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처에서 나온 자료인데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되어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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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96-15
이제는 [소프트웨어 정보화]에 힘쓸 때
박 태 견�け�け문화일보 경제부 기자
차 례
창세기부터 정보는 권력이었다/3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4
정보화는 곧 정보민주화/7
외압이 강요하는 정보화/9
정보화가 몰고온 2백년만의 대변혁/12
[소프트웨어 정보화]/15
정보화는 곧 표준화/16
민간정보의 디지털화/20
[2.7차 산업]이라는 하나의 해법/22
정보산업의 꽃, 만화파생산업/24
"사회제도, 기업조직, 산업규제, 인프라 등 구시대의 패러다임 전체
가 안 바뀌면 정보혁명은 결코 사회발전과 기업 생산성을 가져오지
않는다}(크리스토퍼 프리드먼의 <희망의 경제학>에서) "
창세기부터 정보는 권력이었다
{정보화는 21세기 생존의 열쇠, 정보화를 이룩하지 못한 사회는
조만간 몰락한다}
요즘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는 [정보화 예찬론]이자 [정보화 추
진론]이다. 그러나 정보화를 목청높여 외치는 현대사회 이전에도
[정보]는 본디 권력과 부의 원천이었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인류가 맨처음 사회라는 집단을 조직했을 원시시대때부터 그 집
단의 수장에게 정보만큼 중요한 통치도구는 따로 없었다. 한 예로
아직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의 원시공동체 시절에는 언제나 수장이
나 족장 주위에는 주술사 또는 마술사라고 불리는 [정보수집가]가
참모로 붙어있었다. 주술사는 어떤 식물이 아픈 데 효험이 있으며
언제쯤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치는가에 대한 경험법칙상의 정보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처럼 정보를 제대로
관리할 줄 알던 주술사는 통치자에게 더없이 필요한 참모였고, 주
술사는 경험에 기초한 이같은 정보를 자신의 후손에게만 극비리에
전수함으로써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나갔다.
이같은 전통은 그후 문자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갔는데, {삼국
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같은 인물이 주술사의 전통을 잇는 대표
적 인물이었다. 천문학(요즘의 기상학)에 대한 깊은 조예로 동남풍
의 도래를 예견한 제갈공명은 또다른 주술사인 방통과 손잡고 적벽
대전의 연환지계를 멋들어지게 성공시킴으로써 위나라와 오나라에
동시타격을 가해 삼국시대를 개막하고, 촉나라의 제2인자 자리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정보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근,현대에 들어오면서 정보관리는
한층 중요한 통치수단이 돼, 모든 근대국가 정부는 예외없이 정보
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별도의 정보기관을 설립해 조직적으로 정
보를 수집, 관리, 이용했다. 정부뿐 아니라 언론, 기업 등 근대화시
대의 새로운 파워집단으로 출현한 모든 조직들도 정보수집에 열성
이었고, 이렇게 취득한 정보를 사세 확장 또는 유사시 自衛도구로
적극 활용해 나갔다. 최근에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신문전쟁]때
펼쳐진 폭로전은 평소 우리 사회의 파워그룹이 얼마나 정보 수집
및 관리에 치밀한가를 보여주는 산 증거이기도 하다. 또 개각철이
나 정부의 주요정책이 바뀔 때마다 단 1분 1초라도 먼저 내용을 알
고 대응하기 위해 부처와 언론을 상대로 기업들이 펼치는 숨가쁜
정보전 역시 정보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론사와 기업, 증
권가 등에서 정기적으로 작성되는 비공식 정보보고서는 지금 각계
파워그룹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
정보는 이처럼 동서고금을 통틀어 권력과 부의 원천이었다. 그러
나 지금까지의 정보는 소수 통치집단 또는 파워그룹의 전유물이었
다. 반면에 앞으로는 상황이 1백80도 뒤바뀔 전망이다. 사회 각부분
이 급속히 [전문화], [수평화]되면서 정보란 더 이상 몇몇 특정개
인이나 특정집단의 전유물일 수 없게끔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1960년대말 기존의 지식인 집단이 일대 수난
을 당했다. 기존에 일본에서 존경받던 3대 지식인 그룹은 관료, 학
자, 언론인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집단은 전쟁으로 피폐
화된 일본사회의 산업화와 현대화를 주도한 엘리트 그룹으로서 모
든이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64년 도쿄올림픽을 분기
점으로 60년대 후반 들어 일본이 세계최강의 제조업대국, 수출강국
으로서 부활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구태의연한 낡은 지식과 정
보에 기초해 [아는 체]나 하는 권위적 인물들이라는 식으로 냉소적
사회인식이 급팽창한 것이다.
이같은 인식변화는 기업등 사회 각부문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이
들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 급변하는 외국문물에 접하는등 국제사
회에서 쉼없이 생산되는 최신정보에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세계 제1의 상품을 만들어내야 생존할 수 있는 수
출주도형 경제시스템을 국가전략으로 택함에 따라 각 부문 종사자
는 세계정상급의 전문가가 돼야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른바 대중 전체가 전문가로 거듭난 것이다. 신조어 만들기를 좋아
하는 일본인들은 이들에게 [전문적 지식대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
기도 했다.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은 기존의 일본 지식집단에게 큰 충격으
로 받아들여졌다. 종전의 낡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서는 더 이상 사
회의 오피니언 리더집단으로 행세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지식집단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보 및 지식 취득
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고, 이런 경쟁적 노력은 일본사회의 발전에
크나큰 순기능을 했다.
필자 생각에는 일본 지식집단이 60년대말에 경험했던 충격이 이
제 우리사회에도 찾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 경제규
모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할 정도로 급팽창했다. 수출입의존도는 세
계최대 무역대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보다도 높다. 외국어 한두개
를 못하면 애당초 취업원서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 돼가고 있다. 직
업인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영역에 관한한 세계 정상급의 국제적 전
문가가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면 우리
사회인들은 이미 [전문적 지식대중]으로의 변신을 마친 상태이다.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은 이미 언론계, 관료집단, 학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쇼크를 가하고 있다. 한 예로 필자가 소속돼 있
는 언론계는 이미 몇해 전부터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이라는 새로
운 상황 전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문에
이렇게 났다}고 하면, 그것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식의 보도라
할지라도 독자들에게 일단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언론계라
는 지식집단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각 언론사가 독자들을 상대로 자체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언론의 문제점으로 가장 빈번히 지적받는 대
목이 [기사의 전문성 부족]이다. 기사가 다룬 분야를 잘 모르는 독
자들이 보면 그럴듯해 보이나,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보면 엉성하
기 짝이 없는 허점과 구태의연한 낡은 정보들의 나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냉소적인 지적이다. 이에 몇해전부터 모든 언론사들이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기자의 전문가화] 또는 [전문가의 기자화]이
며, 상당수 언론사에서 전문성 제고를 위한 각종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다른 기존의 지식집단에서도 단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의
차이만 있을뿐, 비슷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전문 지식대중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 나갈 정보화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
사점을 주는 핵심적 화두이다. 전문 지식대중을 중심축으로 하는
정보화, 전문 지식대중이 필요로 하는 정보화야말로 [정보화 후발
국]인 우리가 미국등 [정보화 선진국]을 최대한 단기간에 따라잡아
21세기 민족공동체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정보화는 곧 정보민주화
정보화란 귀중한 고부가가치를 갖고 있는 정보를 {종전같이 일부
특정집단이 아닌 전문 지식대중을 비롯한 모든 사회집단이 고르게
향유, 사회의 질적 균등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보
민주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化]란 접미어는 본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추세적 의미
외에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당위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예
컨대 세계화란 종전에 몇몇 엘리트집단만이 인식하던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의 위기감과 생존전략을 사회 전구성원이 공감, 체화시킬
때에만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이
다. 지방화란 종전에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통치권을 3천여 지
역단위의 행정주체에게로 이전시켜, 지역사회에 밝은 이들이 책임
지고 지역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요컨대 요즘
웬만한 단어뒤에 쉽게 붙곤 하는 [화]란 접미어는 곧 종전의 [수직
적], [중앙집권적]이던 사회시스템이 [수평적], [분권적] 형태로 전
환중인 세태를 보여주는 한 증거인 셈이다. [정보]에다가 [화]란
접미어를 붙인 정보화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전문적 지식대중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이들의 존재
를 무시한 정보화,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일방적 정
보화란 사실상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정보 민주화
야말로 정보화의 선결조건이라는 지적에 다름아니다.
{누구든 평등하게 정보(지식)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는 [정보 공유화] 또는 [정보 민주화] 사상은 서구에서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이래 상식화된 이념중 하나이다. 그러나 봉건적 권위
주의의 뿌리가 깊었던 아시아에서는 그렇지 못했고, 지금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지금 아시아가 제조업에서는 초강세를 보이나, 정보
산업에서는 미국등 구미에게 크게 뒤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일본 도쿄조케이(東京造形)대학의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21세
기는 정보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는 전자정보 자본주의시대}라고
규정하며 {일본 한국 등 아시아가 정보 초고속도로라는 광통신망
구축을 서두르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정보 민
주화}라고 말한다. {멀티미디어시대 개막의 전제조건은 정보 공유
화이며, 정보공개를 통한 정보 민주화}라고 주장하는 그는 {주요
정보를 소수특권층이 독점하고 있는 현재 아시아의 비민주적 상황
이 타파되지 않고서는 고도화 정보사회로의 진입은 애당초 불가능
하다}고 결론맺고 있다.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콸콸 흘러가는 계곡물같이 이를 필요로 하
는 곳으로 막힘없이 흘러갈 때에만 제값을 하게 마련이다. [정보
초고속도로]라는 21세기 패러다임을 세계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먼
저 제시해 [정보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앨 고어 미국부
통령은 정보 초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수집정보중 95%가 �Ħ고 있다. 기업인과 학생,
연구진들이 이 �Ħ고 있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미
국은 21세기에도 계속해 초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정보 민주화란 가장 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집단, 가장 많
이 정보를 수집하는 집단이 이를 독식하거나, 공개에 따른 비판을
겁내지 않고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회집단에게 공개하고 서비스
하는 인식의 전환, 실천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파워집단에게 정치적
결단 이상의 근원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정보 민주화 욕구는 앞으로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책임맡을 젊은
이들에게 가면 더욱 거세질 것이다. X세대라고도 불리는 요즘 젊은
층들은 {호루라기 소리에 발맞춰 가라면 천당이라 할지라도 안간
다}고 비유될 정도로 획일적 시스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
다. 일각에서는 이런 반획일성을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우려하
기도 하나, 어쩌면 여기에 우리 미래사회의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
르는 일이다.
필자가 출입하고 있는 재정경제원의 한 중간간부는 얼마전 {주변
경제현실을 보면 더없이 암담하나 주요 일간지의 젊은이 페이지를
보면 희망을 되찾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사회틀에서 벗어나 자
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젊은
이들에게서 우리사회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 일
본인도 {질서정연한 일본과는 달리 각자 제각각으로 질서가 없어
보이는 한국 사회를 보고 사회의 무한한 활력과 창조적 미래의 가
능성을 읽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남김없이 모든 정보를 공
개한 뒤 그것들을 갖고서 무언가 기성세대가 생각치 못했던 기발한
작품을 만들게 하는 개방적 자세를 보일 때, 더 이상 우리경제를
이끌어갈 선도산업(Leading Industry)을 찾지 못해 갑갑한 우리 사
회에 확 숨이 트이는 낭보가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
외압이 강요하는 정보화
정보공개로 대표되는 정보민주화를 미룰 수 없는 또하나의 긴박
한 이유가 있다. 정보공개는 조만간 미국등 정보대국의 통상압력
요인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냉전종식후 가장 할 일이 없어진 종전의 파워집단중 하나가 미국
의 국제첩보기관인 CIA이다. CIA는 이에 자신의 활동방향을 [경제
정보 수집]으로 바꾸었다. 그럴 때에만 기구 축소나 요원 감축없이
종전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정보 수집은 빌 클
린턴 정부 출범이후 CIA의 핵심업무중 하나로 공식규정됐다.
이런 방향설정에 따라 CIA는 1994년에 일본 도쿄에 20여명의 직
원을 배치, 하나의 사무실을 열었다. 이 사무실 근무자들의 주된 임
무는 이른바 [회색정보]라 불리는 경제정보 수집이었다. 회색정보
란 상대방 정부가 완전공개하는 백색정보와 철저하게 숨기는 흑색
정보의 중간성격을 갖는 [반공개 행정정보]를 일컫는다. 언론에게
공개하는 보도자료나 참고해설자료 등이 대표적 케이스로, 이들 자
료는 주요내용만 보도될뿐 자세한 내용은 사장되기 일쑤다. 정보공
개를 꺼리기로 유명한 일본정부는 한정된 부수의 자료를 만들어 보
도진에게만 배포함으로써 이들 자료가 널리 퍼지는 것을 의도적으
로 막아왔다. 이들 자료에 회색정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이
유에서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비시장인 일본을 잠식하고자
하는 미국 기업들에게는 이같은 일본정부의 폐쇄성이 큰 불만이었
고, 이에 CIA가 직접 나서 회색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에 이르
른 것이다. CIA 회색정보 수집단은 이때부터 매일같이 일본의 주요
정부부처 및 관련기관을 돌며 보도자료들을 수집, 이를 전산화해
미국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재 일본정부에 대해 모든 정보를
전자정보화해 통신망 등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공개 라운드]라 이름붙여
질만한 새로운 통상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요
구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적 근거가 있다. 현재 미국은 보도자료를
비롯한 모든 정책자료, 심지어는 매일같이 행해지는 모든 기자회견
및 브리핑 내용까지도 즉각 전자정보화해 이를 인터넷등 국제통신
망에 공개하고 있다. 그결과 미국의 거의 모든 정책자료나 회견내
용, 입찰공고, 통계치 등은 세계 어디서라도 발표와 동시에 리얼타
임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유력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1994년에 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
어오는 정보량과 반대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정보량을 수치
화해 비교한 것이다. 아사히는 무형의 정보량을 수치화하기 위해
방송은 10, 신문은 7, 잡지는 5, 논문은 3이라는 식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는 미국으로부터의 유입량이 일
본으로부터의 유출량보다 4배나 많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정보폐쇄
성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미국은 이에 요즘 들어 일본에 대해 [정보공개의 형평성]을 이유
로 모든 정보를 미국수준으로 완전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
다. 일본기업들은 미국의 모든 정보를 샅샅이 훑어 미국시장을 공
략하는 반면에, 미국기업들은 일본시장에 대해 눈뜬 장님꼴이어서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게 미국측 논지였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공개 압력은 요근래 들어 일본에 국한되지 않
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얼마전 재정경제원은 지난 94년에 미국등 21개국과 함께 우리나
라가 가입하기로 서명한 조달협정 후속작업의 하나로 국내조달시장
의 국제입찰정보 공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개정의 요지는 국내조
달시장의 국제입찰정보 공고기간을 현행 10일에서 40일로 늘리고,
공고하는 매체도 정부기관신문인 서울신문 한곳으로 국한하며, 공
고문도 한글외에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 하나를 추가로 선택
해 표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같은 국제입찰정보 공고방식의 변경
은 외형상 조달협정이라는 국제협정에 따른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의 작품이다.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조
달협정 체결에 더없이 집착했고, 우리나라가 22개국만 가입한 이
협정에 가입하게 된 것 역시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
다.
따라서 이번에 바뀐 국제입찰정보 공고방식은 미국기업들이 연간
40조원대의 거대한 국내조달시장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정보획득에
더없이 편리한 길을 닦아준 셈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정보공개 압력이 집요할 것임을 예
고하는 산 증거라 하겠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 국익과 사회발전에 적합한 정보공개등
정보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준비를 소홀히 하다
가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외에 국익보호 차원에서 도리어 보안
을 강화해야 할 정보까지도 외압에 밀려 개방해야 하는 최악의 경
우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
논리 96-15
이제는 [소프트웨어 정보화]에 힘쓸 때
박 태 견�け�け문화일보 경제부 기자
차 례
창세기부터 정보는 권력이었다/3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4
정보화는 곧 정보민주화/7
외압이 강요하는 정보화/9
정보화가 몰고온 2백년만의 대변혁/12
[소프트웨어 정보화]/15
정보화는 곧 표준화/16
민간정보의 디지털화/20
[2.7차 산업]이라는 하나의 해법/22
정보산업의 꽃, 만화파생산업/24
"사회제도, 기업조직, 산업규제, 인프라 등 구시대의 패러다임 전체
가 안 바뀌면 정보혁명은 결코 사회발전과 기업 생산성을 가져오지
않는다}(크리스토퍼 프리드먼의 <희망의 경제학>에서) "
창세기부터 정보는 권력이었다
{정보화는 21세기 생존의 열쇠, 정보화를 이룩하지 못한 사회는
조만간 몰락한다}
요즘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는 [정보화 예찬론]이자 [정보화 추
진론]이다. 그러나 정보화를 목청높여 외치는 현대사회 이전에도
[정보]는 본디 권력과 부의 원천이었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인류가 맨처음 사회라는 집단을 조직했을 원시시대때부터 그 집
단의 수장에게 정보만큼 중요한 통치도구는 따로 없었다. 한 예로
아직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의 원시공동체 시절에는 언제나 수장이
나 족장 주위에는 주술사 또는 마술사라고 불리는 [정보수집가]가
참모로 붙어있었다. 주술사는 어떤 식물이 아픈 데 효험이 있으며
언제쯤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치는가에 대한 경험법칙상의 정보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처럼 정보를 제대로
관리할 줄 알던 주술사는 통치자에게 더없이 필요한 참모였고, 주
술사는 경험에 기초한 이같은 정보를 자신의 후손에게만 극비리에
전수함으로써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나갔다.
이같은 전통은 그후 문자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갔는데, {삼국
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같은 인물이 주술사의 전통을 잇는 대표
적 인물이었다. 천문학(요즘의 기상학)에 대한 깊은 조예로 동남풍
의 도래를 예견한 제갈공명은 또다른 주술사인 방통과 손잡고 적벽
대전의 연환지계를 멋들어지게 성공시킴으로써 위나라와 오나라에
동시타격을 가해 삼국시대를 개막하고, 촉나라의 제2인자 자리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정보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근,현대에 들어오면서 정보관리는
한층 중요한 통치수단이 돼, 모든 근대국가 정부는 예외없이 정보
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별도의 정보기관을 설립해 조직적으로 정
보를 수집, 관리, 이용했다. 정부뿐 아니라 언론, 기업 등 근대화시
대의 새로운 파워집단으로 출현한 모든 조직들도 정보수집에 열성
이었고, 이렇게 취득한 정보를 사세 확장 또는 유사시 自衛도구로
적극 활용해 나갔다. 최근에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신문전쟁]때
펼쳐진 폭로전은 평소 우리 사회의 파워그룹이 얼마나 정보 수집
및 관리에 치밀한가를 보여주는 산 증거이기도 하다. 또 개각철이
나 정부의 주요정책이 바뀔 때마다 단 1분 1초라도 먼저 내용을 알
고 대응하기 위해 부처와 언론을 상대로 기업들이 펼치는 숨가쁜
정보전 역시 정보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론사와 기업, 증
권가 등에서 정기적으로 작성되는 비공식 정보보고서는 지금 각계
파워그룹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
정보는 이처럼 동서고금을 통틀어 권력과 부의 원천이었다. 그러
나 지금까지의 정보는 소수 통치집단 또는 파워그룹의 전유물이었
다. 반면에 앞으로는 상황이 1백80도 뒤바뀔 전망이다. 사회 각부분
이 급속히 [전문화], [수평화]되면서 정보란 더 이상 몇몇 특정개
인이나 특정집단의 전유물일 수 없게끔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1960년대말 기존의 지식인 집단이 일대 수난
을 당했다. 기존에 일본에서 존경받던 3대 지식인 그룹은 관료, 학
자, 언론인이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집단은 전쟁으로 피폐
화된 일본사회의 산업화와 현대화를 주도한 엘리트 그룹으로서 모
든이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64년 도쿄올림픽을 분기
점으로 60년대 후반 들어 일본이 세계최강의 제조업대국, 수출강국
으로서 부활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구태의연한 낡은 지식과 정
보에 기초해 [아는 체]나 하는 권위적 인물들이라는 식으로 냉소적
사회인식이 급팽창한 것이다.
이같은 인식변화는 기업등 사회 각부문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이
들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 급변하는 외국문물에 접하는등 국제사
회에서 쉼없이 생산되는 최신정보에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세계 제1의 상품을 만들어내야 생존할 수 있는 수
출주도형 경제시스템을 국가전략으로 택함에 따라 각 부문 종사자
는 세계정상급의 전문가가 돼야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른바 대중 전체가 전문가로 거듭난 것이다. 신조어 만들기를 좋아
하는 일본인들은 이들에게 [전문적 지식대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
기도 했다.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은 기존의 일본 지식집단에게 큰 충격으
로 받아들여졌다. 종전의 낡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서는 더 이상 사
회의 오피니언 리더집단으로 행세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지식집단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보 및 지식 취득
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고, 이런 경쟁적 노력은 일본사회의 발전에
크나큰 순기능을 했다.
필자 생각에는 일본 지식집단이 60년대말에 경험했던 충격이 이
제 우리사회에도 찾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 경제규
모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할 정도로 급팽창했다. 수출입의존도는 세
계최대 무역대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보다도 높다. 외국어 한두개
를 못하면 애당초 취업원서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 돼가고 있다. 직
업인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영역에 관한한 세계 정상급의 국제적 전
문가가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면 우리
사회인들은 이미 [전문적 지식대중]으로의 변신을 마친 상태이다.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은 이미 언론계, 관료집단, 학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쇼크를 가하고 있다. 한 예로 필자가 소속돼 있
는 언론계는 이미 몇해 전부터 전문적 지식대중의 출현이라는 새로
운 상황 전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문에
이렇게 났다}고 하면, 그것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식의 보도라
할지라도 독자들에게 일단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언론계라
는 지식집단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각 언론사가 독자들을 상대로 자체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언론의 문제점으로 가장 빈번히 지적받는 대
목이 [기사의 전문성 부족]이다. 기사가 다룬 분야를 잘 모르는 독
자들이 보면 그럴듯해 보이나,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보면 엉성하
기 짝이 없는 허점과 구태의연한 낡은 정보들의 나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냉소적인 지적이다. 이에 몇해전부터 모든 언론사들이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기자의 전문가화] 또는 [전문가의 기자화]이
며, 상당수 언론사에서 전문성 제고를 위한 각종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다른 기존의 지식집단에서도 단지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의
차이만 있을뿐, 비슷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전문 지식대중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 나갈 정보화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
사점을 주는 핵심적 화두이다. 전문 지식대중을 중심축으로 하는
정보화, 전문 지식대중이 필요로 하는 정보화야말로 [정보화 후발
국]인 우리가 미국등 [정보화 선진국]을 최대한 단기간에 따라잡아
21세기 민족공동체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정보화는 곧 정보민주화
정보화란 귀중한 고부가가치를 갖고 있는 정보를 {종전같이 일부
특정집단이 아닌 전문 지식대중을 비롯한 모든 사회집단이 고르게
향유, 사회의 질적 균등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보
민주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化]란 접미어는 본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추세적 의미
외에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당위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예
컨대 세계화란 종전에 몇몇 엘리트집단만이 인식하던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의 위기감과 생존전략을 사회 전구성원이 공감, 체화시킬
때에만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이
다. 지방화란 종전에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통치권을 3천여 지
역단위의 행정주체에게로 이전시켜, 지역사회에 밝은 이들이 책임
지고 지역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요컨대 요즘
웬만한 단어뒤에 쉽게 붙곤 하는 [화]란 접미어는 곧 종전의 [수직
적], [중앙집권적]이던 사회시스템이 [수평적], [분권적] 형태로 전
환중인 세태를 보여주는 한 증거인 셈이다. [정보]에다가 [화]란
접미어를 붙인 정보화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전문적 지식대중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이들의 존재
를 무시한 정보화,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일방적 정
보화란 사실상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정보 민주화
야말로 정보화의 선결조건이라는 지적에 다름아니다.
{누구든 평등하게 정보(지식)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는 [정보 공유화] 또는 [정보 민주화] 사상은 서구에서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이래 상식화된 이념중 하나이다. 그러나 봉건적 권위
주의의 뿌리가 깊었던 아시아에서는 그렇지 못했고, 지금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지금 아시아가 제조업에서는 초강세를 보이나, 정보
산업에서는 미국등 구미에게 크게 뒤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일본 도쿄조케이(東京造形)대학의 가시와기 히로시 교수는 {21세
기는 정보와 경제를 분리할 수 없는 전자정보 자본주의시대}라고
규정하며 {일본 한국 등 아시아가 정보 초고속도로라는 광통신망
구축을 서두르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정보 민
주화}라고 말한다. {멀티미디어시대 개막의 전제조건은 정보 공유
화이며, 정보공개를 통한 정보 민주화}라고 주장하는 그는 {주요
정보를 소수특권층이 독점하고 있는 현재 아시아의 비민주적 상황
이 타파되지 않고서는 고도화 정보사회로의 진입은 애당초 불가능
하다}고 결론맺고 있다.
정보는 위에서 아래로 콸콸 흘러가는 계곡물같이 이를 필요로 하
는 곳으로 막힘없이 흘러갈 때에만 제값을 하게 마련이다. [정보
초고속도로]라는 21세기 패러다임을 세계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먼
저 제시해 [정보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앨 고어 미국부
통령은 정보 초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수집정보중 95%가 �Ħ고 있다. 기업인과 학생,
연구진들이 이 �Ħ고 있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미
국은 21세기에도 계속해 초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정보 민주화란 가장 많은 정보를 생산하는 집단, 가장 많
이 정보를 수집하는 집단이 이를 독식하거나, 공개에 따른 비판을
겁내지 않고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회집단에게 공개하고 서비스
하는 인식의 전환, 실천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파워집단에게 정치적
결단 이상의 근원적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정보 민주화 욕구는 앞으로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책임맡을 젊은
이들에게 가면 더욱 거세질 것이다. X세대라고도 불리는 요즘 젊은
층들은 {호루라기 소리에 발맞춰 가라면 천당이라 할지라도 안간
다}고 비유될 정도로 획일적 시스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
다. 일각에서는 이런 반획일성을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우려하
기도 하나, 어쩌면 여기에 우리 미래사회의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
르는 일이다.
필자가 출입하고 있는 재정경제원의 한 중간간부는 얼마전 {주변
경제현실을 보면 더없이 암담하나 주요 일간지의 젊은이 페이지를
보면 희망을 되찾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사회틀에서 벗어나 자
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젊은
이들에게서 우리사회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 일
본인도 {질서정연한 일본과는 달리 각자 제각각으로 질서가 없어
보이는 한국 사회를 보고 사회의 무한한 활력과 창조적 미래의 가
능성을 읽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남김없이 모든 정보를 공
개한 뒤 그것들을 갖고서 무언가 기성세대가 생각치 못했던 기발한
작품을 만들게 하는 개방적 자세를 보일 때, 더 이상 우리경제를
이끌어갈 선도산업(Leading Industry)을 찾지 못해 갑갑한 우리 사
회에 확 숨이 트이는 낭보가 들려올 가능성이 높다.
외압이 강요하는 정보화
정보공개로 대표되는 정보민주화를 미룰 수 없는 또하나의 긴박
한 이유가 있다. 정보공개는 조만간 미국등 정보대국의 통상압력
요인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냉전종식후 가장 할 일이 없어진 종전의 파워집단중 하나가 미국
의 국제첩보기관인 CIA이다. CIA는 이에 자신의 활동방향을 [경제
정보 수집]으로 바꾸었다. 그럴 때에만 기구 축소나 요원 감축없이
종전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정보 수집은 빌 클
린턴 정부 출범이후 CIA의 핵심업무중 하나로 공식규정됐다.
이런 방향설정에 따라 CIA는 1994년에 일본 도쿄에 20여명의 직
원을 배치, 하나의 사무실을 열었다. 이 사무실 근무자들의 주된 임
무는 이른바 [회색정보]라 불리는 경제정보 수집이었다. 회색정보
란 상대방 정부가 완전공개하는 백색정보와 철저하게 숨기는 흑색
정보의 중간성격을 갖는 [반공개 행정정보]를 일컫는다. 언론에게
공개하는 보도자료나 참고해설자료 등이 대표적 케이스로, 이들 자
료는 주요내용만 보도될뿐 자세한 내용은 사장되기 일쑤다. 정보공
개를 꺼리기로 유명한 일본정부는 한정된 부수의 자료를 만들어 보
도진에게만 배포함으로써 이들 자료가 널리 퍼지는 것을 의도적으
로 막아왔다. 이들 자료에 회색정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이
유에서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비시장인 일본을 잠식하고자
하는 미국 기업들에게는 이같은 일본정부의 폐쇄성이 큰 불만이었
고, 이에 CIA가 직접 나서 회색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기에 이르
른 것이다. CIA 회색정보 수집단은 이때부터 매일같이 일본의 주요
정부부처 및 관련기관을 돌며 보도자료들을 수집, 이를 전산화해
미국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재 일본정부에 대해 모든 정보를
전자정보화해 통신망 등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공개 라운드]라 이름붙여
질만한 새로운 통상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요
구에는 나름대로의 논리적 근거가 있다. 현재 미국은 보도자료를
비롯한 모든 정책자료, 심지어는 매일같이 행해지는 모든 기자회견
및 브리핑 내용까지도 즉각 전자정보화해 이를 인터넷등 국제통신
망에 공개하고 있다. 그결과 미국의 거의 모든 정책자료나 회견내
용, 입찰공고, 통계치 등은 세계 어디서라도 발표와 동시에 리얼타
임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유력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1994년에 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
어오는 정보량과 반대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정보량을 수치
화해 비교한 것이다. 아사히는 무형의 정보량을 수치화하기 위해
방송은 10, 신문은 7, 잡지는 5, 논문은 3이라는 식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는 미국으로부터의 유입량이 일
본으로부터의 유출량보다 4배나 많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정보폐쇄
성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미국은 이에 요즘 들어 일본에 대해 [정보공개의 형평성]을 이유
로 모든 정보를 미국수준으로 완전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
다. 일본기업들은 미국의 모든 정보를 샅샅이 훑어 미국시장을 공
략하는 반면에, 미국기업들은 일본시장에 대해 눈뜬 장님꼴이어서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게 미국측 논지였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공개 압력은 요근래 들어 일본에 국한되지 않
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얼마전 재정경제원은 지난 94년에 미국등 21개국과 함께 우리나
라가 가입하기로 서명한 조달협정 후속작업의 하나로 국내조달시장
의 국제입찰정보 공고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개정의 요지는 국내조
달시장의 국제입찰정보 공고기간을 현행 10일에서 40일로 늘리고,
공고하는 매체도 정부기관신문인 서울신문 한곳으로 국한하며, 공
고문도 한글외에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 하나를 추가로 선택
해 표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같은 국제입찰정보 공고방식의 변경
은 외형상 조달협정이라는 국제협정에 따른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의 작품이다.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조
달협정 체결에 더없이 집착했고, 우리나라가 22개국만 가입한 이
협정에 가입하게 된 것 역시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
다.
따라서 이번에 바뀐 국제입찰정보 공고방식은 미국기업들이 연간
40조원대의 거대한 국내조달시장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정보획득에
더없이 편리한 길을 닦아준 셈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정보공개 압력이 집요할 것임을 예
고하는 산 증거라 하겠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 국익과 사회발전에 적합한 정보공개등
정보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준비를 소홀히 하다
가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정보외에 국익보호 차원에서 도리어 보안
을 강화해야 할 정보까지도 외압에 밀려 개방해야 하는 최악의 경
우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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