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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 [컬럼] 지역문화의 활성화 (유재천)

무등일보(광주)
번호 : 3/196 입력일 : 97/02/25 21:38:09 자료량 :75줄

제 목 : 유재천 칼럼-지역문화의 활성화

책을 출판한 교수들은 가끔 지방의 시립도서관 등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내용인즉 도서관 예산이 부족하여 신간 도서를 구입하기가
어려우니 귀하가 출판한 책 한권을 기증해 주면 대단히 감사하겠다
는 것이다. 이런 간곡한 내용의 편지를 받으면 그래도 책을 갖추려
는 도서관측의 열성에 감동해 책을 보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렇게 구걸하다시피 해서 도서관을 운영해야만 하는 현실을 개탄하게
된다. 이런 사례만 봐도 우리나라 지역사회의 문화 하부구조가 얼마
나 취약한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 21일자 무등일보는 기획특집 "광주 문화인프라"에서 광주시립
예술단체들의 현황을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라고 표현했다. 시민
예술단체 단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행정지원의 미비 및 비합리적
인 운영조례 등이 그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 결과 예술단체 단원들의 처우가 부산·인천·대구·대전 등에
비해 가장 낮고 6개 예술단체의 공연 횟수도 부산이나 인천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단체의 96년도 총수입금은 4천2백
만원이라 한다. 이는 한 단체가 한햇동안 7백만원의 수입 밖에 올리
지 못한 것이 된다. 총수입금을 관람 관객수로 나누면 관객 1인당
7백30원 꼴이며, 공연 횟수로 따지면 1회 공연당 7만1천원이 될 뿐
이다. 그렇다면 관람객들은 거의 공짜로 공연을 보았으며, 예술단체
들은 무료공연을 한 바와 다름없다고 하겠다.
다른 곳도 아니요 "예향"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광주 시립예술단체
의 현실이 이러하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물론 광주는 "예향"답게
민간부문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특히 미술과 서예 분야
의 창작과 전시활동은 눈부시다.
산업사회와 달리 정보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
비되는 사회일 것으로 누구나 예측하고 있다. 물질적인 욕구가 충족
된 경우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더 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가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의 이같은 성향은 문화
를 생활의 중심에 놓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다. 정보사회는 세계화와 함께 지역화를 지향하게 된다.
여기서 지역화는 중앙집권화에서 지역분권화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
다. 정치·경제의 지역분권화와 함께 문화의 지역화도 의미함은 물
론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되기에는 너무나 장애가 많다
. 오랫동안 모든 분야가 중앙집권화 되어 있었던데 따른 폐해가 너
무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역문화 역시 겨우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만큼 황폐해지고 말았다.
이런 현실속에서 지역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적어도 두가지 목표를 성취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하나는 지역주민들이 고르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를 선택할 기회를 확장하는 일이며, 나머지 하나는 그
지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전승하고 재창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민간부문은 물론이요, 시립예술단체들의 활성화가 절실
히 요청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한마디로
말해 "돈"이다. 그렇다면 문화기금 또는 문화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좋은 방안은 시립예술단체의 경우 말할 것도 없이 광주시의
문화예산을 증액하는 것이다. 시립예술단체의 예산은 시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광주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
자치단체의 예산은 열악하며 문화부문의 예산배정은 항상 우선순위
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지역사회 기업의 "메세나"운동
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사회의 "메세나"운동의 활성화로 지역문화가
꽃피고 있는 현실을 우리도 배우자. 또는 지역사회에서 거출된 문예
진흥기금은 그 지역사회의 문화진흥에 투자하도록 문화진흥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혜를 모으면 길은 있
으리라 믿는다.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

발 행 일 : 97/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