를 실천에 옮길 때이다.
민간정보의 디지털화
현재 언론연구원을 통해 기사화된 정보를 전자화해 서비스하고,
독자적 전자신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언론도 마찬가지로 앞으
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언론 또한 우리사회의 가장 강력한
정보생산집단이기 때문이다.
세계 4대통신중 하나인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얼마 전부터 미국
교육시장을 상대로 주목할만한 장사를 시작했다. PC통신망을 통해
미국 각학교에 [현대사 전자교과서]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전자교과서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로이터의 1천5백여 기자와 카
메라맨이 모아온 그날의 정치, 경제 관련 정보를 분류정리한 뒤 각
뉴스에 관계되는 인물의 프로필과 지도 등을 학년별 수준에 맞게끔
참고자료로 덧붙여 디지털화한 것이었다. 6∼18세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전자교과서는 그날그날 PC통신망을 통해 유료회원으로 가
입한 각 학교로 보내져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로이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나아가 CATV망을 통해 각 가정에까지 이 전자교과서를 공
급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로이터가 이 작업을 하는 데 추가로 투
입한 인력은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시
급한 과제인 교육개혁을 위해 언론이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시사해주는 훌륭한 예이다.
지식집단의 지적 생산물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
도서관] 만들기도 적극 전개할 때이다. 전자도서관을 이야기할 때
가장 흔히 예로 드는 것이 1억점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세계 최
대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의 디지털화 작업이다. 의회도서관은
지난 94년 10월 [아메리칸 메모리 프로젝트(AMP)]라는 야심찬 계
획을 발표했다. 우선 이용빈도가 높은 자료들부터 매년 1백만점씩
연차적으로 디지털화해 나가, 궁극적으로는 1억점의 소장자료와 미
국 전역의 공공도서관 자료를 전부 디지털 자료화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측은 1단계 작업을 2000년까지 마쳐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의 전자도서관화는 세계 각국에 자극을 주어 우리나라를 비롯
한 주요국가들이 비슷한 형태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전자
도서관화는 엄청난 돈과 인력,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국내현실은
도서관에 신간 출판도서조차 제때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출판시장도 영세해 사회적 효용가치가 높은 인문, 사회, 자연과학 서
적등은 초판 1천∼2천권조차 제대로 소화못해 쩔쩔매는 처지이다. 무
언가 미국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정부 역할이다. 크게 위축된 지식집단의 지적
생산을 촉발하는 동시에, 출판물 도서관의 내실화와 전자도서관화
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한가
지 아이디어가 있다. 해마다 보존가치가 높은 1천종의 신간서적의
일정량, 약 5백권 정도(출판사들은 이 정도만 안정적으로 소화돼도
전문서적 출판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 말한다)씩을 정부가 구입해
이를 전국의 국립,시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배치하
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요되는 연간비용은 1천종 X 5백권 X 낱권
당 6천원 X 70%(출판사의 서점 보급가)=19억원이다. 정부는 그대
신 이들 출판사에 대해 책 출간과 동시에 작성된 책의 원고 전체를
정부가 지정한 네트워크에 반드시 공개해 일반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요즘은 거의 모든 저자가 컴퓨터를 이용해 원고를 작성하고,
출판사도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하는 만큼 표준양식만 정하면 이들
신간의 내용은 별다른 작업없이 즉각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본디 외국에서도 전자도서관화 작업을 할 때 우선적으로 디지털
화하는 것이 최신 정보와 지식을 담은 신간들이다. 이용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만약 연간 1천종의 신간서적을 출판사들이 네트워
크에 공개하도록 할 경우 5년이면 5천종, 10년이면 1만종의 방대한
양의 저서들을 전자도서관에 삽입할 수 있다. 어부지리로 출판물
도서관의 내실화와 지적 생산의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정부가
연간 20억원정도만 투입해도, 예상되는 파급효과는 이처럼 크다.
정부는 이 과정에 우리사회의 또다른 정보생산집단인 국책연구소
및 민간연구기관, 학술단체, 각종 조사 및 통계기관, 기술연구소 등
지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연구결과 및 자료들도 즉각 전자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도록 정보생산집단간 합의를 도출해내고, 디지털화에
필요한 표준양식을 만들어 보급하는 데 앞장서 힘써야 할 것이다.
<계속 이어집니다>
정보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18세기
산업혁명이래 2백여년만의 최대 산업혁명이다. 싫든좋든 앞으로 정
보화의 해일은 상상을 뛰어넘는 가공스런 파워로 우리 삶을 밑둥채
변화시킬 것이다.
이미 구미에서는 정보혁명이 기존의 모든 관념틀과 생활틀, 노동
틀, 교육틀, 정치틀, 놀이틀을 무차별 파괴하고 있다.
우선 산업현장이 파괴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이래 세계경제
를 지배해온 제조업체들은 급속히 정보업체와 유통업체의 하청공장
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보혁명은 유통마진을 없애 물건값을 절반으
로 낮추는 범세계적 [가격파괴]도 동반하고 있다. [인사 파괴]도
수반돼 정보를 다룰 줄 모르는 간부나 화이트칼라는 무더기로 해고
되고 있다. 근육노동자의 몸값이 나날이 하락하는 반면, 정보를 자
유자재로 요리하는 두뇌노동자는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교육현장도 급변하고 있다. 더 이상 교사나 교수들은 낡은 지식
으로 군림할 수 없게 됐다. 폐쇄적 공간에서 감시자없이 행해지던
[칠판교육] 대신에 개방적인 [전자교육], [통신교육] 시대가 열리
고 있기 때문이다. 1류, 2류, 3류로 구분되던 학교간 장벽과 학벌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전자도서관등 정보혁명의 결실을 잘 활용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전문두뇌를 키워내는 학교만이 1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정치판도 파괴되고 있다. PC통신으로 접속된 1백만명의 거대한
청년정치 압력단체가 미국에서 출현하는가 하면, 통신망을 이용한
전자선거, 전자감시, 전자홍보가 시작됐다. 정보혁명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설땅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류역사상 정치혁명은 여러번 왔다갔다. 그러나 지속적 사회혁
명은 극히 드물게 수백년마다 한 번씩 찾아왔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 거대한 사회혁명이 시작됐다}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사 회장의
말 그대로이다.
정보화는 이처럼 [혁명]이다. 혁명은 창조적 파괴를 필요로 한다.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가피하게 희생자가 된다. 그러나 혁명은
파괴를 통한 창조이다. 정보혁명은 일종의 마술과 같다. 기존의 사
고틀이나 정책수단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같아 보이던 난제들
에 대해서도 정보혁명은 해법을 제시한다. 비근한 예로 현대산업사
회의 최대골치거리인 교통문제와 정보화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지금 서울특별시는 극심한 도심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2천원의
남산터널 통행료를 받고 주차료와 도심불법주차 과징금을 대폭 인
상하는등 전무후무한 [교통 고통정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런
고통정책을 통해 교통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
다. 짜증스런 교통난을 무릅쓰고 꾸역꾸역 도심으로 몰려들어오는
자동차들은 행락차량이 아닌 업무용차량, 출근차량이기 때문이다.
도심의 업무기능을 대거 도심 외곽 또는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가 바로 서울시의 교통난이다. 그러나
정보화가 급진전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1994년 9월20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는 자사 사무직 직
원 2만5천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최초로 대단위 재택근무 실험을
했다. [커뮤니팅 데이]라고 이름붙여진 이날 사무직직원들은 회사
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퍼스널컴퓨터와 팩시밀리, 전화로 모든 업
무를 처리했다. 회사측은 다음날 이 가운데 7천3백명에게 재택근무
에 대한 반응을 물었다. 그러자 이 가운데 76%가 {회사에 출근하
는 것보다 집에서 근무하는 쪽이 효율적이었다}고 답했다. {사람들
은 집에서 일하기보다는 직장에 나가길 원한다}던 종전의 사회통념
을 파괴한 의미있는 실험결과였다.
AT&T측은 이 실험결과에 기초해 {정보화가 고도로 진전돼 재
택근무와 전자통신이 보편화되면 지금처럼 일정 시간대에 도심의
한곳으로 집중됐다가 빠져나가곤 하는 출퇴근 인파와 대낮의 인구
이동량이 크게 줄어 교통난이 해소되고, 부차적 효과로 현재 도시
환경오염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스모그도 크게 줄어 오존
경보 등이 사라질것}으로 결론내렸다.
정보화는 도시 교통난뿐 아니라 고속도로 교통난으로 대표되는
물류난을 해소하는 결정적 단초도 제공할 전망이다. 정보화가 진전
돼 전자 홈쇼핑등이 일반화되면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단지 주변의
교통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전자 홈쇼핑등 정보화가 고
도화돼도 물류 교통난은 도리어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전자매체로 주문받은 물건을 주문자에게 날라다 주는 것은
어디나 사람 몫이고 화물차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물류 교통난은 지금뿐 아니라 미래의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는데, 이 또한 정보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제작사 폴크스바겐은 요즘 주행하는 자동차
에서 전파를 발사해 앞 뒤 자동차 간격을 자동으로 일정하게 유지
하게 하는 시스템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이 회사는 1995년 행
한 실험 주행에서 여러 대의 트럭이 불과 수십cm의 간격을 유지하
며 시속 1백km이상으로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상용화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겠으나, 한정된 고속도로에서도 물
류난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발견된 셈이다.
정보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생존차원의 과제인 것이다.
[소프트웨어 정보화]
그러면 이처럼 시급한 정보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현재 정부는 천문학적 거금을 쏟아부어 초고속통신망 구축을 서
두르고 있다. 또한 위성방송, 유선방송, 지역방송 등 초정보 멀티미
디어시대에 대비한 각종 매체의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각 대기업들
도 정보통신과 반도체 등 정보관련형 첨단산업에 21세기의 사운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작업이 정보화의 전부는 아니다. 현재 정부가 추
진하는 작업은 엄격히 말해 전자정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닦는
[하드웨어 정보화]에 불과하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소프트웨어
정보화]는 크게 미진한 상태이다.
하드웨어 정보화가 고속도로를 놓는 일이라면, 소프트웨어 정보
화란 그 고속도로위를 씽씽 달려갈 자동차들을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애써 닦아놓은 길에 외제차만 달리게 할 수는 없는 일 아
닌가.
[소프트웨어 정보화]란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드웨어
정보화처럼 천문학적 거금이 소요되는 일도 아니다. 발상법만 바꾼
다면 할 일은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고, 예상되는 파급효과도 엄
청나다.
소프트웨어 정보화의 첫단추는 정보생산집단이 끼워야 한다.
정보도 유형의 상품과 마찬가지로 생산자가 있고, 소비자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사회나 사정은 비슷하나,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정보를 왕성하게 생산하는 집단은 정부와 언론, 기업, 지식인들이
다. 이들이 일상적으로 쏟아내는 정보를 일반 생산현장, 교육현장,
생활현장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가공하는 일이 바로 소프
트웨어 정보화의 핵심이자 지름길이다.
정보화는 곧 표준화
여러 정보생산집단중 우선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살펴
보자.
재정경제원등 11개 경제부처 및 관련기관은 현재 전국 17개소에
국민경제교육연구소 산하 경제자료안내실을 개설, 매일같이 쏟아지
는 각종 보도자료 및 정기간행물, 정책해설자료, 팜플렛, 책자 등을
일반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 경제중심이 상당부분 민간에게로 옮겨감에 따라 종전보다 역
할이 축소되긴 했으나 아직도 정부는 우리경제의 명실상부한 파워
센터이다.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든 파워센터는 가장 왕성한 정
보생산집단이었고, 지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11개 경제부처가 매일같
이 쏟아내는 정보량은 엄청나다.
국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4년 9월부터 96년 8월까지 최근
2년간 11개 경제관련부처가 쏟아낸 보도자료는 재경원의 3천4백96
건을 비롯해 통상산업부의 2천6백37건, 건설교통부의 1천1백70건 등
도합 1만2천2백36건에 이르고 있다. 연평균 6천여건의 엄청난 자료
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경제교육연구소는 이들 자료를 과천 제2종합청사를 비롯해
전국 17개 정부부처 및 상공회의소,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경제자
료안내실을 통해 일반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민간경제에서 정부정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당연히 이들 안내실을 찾는 이
들의 발길이 잦다.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안내실을 오픈한 90년 7
월부터 96년 7월까지 안내실을 직접 방문해 자료를 이용한 이는 30
만2천4백90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팩시밀리나 우편물을 통해 자
료를 받아본 17만4천2백27명까지 합하면 전체 이용자 숫자는 47만6
천여명에 달한다. 연평균 8만명이 이용한 셈이다.
연구소측은 지난 91년 11월부터 경제부처의 출판물 발표자료를
일일이 컴퓨터로 입력, 하이텔등 14개 PC통신망을 통해 통신이용자
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정보를 시급히 얻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일
반인은 자료 발표 3∼4일후 EPIC이라 이름붙여진 PC통신망 자료
공개실에 들어가면 두터운 책자나 간행물을 제외한 모든 자료를 볼
수 있다. 이들 경제정보 이용자 숫자도 급증해 지난 95년 한해동안
에만 40만건의 접속건수를 기록했다. 이용자 숫자는 정보화 속도에
비례해 급증할 전망이다.
이밖에 공보처도 지난해부터 PC통신망에 [열린정부 "알림마당"]
이라는 방을 개설해 각부처가 올리는 공개정보를 일반에게 서비스
하는등 90년대 들어 정부부처들은 대민 정보서비스에 적극성을 보
이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정보화]라는 잣대에서 보면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도 적잖이 발견된다. 우선 EPIC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각경제
부처가 자료를 발표한후 EPIC에 자료가 공개되기까지에는 평균 3
∼4일이 소요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부처
로부터 발표자료를 받아 오퍼레이터들이 이를 일일이 재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자료가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되고 있다. 따라
서 이 자료를 전송받거나 디스켓을 얻어다가 복사하면 자료 발표와
동시에 이를 통신망에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들 자료는 다시 한자씩 재입력되고 있고, 그러다보니 EPIC에 공
개하기까지 평균 3∼4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편을 겪는 쪽은 이용자들이다. 안내소에
따르면 직접 안내소를 찾는 이용자들의 절반이상이 기업체 직원들
이다. 특히 분초를 다퉈 발표자료를 입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대기업등은 언론에 발표되는 즉시 직원들을 보내 자료를 복사해 가
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매주 두세차례 정규적으로 이곳에 직원을
보내고 있다.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낭비이다. 기업체 다음으로
이곳을 많이 이용하는 집단인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불편을 겪고 있
다. 하나의 정책은 여러 부처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실무
자들은 다른 부처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중인가를 면밀히 체크해야
하는데, 부처간 자료교환이 원만치 못하고 전자정보화도 시간이 걸
리니 직접 안내소로 찾아와 정보를 복사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요구되는 작업이 [표준화]
이다. 현재 각부처가 생산하는 자료는 글자체를 비롯해 자료작성 포
맷이 각기 다르다. 그러다보니 이들 자료를 디스켓으로 받아 아스키
파일로 전환하면, 글자가 깨지고 도표가 깨지는등 엉망이 된다. 공보
처의 [열린정부 "알림마당"] 역시 부처간 상호호환성이 부족해 전환
과정에 파일이 깨지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표준양식만 만들
어 각부처가 이를 지키면 자료발표와 동시에 즉각 통신망으로 공개
할 수 있고, 지금은 목차정도만 입력하는 방대한 자료들도 스캐너를
이용해 손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정보 표준화]에 걸리적거리는 [언어 장벽]도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
현재 정부문서나 연구문서 또는 언론매체 문서에서 가장 큰 장애
가 되는 것이 [한자]이다.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아직도
우리사회의 주요 정보생산집단이 생산해내는 자료를 보면 한글로
표기해도 의사전달에 아무런 오차가 생길리 없는 國際, 國內, 政府,
政策, 敎育, 市場, 競爭, 促進, 豫算, 追加, 大企業, 中小企業, 會議같
은 표기가 어떤 자료를 들쳐보아도 수두룩하다. 이런 자료를 접하
는 대다수가 지식대중집단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여간 의미없는
권위적 관행이 아니다. 애당초 문서가 작성될 때 한가지 언어로 만
들어져야 전산화 과정에 불필요한 기술적 충돌이 최소화되고 자료
처리 시간도 절약되게 마련이다. 방대한 전자자료더미 속에서 필요
한 정보를 검색할 때에도 한가지 언어표기가 더없이 효율적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21세기 초고속 정보화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현재 제조업을 중심으로 가공스런 경제팽창을 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발전에 언어문제가 결정적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만여자에 달하는 방대한 한자 모두를 인식하는 프로그램 개
발이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한 중국정부는 최근 획수를 최소화한 신종한자 이른바 [간자]의 개
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작업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보화는 곧 표준화}라는 단순한 원리를 실천에 옮길 때이다.
민간정보의 디지털화
현재 언론연구원을 통해 기사화된 정보를 전자화해 서비스하고,
독자적 전자신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언론도 마찬가지로 앞으
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언론 또한 우리사회의 가장 강력한
정보생산집단이기 때문이다.
세계 4대통신중 하나인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얼마 전부터 미국
교육시장을 상대로 주목할만한 장사를 시작했다. PC통신망을 통해
미국 각학교에 [현대사 전자교과서]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전자교과서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로이터의 1천5백여 기자와 카
메라맨이 모아온 그날의 정치, 경제 관련 정보를 분류정리한 뒤 각
뉴스에 관계되는 인물의 프로필과 지도 등을 학년별 수준에 맞게끔
참고자료로 덧붙여 디지털화한 것이었다. 6∼18세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전자교과서는 그날그날 PC통신망을 통해 유료회원으로 가
입한 각 학교로 보내져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로이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나아가 CATV망을 통해 각 가정에까지 이 전자교과서를 공
급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로이터가 이 작업을 하는 데 추가로 투
입한 인력은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시
급한 과제인 교육개혁을 위해 언론이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시사해주는 훌륭한 예이다.
지식집단의 지적 생산물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
도서관] 만들기도 적극 전개할 때이다. 전자도서관을 이야기할 때
가장 흔히 예로 드는 것이 1억점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세계 최
대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의 디지털화 작업이다. 의회도서관은
지난 94년 10월 [아메리칸 메모리 프로젝트(AMP)]라는 야심찬 계
획을 발표했다. 우선 이용빈도가 높은 자료들부터 매년 1백만점씩
연차적으로 디지털화해 나가, 궁극적으로는 1억점의 소장자료와 미
국 전역의 공공도서관 자료를 전부 디지털 자료화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측은 1단계 작업을 2000년까지 마쳐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의 전자도서관화는 세계 각국에 자극을 주어 우리나라를 비롯
한 주요국가들이 비슷한 형태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전자
도서관화는 엄청난 돈과 인력,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국내현실은
도서관에 신간 출판도서조차 제때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출판시장도 영세해 사회적 효용가치가 높은 인문, 사회, 자연과학 서
적등은 초판 1천∼2천권조차 제대로 소화못해 쩔쩔매는 처지이다. 무
언가 미국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필요로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정부 역할이다. 크게 위축된 지식집단의 지적
생산을 촉발하는 동시에, 출판물 도서관의 내실화와 전자도서관화
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한가
지 아이디어가 있다. 해마다 보존가치가 높은 1천종의 신간서적의
일정량, 약 5백권 정도(출판사들은 이 정도만 안정적으로 소화돼도
전문서적 출판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 말한다)씩을 정부가 구입해
이를 전국의 국립,시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배치하
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요되는 연간비용은 1천종 X 5백권 X 낱권
당 6천원 X 70%(출판사의 서점 보급가)=19억원이다. 정부는 그대
신 이들 출판사에 대해 책 출간과 동시에 작성된 책의 원고 전체를
정부가 지정한 네트워크에 반드시 공개해 일반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요즘은 거의 모든 저자가 컴퓨터를 이용해 원고를 작성하고,
출판사도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하는 만큼 표준양식만 정하면 이들
신간의 내용은 별다른 작업없이 즉각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본디 외국에서도 전자도서관화 작업을 할 때 우선적으로 디지털
화하는 것이 최신 정보와 지식을 담은 신간들이다. 이용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만약 연간 1천종의 신간서적을 출판사들이 네트워
크에 공개하도록 할 경우 5년이면 5천종, 10년이면 1만종의 방대한
양의 저서들을 전자도서관에 삽입할 수 있다. 어부지리로 출판물
도서관의 내실화와 지적 생산의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정부가
연간 20억원정도만 투입해도, 예상되는 파급효과는 이처럼 크다.
정부는 이 과정에 우리사회의 또다른 정보생산집단인 국책연구소
및 민간연구기관, 학술단체, 각종 조사 및 통계기관, 기술연구소 등
지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연구결과 및 자료들도 즉각 전자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도록 정보생산집단간 합의를 도출해내고, 디지털화에
필요한 표준양식을 만들어 보급하는 데 앞장서 힘써야 할 것이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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