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복한아침독서'가 발행하는 <동네책방 동네도서관>이라는 저널에 올해부터 두 달에 한 번씩 '도서관의 미래 전략' 에 대해서 짧은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첫 번째로 2월호에 '먼저 미래를 마주하며 상상하고 도전하자'라는 제목으로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새로운 상상으로 앞서 준비하고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를 썼다. 정말 이 시대 도서관은 뭘 어떻게 해야 제대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동네책방 동네도서관] 홈페이지 글 보러가기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0/02/01/202002010912001617.html
2020년이 시작되었다. 다들 한 해 잘 살자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잘 살기가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니 하면서 이제 사람은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고, 앞으로도 그런 세상의 흐름은 더 강력해질 거라 걱정이 많다. 이미 수년 전부터 곧 사라질 직업이 심심치 않게 언급되지만, 그래도 창의적인 부문은 오랫동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젠 이 부문까지도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기계들이 조금씩 인간 영역을 잠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시간에서 배우고 알아 온 대부분의 세상살이 방식이 빠르게 무력화되고 있다. 개인은 물론 직업군 전체가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런 중에 기존 영역과 새로운 영역이 충돌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공유 경제나 구독 경제가 등장하고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기존의 사회적 또는 경제적 시스템이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많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쓰러뜨리면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다. 정신 차리고 제때 변화에 따르거나 아예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응이 어떤 것인지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중에도 시대는 변화하고 있어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 시대 도서관은 무엇을 해야 할까
도서관 부문으로 생각을 좁혀도 다른 사회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7월 미국에서 한 경제학 교수가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기 위해 아마존이 지역 도서관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친 바 있다. 물론 시민과 도서관계, 사서 등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그런 주장은 곧바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왜 이런 주장이 등장한 것일까? 이 일을 계기로 이 시대 도서관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도서관으로 변화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도서관은 이 시대 어떤 가치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서 도서관은 정말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도서관과 사서들은 전통적으로 책을 중심으로 한 지식과 정보 자원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적시에 필요로 하는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개인과 사회 발전을 도왔다. 그런데 이제 정보와 지식 자원이 넘쳐나고,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도서관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지금 사람들은 책을 덜 읽고 도서관을 찾는 빈도도 낮아지고 있다.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일이나 충분한 사서 등 전문 인력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적으로 개인화와 함께 개개인 또는 집단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새로운 공동체 형성과 제도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이를 실현하는 공론과 공공의 사회적 인프라로서 도서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도서관계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적극 수용하면서 새로운 도서관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과연 우리는 이 시대 현실에서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일까? 과연 지금 우리가 선택하고 행동하는 변화나 변혁이 과연 도서관과 사서의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변화가 이 시대 사람들과 사회에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변할까? 또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나 사회는? 도서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지지할까?
변화의 시작, 공상과 상상
지금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기술들은 느닷없이 발견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늘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왔다. 하늘을 나는 상상이 비행기를 만들고 우주왕복선까지 만들었다. 별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찾아 나섬으로써 지금 드넓은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기술과 제품들은 먼저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상상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누군가 그 상상을 실현해보겠다는 모험과 도전이 결국 과학과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공상과 상상이 없었다면 우리의 지금은 불가능했거나 무척 느리게 발전했을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이 결국 과학을 움직였다. 먼저 상상해야 변화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소셜픽션(social fiction)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빈곤 퇴치 운동가인 그라민은행 창립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말한 것처럼 공상과 상상은 과학이나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모든 제도나 시스템도 누군가의 비현실적이거나 모호한 공상이거나 상상에서 시작했다.
도서관도 누군가의 상상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 새로운 도서관, 도서관의 미래는 우리의 공상과 상상에서 시작해 현재로 올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도서관들이, 즉 칸막이 공부방이 없는 도서관, 기계와 공존하면서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언제든 제공할 수 있는 도서관, 모르는 사람들도 도서관 안에서 언제나 마음과 정신을 열고 만나고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꿈을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 등이 진짜 우리의 미래 도서관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지금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도서관의 미래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내가 딛고 있는 이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공상과 상상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혼자는 어렵겠지만 같이하면 된다.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면 된다. 그러기 위해 당장 현재를 스스로 벗어버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미지의 미래를 마주할 용기를 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가? 공상과 상상, 그리고 말하고 도전하는 용기, 그것이 미래를 마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이용훈_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 / 2020-02-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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