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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시] 천은사에서 - 권오표

신문에서 본 시를 올립니다.
오늘은 그냥 이 시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천은사(泉隱寺)에서

권오표


다 두고 오게
그저 빈손으로만 오게

천왕봉 골짜기를 타고 와
겨드랑 밑 잠든 상채기를 할퀴는 바람도
섬진강 물줄기를 오르는 은어떼
그 투명한 몸뚱이에 머무는
저리 눈부신 한 움쿰 햇살마저도

다 두고 가게
그저 빈손으로만 가게

경인년인던가 시린 하는 아래
미처 눕지 못한 넋들
떡갈나무에 걸린 낮달 하나
풀섶 아래 묻으면
추녀 끝에 흔들려 우는 풍경
비로소 저 혼자 저무는 대웅전을
비질하는 독경 소리

다 두고 오게

다 두고 오게

(시집 '여수일지'(문학동네) 중) - 동아일보 1997.6.3.


마침 어제는 내 결혼 8주년기념일이고
이 시는 남은 내 삶에 대한 어떤 바램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은 6.4천안문사건의 8주년기념일이고요..
역사는 매번 잊을 수 없는 날들을
생채기처럼 드러내 보이는데
정작 현재를 사는 우리는 아픔을 모르는지도 모르지요
두고 갈 곳이 어딜런지...

낙골 재두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