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복한아침독서 발행 <동네책방동네도서관>에 연재하고 있는 '도서관의 미래 전략' 두 번째는 건축과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썼다. 도서관에 있어 건축과 공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가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아예 건축과 공간이 도서관 자체인 듯 착각하거나 말한다. 물론 건축과 공간은 도서관 활동을 품고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러니까 정말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하는 만큼, 말하는 만큼 정말 제대로 하고 있을까? 매년 많은 도서관이 새로 만들어 지고 공간을 바꾸고 있지만 도서관다운, 도서관답게 만들어지는 도서관 건축과 공간은 얼마나 될까? 이제 그 중요성에 걸맞게 제대로, 잘 해야 한다. 글에 쓰지 못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도서관 건축과 공간을 대상으로 한 상을 하나쯤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제대로 된 건축과 공간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물론 건축 부문의 여러 상에 도서관 건축이 수상을 한다. 그것으로도 좋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는 도서관 철학과 이념, 관점에서 본 도서관 건축/공간상을 만들 때가 되었다. 물론 그 선정은 도서관 사서와 건축가, 이용자과 두루 함께 해야 할 일이다. 기대해 보자.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0/04/01/202004010912001651.html
시설과 장서, 인력(사서+이용자)은 도서관 3요소다. 어느 하나라도 수준이 미달하면 도서관 서비스 전체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동안은 3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낮은 요소가 시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설, 즉 도서관 건축이나 공간 구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다양한 기술이나 디자인 발전 등으로 그 중요성이 커졌다.
최근 도서관 현장은 공간 변모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적절하게 도서관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도서관 건축이나 공간 변화에 있어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03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 건립 운동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공공도서관과 어린이 이용 공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현재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 건축 개혁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도서관은 과연 누구를 위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가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고, 도서관 목적에 맞는 도서관다운 건축과 공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실하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공공도서관에서는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와 공간 개념을 만들어냈고, 나아가 초·중·고등학교 도서관 확충과 맞물려 학교도서관 공간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공공부문에서도 공공도서관 건립 시 사전에 건립 컨설팅을 강화하고 사전 평가를 진행하는 등 건축과 공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근래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은 2016년~2017년 사이 군포시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칸막이 열람실 일부를 개방적이고 자료 이용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열람실 이용자들이 존치를 주장하며 법정 분쟁까지 벌였으나 결국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그 이후 시민 만족도 조사 결과 시민 80퍼센트 이상이 긍정적 평가를 했다. 도서관계는 지속적으로 일반 열람실(개인 학습 중심)을 없애고 새로운 도서관 공간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는데, 군포시 사례는 공공도서관 공간을 자료나 프로그램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계기이자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 작은도서관이나 어린이 전용 도서관 등이 보여준 가능성이라면 바로 이 도서관 공간의 사적 점유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한다.
변화하는 책 공간의 변화와 우려
학술 부문 도서관의 전형인 대학 도서관들도 새로운 건축이나 공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나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의 도서관도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클러스터 도서관을 만들거나 기존 공간을 고쳐 디지털 시대를 반영한 인포메이션 커먼스 도입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다양한 공동 학습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여러 도서관들이 메이커 스페이스(우리나라에서는 ‘무한상상실’로 시행)를 도입해 창작과 제작 활동으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도구 사용을 장려하는 디지털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최근 책과 독서 문화로 대표되는 리딩테인먼트 현상처럼 시민들은 편안하고 예쁘거나 아름다운 다양한 책 공간을 원한다. 책을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게 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자칫 책을 장식화하거나 패션화한다는 부정적 입장도 존재한다. 이렇게 변한 시민의 요구는 책 관련 공간의 변화를 이끌었다. 한편 수년 전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몇몇 도서관들을 보면 혹시 도서관 건축과 공간 구성에서 외형적 아름다움이나 내부 공간의 예쁨 같은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물론 도서관이 아름다우면 참 좋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도서관의 철학과 이념, 구체적 서비스 등이 도서관 건축이나 공간 구성으로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과연 지금 우리 도서관들의 건축이나 공간 구성은 적절하고 또 미래 지향적인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도서관 건축 지원 제도 필요
앞으로의 도서관 건축이나 공간은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할까? 이제 도서관은 개인이 책을 읽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공간이 아닌, 공동체를 보듬고 다양한 유형의 지식 매체를 모두 수용하고 통합하는 사회적 공유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미 여러 개로 구분되어 있던 도서관 내 공간이 하나로 통합되어 궁극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자유롭게 어울려 공평하게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일반 열람실을 없앰으로써 단절과 경쟁이 아닌 소통과 연대의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러한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규모로 다양한 계층의 시민과 서비스 요구를 품을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공간을 갖춘 도서관을 가져야 한다. 근래 여러 지역에서 지역 대표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을 건립하면서 새로운 도서관 건축과 공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미래 도서관답게 건립될지 기대해본다.
도서관을 건립하고 공간을 꾸미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한 번 건립하고 나면 쉽게 고치거나 확장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도서관 건립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5년 10년 그 이상의 뒤를 상상하고 예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과연 그러한가? 이제 새로운 도서관 건립이나 기존 도서관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요즘 도서관 건축 때 총괄 건축가를 지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도서관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아예 도서관 건축과 리모델링 등을 기획 단계부터 실행 과정, 완료 후 새로운 서비스가 정착될 때까지 직원 훈련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돕는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 건축 분야에서의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를 참고해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안에 도서관건축지원단(가칭) 같은 조직을 두고 일상적으로 도서관 건축과 공간 개선을 지원하도록 하면 좋겠다. 이러한 제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를 담은 도서관 건축과 공간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용훈_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 / 2020-04-01 09:12
'도서관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료] 마포중앙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획 (2020.4.3.) (0) | 2020.04.14 |
---|---|
<휴먼에이드포스트> 이색도서관 나들이 (시리즈 기사)와 전문도서관 등 (0) | 2020.04.13 |
도서관의 미래 전략 1; 먼저 미래를 마주하며 상상하고 도전하자 (1) | 2020.04.06 |
대구시 도서관들을 소개한 <대구일보> 시리즈 기사 (0) | 2020.03.31 |
[tbsTV 영상기록, 서울 시간을 품다]에서 소개한 도서관 관련 영상 (0) | 202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