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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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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의 `풀`을 읽다, 오늘은 10월 26일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시 '풀'. 1968년 에 유고시로 실린 것인데, 그 이후 끈질긴 민중들의 생명력을 말하는 시로 자주 읽혀지고 있다. 오늘은 특별하게 이 시가 떠 올랐다. 어제는 날이 무척 흐렸는데, 오늘 10월 26일 아침엔 너무도 맑은 가을날씨다. 거친 비바람의 시간을 견디어 온 풀들에게 오늘은 화사한 하루이다. 물론 또 언제 세찬 바..
코스타리카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코스타리카를 여행하고 온 친구가 이런 말을 들려준다. 어느 작은 동네에 갔더니 그 곳 주민들의 주소가, 교회당 옆을 돌아 큰 미루나무에서 서 번째 빨간 지붕이 있는 집, 개울 건너 첫 번째로 흰 울타리가 있는 집 등으로 적혀 있는 것을 보며 미소가 저절로 나오더라고 한다. 자기 생각엔 여행객들 터는 좀도둑도 많고 여행하기에 불편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보러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은 옛날 모습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한다. 자기도 그 곳에서 가방 두 개를 잃어버려 속이 상했지만 참 인상 깊은 곳이었다고 몇 번을 얘기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더한 모양이다. 이경은 수필가가 쓴 『내 안의 길 : 이경은 수필집』(선우미디어, 2002)에 나오는 구절이다. 코..
그동안 스크랩 해 본 세상 이야기... 매일 신문을 본다. 요즘 대부분의 소식을 인터넷에서 습득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종이 신문은 매일 아침, 나의 하루를 깨운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기사와 종이 신문에 실린 기사는 같은 내용이라도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내가 접해온 매체에 대한 습관적인 인식의 틀 안에서 텍스트를 내 기존 인식의 범위 안에서 재구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종이 신문을 보다가 기억에 담아 두고 싶은 기사가 생기면 칼을 꺼내 잘라둔다. 잘라낸 기사들은 크기도 제각각이고 내용도 다양하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바로 그렇게 들쑥날쑥하지 않을까...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출력을 하면 모두 A4 용지에 담겨, 뭔가 정렬된 것 같기는 하지만, 사람 속에서의 개개의 사건이 가지는 크기나 무게는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재두루미가 날아 다니는 곳들 내가 종종 들려보는 곳들(오늘 시작해서 한 곳 한 곳 채워나가보려고 한다. 어디까지 갈지..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들어가 볼 지 그건 모르겠다.)* 한국도서관협회 http://www.kla.kr: 제 일터죠...* 문화체육관광부 http://www.mcst.go.kr/ 도서관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http://www.clip.go.kr 2007년 6월에 만들어진 도서관 정책 총괄기구* 교육과학기술부 http://www.mest.go.kr 학교와 대학도서관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http://www.keris.or.kr http://www.riss4u.net 교육정보화 총괄기구이며 학술정보제공 기관.* 도서관메일링리스트 http://www...
사색의 숲, 관악산을 만나다. 생명의 숲이 25일 관악산을 열다..
아침에 100원을 줍고 저녁에 100원을 쓰다 아침 출근길, 이젠 제법 가을답게 쌀쌀하다. 바삐 걸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길에 떨어져 있는 100원짜리 동전을 발견하다. 사람들은 바쁜지 땅바닥을 못 보는 것 같다.얼른 주웠다. 길지 않은 출근길, 내 주머니 속에 있는 100원은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그 무게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100원으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생각해 보면 100원짜리 동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그러나 다시 한 편으로 생각하면 100원은 또 어떤 단계를 올라서는데 영향을 미친다.즉 100원은 100원에 더해 200원이 되고, 900원에 더해지면 1,000원이 되고,9,900원에 더해지면 10,000원이 된다. 사실 단돈 1원이라도 이와 같은 가치가 있으니돈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돈이..
내가 좋아하는 토우... 나도 집에 토우를 하나 가지고 있다. 물론 신라시대 것은 아니다. 이 토우는 신혼여행 길에 경주에 들렸다가 내가 묶었던 호텔(아쉽게도 그 이름은 잊었다. 벌써 19년 전 일이니까 기억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에서 경주 시내에 있는 장애인학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 산 것이다. 역시 가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토우를 보는 순간, 주저없이 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아내가 이렇게 어깨동무를 하고 평생을 살아야지 하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어도 좋겠지. 아무튼 누군가 어깨를 걸고 함께 앉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토우를 만든 아이의 마음이 듬뿍 느껴졌던 것 같다. 지금도 이 토우는 내가 좋아하는 소장품의 하나이다. 며칠..
서울의 낙산을 오르다 서울의 낙산을 올랐다. 사실 누군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을 별 이유도 없이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은 우연히 대학로에서 30-40분 정도 여유시간이 생겨서 평소 자주 대학로에 갔어도 제대로 가 오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낙산을 올랐다.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그 대부분을 여기에 올리기가 그렇다. 그냥 낙산을 올랐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몇 장의 사진을 남긴다.(아래)쇳대박물관 전면 벽면. 쇠에서 나무가 자라고 꽃이 핀다. 세월에 녹이 붙을 수록 꽃은 더 선명하게 존재한다. (아래) 어느 일반주택에 자리잡은 연극연습실 문. 무대가 아닌 연습공간, 그것도 닫혀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사이'... 뭔가의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