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MHNEWS)
날 짜 : 97/2/26
제목: <서평> '힘든세상, 도나닦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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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세상, 도나 닦지" 효림스님 지음 / 가서원 / 281쪽 / 7천원
산속에서 수행하고 있는 스님들의 글에서는 언제 읽어도 솔바람소리가 난
다. 그리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떠돌며 쓴 스님의 글에서는 늘 풍경소리가
들려오고 황혼녘에 들려오는 범종소리같은 여운을 남긴다.
불교를 신봉하건 아니하건, 일반독자들이 스님의 산중수행기를 즐겨 읽는
까닭도 바로 그 스님들의 글에서는 맑은 물소리와 향기로운 바람소리와 아
름다운 생각과 처절한 수행,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혜를
만날 수 있어서이다.
“석장이나 하나 짚고서/눈이사 먼 하늘에 담아/수목 우거져 새 우는 곳이
면/내 어디든지 가리/가다 가다/머리털은 희어지고 내 힘 다하면/어느 양지
바른 두렁 밑에라도 앉아/내 마지막 종(鐘)을 울려야지” 이렇게 읊으면서
효림스님은 지난 94년에 ‘자네 道(도)가 뭔지 아나’를 펴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산천을 떠도는 수행자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아 ‘힘든
세상, 도나 닦지’라는 새책을 펴냈다.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글 효림스님의 이번 글에서도 어김없이 솔바람소리
,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스님의 글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들은 그냥
귓가를 스쳐가는 그런 가벼운 소리가 아니다. 이 솔바람소리에는 허허로운
삶의 모습이 담겨있고, 청량한 한소식이 들어있고, 글을 읽던 사람으로하여
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깨우침이 담겨있다.
효림스님이 맨먼저 들려주는 ‘이름없는 어느 노스님’이야기를 통해 우리
는 초라하고 남루한 객승으로 떠도는 어느 노스님 한분을 만나게 된다. “
육십년대까지만해도 우리 사회 전체가 배고픈 시대였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으면 으레 주지스님의 눈치를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객으로 오신 이 스님은 일절 누구의 눈치를 보는 분이 아니었다.
… 우리 행자들에게는 대단한 인기가 있어서 가끔씩 행자방에 들러 좋은 법
문을 해주셨다. 옛날 중국의 고승과 우리나라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큰스
님들이 공부하던 이야기와 근세 고승들의 수행담을 아주 구수한 입담으로
해주셨다.
콧물을 자주 흘렸는데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코 좀 풀고’하고는 문밖에
서 팽하고 코를 푸셨다. 그래서 별명이 ‘코 좀 풀고 스님’이 되었다…”
이런 노스님이 들려준 법문 한토막을 덧붙여 두었는데 마음에 남는다.
“산중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곧고 잘 생긴 나무가 가장 먼저 잘려서
서까래감으로 쓰인다. 그다음 못생긴 나무가 큰나무로 자라서 기둥이 되고
가장 못생긴 나무는 끝까지 남아서 산을 지키는 큰 고목나무가 된다.…나
는 없는 재주를 가지고 자랑하다가 젊은 시절 공부하기 좋은 때를 잃어버린
어리석은 사람이니라… ” 효림스님의 책 ‘힘든 세상, 도나 닦지’에는
불교사상가로 으뜸이었던 소천스님, 불교정화에 일생을 바친 청담스님의 일
화도 소상하게 담겨있다.
태백산 깊은 산골에 홀로 토굴을 짓고 사는 젊은 비구니스님의 이야기도
퍽 인상적이다.
“우리는 원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영천으로 내려와 이내 봉화 태백산쪽으
로 길을 잡았다.… 가까운 곳에 절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절은 없고
마을 뒤쪽으로 계곡을 타고 올라가면 도인스님이 혼자 사는 암자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그 스님을 생불로 모신다고 알려주었다.… ‘도인 ‘
생부’하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잠깐이면 갈
수 있다던 그 아주머니 말과는 달리 암자는 끝도 없는 계곡을 한참이나 올
라가서 다시 능선을 타고 올라 정상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 우리
가 인기척을 내면서 모퉁이를 돌아가보니 놀랍게도 젊은 비구니스님 한분이
장작을 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원출신, 서울의 모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중
에 마음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출가했다는 이 젊고 아름다운 비구
니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치열한 구도자의 모습을 만나 세속
의 초라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제1부 ‘다시 행자가 된 기분으로’, 제2부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정’, 제3부 ‘어젯밤 꿈에 그대를 보았네’, 제4부 ‘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맺습니다’에 담겨있는 39편의 글에 각기 다른 스님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다시 행자가 된 기분으로’제하의 청담스님 이야
기와 ‘천진도인 우화노스님 1,2’는 94년에 출간된 ‘자네 道가 뭔지 아나
’에 그대로 실렸던 것을 재수록하여 독자를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개혁이야기‘는 차라리
일반독자들을 위해서는 이 책에 묶지 말았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교집안끼리라면 몰라도 일반독자 입장에서는 ‘불교개혁이야기’
대목에서 솔바람소리도, 풍경소리도, 청솔가지 향기도 풍기지 않고 어물전
의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서이다.
‘힘든 세상, 도나 닦지‘를 다 읽고나서 황량한 들판을 휘적휘적 걸어가
던 효림스님의 옛모습이 새삼 그립다. 행여 세속의 어물전이 스님의 발목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것이나 아닌지….
尹靑光(방송작가) : 평자는 불교방송 ‘고승열전’의 저자이며, 동국출판사
대표로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출판인이다.
============ 종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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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힘든세상, 도나닦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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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세상, 도나 닦지" 효림스님 지음 / 가서원 / 281쪽 / 7천원
산속에서 수행하고 있는 스님들의 글에서는 언제 읽어도 솔바람소리가 난
다. 그리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떠돌며 쓴 스님의 글에서는 늘 풍경소리가
들려오고 황혼녘에 들려오는 범종소리같은 여운을 남긴다.
불교를 신봉하건 아니하건, 일반독자들이 스님의 산중수행기를 즐겨 읽는
까닭도 바로 그 스님들의 글에서는 맑은 물소리와 향기로운 바람소리와 아
름다운 생각과 처절한 수행,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혜를
만날 수 있어서이다.
“석장이나 하나 짚고서/눈이사 먼 하늘에 담아/수목 우거져 새 우는 곳이
면/내 어디든지 가리/가다 가다/머리털은 희어지고 내 힘 다하면/어느 양지
바른 두렁 밑에라도 앉아/내 마지막 종(鐘)을 울려야지” 이렇게 읊으면서
효림스님은 지난 94년에 ‘자네 道(도)가 뭔지 아나’를 펴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산천을 떠도는 수행자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아 ‘힘든
세상, 도나 닦지’라는 새책을 펴냈다.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글 효림스님의 이번 글에서도 어김없이 솔바람소리
,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스님의 글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들은 그냥
귓가를 스쳐가는 그런 가벼운 소리가 아니다. 이 솔바람소리에는 허허로운
삶의 모습이 담겨있고, 청량한 한소식이 들어있고, 글을 읽던 사람으로하여
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깨우침이 담겨있다.
효림스님이 맨먼저 들려주는 ‘이름없는 어느 노스님’이야기를 통해 우리
는 초라하고 남루한 객승으로 떠도는 어느 노스님 한분을 만나게 된다. “
육십년대까지만해도 우리 사회 전체가 배고픈 시대였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으면 으레 주지스님의 눈치를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객으로 오신 이 스님은 일절 누구의 눈치를 보는 분이 아니었다.
… 우리 행자들에게는 대단한 인기가 있어서 가끔씩 행자방에 들러 좋은 법
문을 해주셨다. 옛날 중국의 고승과 우리나라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 큰스
님들이 공부하던 이야기와 근세 고승들의 수행담을 아주 구수한 입담으로
해주셨다.
콧물을 자주 흘렸는데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코 좀 풀고’하고는 문밖에
서 팽하고 코를 푸셨다. 그래서 별명이 ‘코 좀 풀고 스님’이 되었다…”
이런 노스님이 들려준 법문 한토막을 덧붙여 두었는데 마음에 남는다.
“산중에 있는 나무들 가운데 가장 곧고 잘 생긴 나무가 가장 먼저 잘려서
서까래감으로 쓰인다. 그다음 못생긴 나무가 큰나무로 자라서 기둥이 되고
가장 못생긴 나무는 끝까지 남아서 산을 지키는 큰 고목나무가 된다.…나
는 없는 재주를 가지고 자랑하다가 젊은 시절 공부하기 좋은 때를 잃어버린
어리석은 사람이니라… ” 효림스님의 책 ‘힘든 세상, 도나 닦지’에는
불교사상가로 으뜸이었던 소천스님, 불교정화에 일생을 바친 청담스님의 일
화도 소상하게 담겨있다.
태백산 깊은 산골에 홀로 토굴을 짓고 사는 젊은 비구니스님의 이야기도
퍽 인상적이다.
“우리는 원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영천으로 내려와 이내 봉화 태백산쪽으
로 길을 잡았다.… 가까운 곳에 절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절은 없고
마을 뒤쪽으로 계곡을 타고 올라가면 도인스님이 혼자 사는 암자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그 스님을 생불로 모신다고 알려주었다.… ‘도인 ‘
생부’하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잠깐이면 갈
수 있다던 그 아주머니 말과는 달리 암자는 끝도 없는 계곡을 한참이나 올
라가서 다시 능선을 타고 올라 정상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 우리
가 인기척을 내면서 모퉁이를 돌아가보니 놀랍게도 젊은 비구니스님 한분이
장작을 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원출신, 서울의 모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중
에 마음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출가했다는 이 젊고 아름다운 비구
니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치열한 구도자의 모습을 만나 세속
의 초라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제1부 ‘다시 행자가 된 기분으로’, 제2부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정’, 제3부 ‘어젯밤 꿈에 그대를 보았네’, 제4부 ‘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맺습니다’에 담겨있는 39편의 글에 각기 다른 스님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다시 행자가 된 기분으로’제하의 청담스님 이야
기와 ‘천진도인 우화노스님 1,2’는 94년에 출간된 ‘자네 道가 뭔지 아나
’에 그대로 실렸던 것을 재수록하여 독자를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개혁이야기‘는 차라리
일반독자들을 위해서는 이 책에 묶지 말았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교집안끼리라면 몰라도 일반독자 입장에서는 ‘불교개혁이야기’
대목에서 솔바람소리도, 풍경소리도, 청솔가지 향기도 풍기지 않고 어물전
의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서이다.
‘힘든 세상, 도나 닦지‘를 다 읽고나서 황량한 들판을 휘적휘적 걸어가
던 효림스님의 옛모습이 새삼 그립다. 행여 세속의 어물전이 스님의 발목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것이나 아닌지….
尹靑光(방송작가) : 평자는 불교방송 ‘고승열전’의 저자이며, 동국출판사
대표로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출판인이다.
============ 종 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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