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인의 책읽기> '도서관계' 1997년 4월호
<메타북을 읽자>
도서관학과의 이름이 문헌정보학과로 바뀌기 전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경험이란 이렇다. 미
팅을 나가면 파트너들은 우선적으로 "무슨 科세요?"라고 물었다. "도
서관학과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또 "도서관학과가 뭐하는 과에요?"라고
물는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건너뛰고. 대충 설명을 하고 나면 또 이렇
게 묻곤 했다. "그럼 책 많이 읽겠네요?" 이 질문에 대해서 애매한 웃
음으로 얼버무리곤 했는데 지금도 명쾌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정말
도서관학과 학생이나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은 정말 책을 많이 읽고
있을까? 사실 10년 가까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동안 책을 많이 보기는
했다. 주로 책 껍데기만 본 것이지만... 이런 우리에게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라고 질책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도
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의 저수지요,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
는 대지와 같은 존재인지라,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인 도서관인은 책을
대하되 폭넓게 그러면서도 깊이있게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는 당위성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당위에 걸맞게 많은 책을 다 읽어낼 수는 없다. 수
없이 많은 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그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것은 모래성에 바닷물 담기 같은 부질없는 고행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는 1992년 현재 발행종수로 년간 총 24,783종으로 세계 상위 도서발행
국 순위로 10위, 출판시장 규모로는 28억달러로 7위에 올라있다. 물론
50% 정도는(1995년에 52.5%) 교과서 등의 학습교재 도서라는 점을 고
려해도, 매년 1만여종 이상의 책이 새로 출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도서관은 책을 중심 자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
운 자원을 충당해야 하는 도서관인은 매년 1만 종 이상의 신간서적을
어떤 방식으로든 검토해서 자관의 장서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매일같이 수십종씩 발행되고 있는 책들을 파악하
고 그 책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까? 일반 독자들과 도서관
이용자들은 무슨 경로를 통해 자신이 필요한 책을 찾아내고 구해 읽는
것일까? 도서관인은 이런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같은 책읽기 과정에
어떻게 자신이 감당해야 할 폭넓은 선별작업을 해 낼 수 있을까? 그럼
과연 도서관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생각 외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할 수도 있다. 소위
'메타북'이 그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출판저널' 209호
(1997.3.5)에서 최성일 기자는 "책을 위한 책이 있다. 비평에 대한 비평
을 메타비평이라 이름하는 말법을 따르면 '메타북'쯤 되는 책이다"(19
쪽)라면서 '메타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 용어를 차
용해 사용한다) '메타북'은 '책에 대한 책'이다. 수많은 책에 대한 정보
와 비평과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런 책들을 통해 기능
적으로 광범위한 책읽기를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도서관인이라고 해서 출판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결국 '메타북'을 잘 활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
미 이러한 책읽기는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메타북' 기능을 담당하는 매체들이 착실하게 제자리를
잡고 있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의 <북리뷰(Book Review)>
는 유명하다. 최근에는 100주년을 맞아 특집호를 내기도 했다. 물론 서
양서를 구입하는 일을 맡고 있는 도서관인이라면 <퍼블리셔스 위클리
(Publisher's Weekly)> 같은 선정도구들을 통해 책에 대한 정보를 구
하고 그 정보에 따라 구입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
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최근들어 지면이 대폭 늘어난 신문들이 주기적
으로 책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그것이 일종의 '메타북'의 기능을 담
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신문을 보는 과정에서 손쉽
게 '메타북'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미 익숙하게 '메타북'을 사
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인들은 책읽기에 관련해서 별로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필자는 그 이유가 우리 출판시장에서 생산
되는 '메타북'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의 여타 부분처
럼 도서관업무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서부문에서 조차 우리는 우리 책
을 선택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메타북'이 없다는 현실에 직
면하게 된다. 남의 것은 당연시하고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쓸만한 우리
의 도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도서관계에서, 또는
출판계에서, 교육계나 언론계에서 꾸준하게 시대의 지적 산물이라고 할
만한 책 읽기를 도울 수 있는 '메타북'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면 지금
처럼 읽을 만한 책은 많지만 만족스러운 책읽기는 어려운, 풍요 속의
빈곤현상을 겪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편 일반인들의 경우는 어
떨까? 어느 출판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사람들은 책에 대한 정보를 대
부분 신문 등 대중매체나 일부 출판정보지에서 대부분 구한다고 한다.
성인의 경우 신문,잡지 등에서 도서구입정보를 구하는 비중이 점차 높
아지고 있다고 조사되었다(1993년 25.7%에서 1996년엔 29.2%로 상승).
그러나 이러한 대중매체의 책정보는 신간 위주이고 다양성도 부족하며
화제중심의 책 소개에 그치고 있어, 오히려 건전한 독서문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므로 좋은 '메타북'을 찾는 것
이 도서관인에게나 일반인에게 있어 모두 중요한 일이 된다. 따라서 앞
으로는 보다 건실한 '메타북'의 발굴이 도서관이나 출판에 종사하는 사
람들, 나아가 독서활동을 수행하는 모든 개개인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
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시점에서 도서관인이 우선적으로 '메타북'을
활용한 책읽기를 시도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더
나아가 도서관인들이 '메타북에 대한 메타북'을 생산해 낼 수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도 신뢰성 있고 유용한
책정보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팅이나 맞선
에라도 나가 "도서관에 계시면 책 많이 읽으시겠네요?"하고 묻는 파트
너에게 "예, 그렇습니다. 무슨 책은 어떻고...." 하면서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북'은 일종의 다이제스트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
만, 다이제스트가 간편한 읽기를 돕기 위해 단순히 내용을 축약한 것이
라면, '메타북'은 책 선택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문헌비평 까지를 포함
한 책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
인 안목과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메타북'의 존재여부
가 그 사회의 독서수준을 말해준다고도 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메타
북'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출판량이 많아지고 있음과 함께,
이러한 출판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훌륭한 책읽기를 돕는 실제적 매
체에 대한 요구가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서관인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 책읽기에 관련해서
는 변화를 선도할 필요도 있다. '메타북'에 관해서는 도서관인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책정보의 수요자 입장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보제공자로
서의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책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메타북' 읽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단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메타북' 읽기는 신문보기에서 가능하다는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도서관인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
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신문
은 보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신문을 보기는 하되, 도서관 업무에 도
움이 되는 내용을 얼마나 찾아 내는가 하는 점이다. 증권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동산 시세표도 그렇다. 잘잘한 대중연예
인들의 동향에 민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행히 요즘 신문들은 책에
관련한 기사를 많이 내 보내는 편이다. 그런 기사는 정말 꼼꼼하게 보
아야 한다. 도서관인들이 책과 문화에 관련한 기사를 섭렵하고 이를 스
크랩하고 현장업무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용자들은 도서관인들
이 그저 하릴없이 신문이나 뒤적이는 사람들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벗
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메타북'을 통해 일일이 책
을 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본 척은 할 수 있는 잇점은 있지 않을까. 이
제 '메타북'을 읽자! 매일 새로 나오는, 또한 그동안 나왔던 그 많은 책
에 대해 전부 알아보겠다는 각오로 이제 '메타북'을 빼들고 치열하게
'많은' 책을 읽자! (물론 읽어야 할 책 자체를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전제는 변함이 없다)
끝으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메타북' 몇 가지를 알아본다. 우선
각 신문들의 출판관련 지면을 들 수 있다. 문화일보는 따로 수요일마다
'북리뷰'라는 별지를 발행하고 있다. 아직은 주요 일간지들이 출판관련
지면도 잘 꾸미고 있다. 그러나 일일이 신문을 다 뒤적이고 있을 시간
이 없다면 출판관련 신문기사만 스크랩해 주는 '출판정보'라고 하는 출
판관련 전문 스크랩정보지가 있다. 50개 일간지와 해외 저널 등에서 출
판관련 기사와 광고를 뽑아 수록하고 있어 한 번에 많은 것을 해결할
수는 있으나, 년간 20만원이라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물론 출판관련
기사만을 다루는 出版專門신문도 있다. '주간 도서신문'에는 도서관관련
기사도 자주 실리는 편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대형서점들이 발행하는
월간지 형태의 출판정보지가 있다. 교보문고의 '지구촌 책정보'는 유가
지로 발행되고 있다. 종로서적,영풍문고,서울문고 등 유명 서점들에서도
매월 책자가 발행되고 있고 쉽게 구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서점들이
발행하는 것들은 대체로 판매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책소개이고 보니
그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볼만한 '메타북'은
주간으로 발행되고 있는 '출판저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주 다
루어지는 기사의 양도 만만치 않고 그 내용도 일정 수준에 이르고 있
다고 생각된다. 판형이 커서 외형도 시원스럽다. 한 주일 동안 '출판저
널'을 통해 유람처럼 책읽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외에 간
행물윤리위원회에서 나오는 계간 '서평문화'도 볼 만하다. 또 격주간으
로 나오는 '새책소식'이라는 잡지도 있는데, 내용이 너무 간략하기는 하
지만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출판사들이 발행하는 잡지들
도 상당수 있다. 이러한 잡지들은 자사소개가 주된 목적이라서 내용이
가벼운 점도 없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몇 몇 잡지는 대중적인 책읽기
를 돕는 좋은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대부분 무료로 구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몇 권의 단행본도 있다. 김훈 기자의 <내가 읽
은 책과 세상>(푸른숲, 1989), 고종석 기자의 <책읽기 책일기>(문학동
네,1996), 손수호의 <책을 만나러 가는 길> (열화당), 문학평론가인 김
현의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1992), 소설가인 장정일의 <독서
읽기 1,2,3> 등이 있다. 출판저널에 실렸던 책 이야기를 모은 <책 속에
숨어있는 99가지 책이야기>(한길사)도 꼭 읽어보아면 도움이 될 것이
다. 그 밖에도 컴퓨터통신에 익숙한 도서관인이라면 공중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책정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이텔에 있는 도서관
동호회인 '열린도서관'(go olib)에서도 신문에 실린 책정보를 전해주는
방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주)한국출판정보통신에서 제공하는 출판관
련 종합정보인 '출판도서정보'(go bnk)도 유용하다. 그러나 그동안 나온
대부분의 '메타북'은 문학인, 출판관련 기자나 출판인들이 쓴 것들이다.
또한 주로 판매를 염두에 둔 탓에 아직도 담고 있는 정보가 편향적이
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소개되고 있다는 점 등은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것을 고려해서 읽는다면 많은 소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읽기는 쓰기로 이어진다는 통설에
따라 앞으로는 도서관인들이 '메타북' 읽기를 넘어서서 자신들의 손으
로 충실한 '메타북'을 만들어 냈으면 하는 점이다. 오직 대중적 읽기와
책 자체의 가치에 객관적으로 접근한 도서관인들의 '메타북'을 통해 그
동안 도서관이 잊고 있었던 도서안내 기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
다. 그 '메타북'의 이름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책의 숲에서 비로소
길을 찾다>
<메타북을 읽자>
도서관학과의 이름이 문헌정보학과로 바뀌기 전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경험이란 이렇다. 미
팅을 나가면 파트너들은 우선적으로 "무슨 科세요?"라고 물었다. "도
서관학과입니다"라고 대답하면 또 "도서관학과가 뭐하는 과에요?"라고
물는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건너뛰고. 대충 설명을 하고 나면 또 이렇
게 묻곤 했다. "그럼 책 많이 읽겠네요?" 이 질문에 대해서 애매한 웃
음으로 얼버무리곤 했는데 지금도 명쾌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정말
도서관학과 학생이나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은 정말 책을 많이 읽고
있을까? 사실 10년 가까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동안 책을 많이 보기는
했다. 주로 책 껍데기만 본 것이지만... 이런 우리에게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라고 질책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도
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의 저수지요,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
는 대지와 같은 존재인지라,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인 도서관인은 책을
대하되 폭넓게 그러면서도 깊이있게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는 당위성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당위에 걸맞게 많은 책을 다 읽어낼 수는 없다. 수
없이 많은 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그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것은 모래성에 바닷물 담기 같은 부질없는 고행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는 1992년 현재 발행종수로 년간 총 24,783종으로 세계 상위 도서발행
국 순위로 10위, 출판시장 규모로는 28억달러로 7위에 올라있다. 물론
50% 정도는(1995년에 52.5%) 교과서 등의 학습교재 도서라는 점을 고
려해도, 매년 1만여종 이상의 책이 새로 출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도 도서관은 책을 중심 자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
운 자원을 충당해야 하는 도서관인은 매년 1만 종 이상의 신간서적을
어떤 방식으로든 검토해서 자관의 장서로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매일같이 수십종씩 발행되고 있는 책들을 파악하
고 그 책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을까? 일반 독자들과 도서관
이용자들은 무슨 경로를 통해 자신이 필요한 책을 찾아내고 구해 읽는
것일까? 도서관인은 이런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같은 책읽기 과정에
어떻게 자신이 감당해야 할 폭넓은 선별작업을 해 낼 수 있을까? 그럼
과연 도서관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생각 외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할 수도 있다. 소위
'메타북'이 그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출판저널' 209호
(1997.3.5)에서 최성일 기자는 "책을 위한 책이 있다. 비평에 대한 비평
을 메타비평이라 이름하는 말법을 따르면 '메타북'쯤 되는 책이다"(19
쪽)라면서 '메타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 용어를 차
용해 사용한다) '메타북'은 '책에 대한 책'이다. 수많은 책에 대한 정보
와 비평과 해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런 책들을 통해 기능
적으로 광범위한 책읽기를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도서관인이라고 해서 출판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결국 '메타북'을 잘 활용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
미 이러한 책읽기는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메타북' 기능을 담당하는 매체들이 착실하게 제자리를
잡고 있다.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의 <북리뷰(Book Review)>
는 유명하다. 최근에는 100주년을 맞아 특집호를 내기도 했다. 물론 서
양서를 구입하는 일을 맡고 있는 도서관인이라면 <퍼블리셔스 위클리
(Publisher's Weekly)> 같은 선정도구들을 통해 책에 대한 정보를 구
하고 그 정보에 따라 구입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
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최근들어 지면이 대폭 늘어난 신문들이 주기적
으로 책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그것이 일종의 '메타북'의 기능을 담
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신문을 보는 과정에서 손쉽
게 '메타북'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미 익숙하게 '메타북'을 사
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인들은 책읽기에 관련해서 별로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필자는 그 이유가 우리 출판시장에서 생산
되는 '메타북'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의 여타 부분처
럼 도서관업무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서부문에서 조차 우리는 우리 책
을 선택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메타북'이 없다는 현실에 직
면하게 된다. 남의 것은 당연시하고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쓸만한 우리
의 도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도서관계에서, 또는
출판계에서, 교육계나 언론계에서 꾸준하게 시대의 지적 산물이라고 할
만한 책 읽기를 도울 수 있는 '메타북'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다면 지금
처럼 읽을 만한 책은 많지만 만족스러운 책읽기는 어려운, 풍요 속의
빈곤현상을 겪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한편 일반인들의 경우는 어
떨까? 어느 출판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사람들은 책에 대한 정보를 대
부분 신문 등 대중매체나 일부 출판정보지에서 대부분 구한다고 한다.
성인의 경우 신문,잡지 등에서 도서구입정보를 구하는 비중이 점차 높
아지고 있다고 조사되었다(1993년 25.7%에서 1996년엔 29.2%로 상승).
그러나 이러한 대중매체의 책정보는 신간 위주이고 다양성도 부족하며
화제중심의 책 소개에 그치고 있어, 오히려 건전한 독서문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므로 좋은 '메타북'을 찾는 것
이 도서관인에게나 일반인에게 있어 모두 중요한 일이 된다. 따라서 앞
으로는 보다 건실한 '메타북'의 발굴이 도서관이나 출판에 종사하는 사
람들, 나아가 독서활동을 수행하는 모든 개개인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
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시점에서 도서관인이 우선적으로 '메타북'을
활용한 책읽기를 시도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더
나아가 도서관인들이 '메타북에 대한 메타북'을 생산해 낼 수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도 신뢰성 있고 유용한
책정보지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팅이나 맞선
에라도 나가 "도서관에 계시면 책 많이 읽으시겠네요?"하고 묻는 파트
너에게 "예, 그렇습니다. 무슨 책은 어떻고...." 하면서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북'은 일종의 다이제스트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
만, 다이제스트가 간편한 읽기를 돕기 위해 단순히 내용을 축약한 것이
라면, '메타북'은 책 선택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문헌비평 까지를 포함
한 책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
인 안목과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메타북'의 존재여부
가 그 사회의 독서수준을 말해준다고도 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메타
북'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출판량이 많아지고 있음과 함께,
이러한 출판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훌륭한 책읽기를 돕는 실제적 매
체에 대한 요구가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서관인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 책읽기에 관련해서
는 변화를 선도할 필요도 있다. '메타북'에 관해서는 도서관인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책정보의 수요자 입장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보제공자로
서의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책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메타북' 읽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단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메타북' 읽기는 신문보기에서 가능하다는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도서관인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
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신문
은 보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신문을 보기는 하되, 도서관 업무에 도
움이 되는 내용을 얼마나 찾아 내는가 하는 점이다. 증권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동산 시세표도 그렇다. 잘잘한 대중연예
인들의 동향에 민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행히 요즘 신문들은 책에
관련한 기사를 많이 내 보내는 편이다. 그런 기사는 정말 꼼꼼하게 보
아야 한다. 도서관인들이 책과 문화에 관련한 기사를 섭렵하고 이를 스
크랩하고 현장업무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용자들은 도서관인들
이 그저 하릴없이 신문이나 뒤적이는 사람들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벗
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메타북'을 통해 일일이 책
을 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본 척은 할 수 있는 잇점은 있지 않을까. 이
제 '메타북'을 읽자! 매일 새로 나오는, 또한 그동안 나왔던 그 많은 책
에 대해 전부 알아보겠다는 각오로 이제 '메타북'을 빼들고 치열하게
'많은' 책을 읽자! (물론 읽어야 할 책 자체를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전제는 변함이 없다)
끝으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메타북' 몇 가지를 알아본다. 우선
각 신문들의 출판관련 지면을 들 수 있다. 문화일보는 따로 수요일마다
'북리뷰'라는 별지를 발행하고 있다. 아직은 주요 일간지들이 출판관련
지면도 잘 꾸미고 있다. 그러나 일일이 신문을 다 뒤적이고 있을 시간
이 없다면 출판관련 신문기사만 스크랩해 주는 '출판정보'라고 하는 출
판관련 전문 스크랩정보지가 있다. 50개 일간지와 해외 저널 등에서 출
판관련 기사와 광고를 뽑아 수록하고 있어 한 번에 많은 것을 해결할
수는 있으나, 년간 20만원이라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물론 출판관련
기사만을 다루는 出版專門신문도 있다. '주간 도서신문'에는 도서관관련
기사도 자주 실리는 편이다. 또 다른 것으로는 대형서점들이 발행하는
월간지 형태의 출판정보지가 있다. 교보문고의 '지구촌 책정보'는 유가
지로 발행되고 있다. 종로서적,영풍문고,서울문고 등 유명 서점들에서도
매월 책자가 발행되고 있고 쉽게 구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서점들이
발행하는 것들은 대체로 판매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책소개이고 보니
그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볼만한 '메타북'은
주간으로 발행되고 있는 '출판저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주 다
루어지는 기사의 양도 만만치 않고 그 내용도 일정 수준에 이르고 있
다고 생각된다. 판형이 커서 외형도 시원스럽다. 한 주일 동안 '출판저
널'을 통해 유람처럼 책읽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외에 간
행물윤리위원회에서 나오는 계간 '서평문화'도 볼 만하다. 또 격주간으
로 나오는 '새책소식'이라는 잡지도 있는데, 내용이 너무 간략하기는 하
지만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출판사들이 발행하는 잡지들
도 상당수 있다. 이러한 잡지들은 자사소개가 주된 목적이라서 내용이
가벼운 점도 없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몇 몇 잡지는 대중적인 책읽기
를 돕는 좋은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대부분 무료로 구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몇 권의 단행본도 있다. 김훈 기자의 <내가 읽
은 책과 세상>(푸른숲, 1989), 고종석 기자의 <책읽기 책일기>(문학동
네,1996), 손수호의 <책을 만나러 가는 길> (열화당), 문학평론가인 김
현의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1992), 소설가인 장정일의 <독서
읽기 1,2,3> 등이 있다. 출판저널에 실렸던 책 이야기를 모은 <책 속에
숨어있는 99가지 책이야기>(한길사)도 꼭 읽어보아면 도움이 될 것이
다. 그 밖에도 컴퓨터통신에 익숙한 도서관인이라면 공중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책정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이텔에 있는 도서관
동호회인 '열린도서관'(go olib)에서도 신문에 실린 책정보를 전해주는
방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주)한국출판정보통신에서 제공하는 출판관
련 종합정보인 '출판도서정보'(go bnk)도 유용하다. 그러나 그동안 나온
대부분의 '메타북'은 문학인, 출판관련 기자나 출판인들이 쓴 것들이다.
또한 주로 판매를 염두에 둔 탓에 아직도 담고 있는 정보가 편향적이
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소개되고 있다는 점 등은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것을 고려해서 읽는다면 많은 소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읽기는 쓰기로 이어진다는 통설에
따라 앞으로는 도서관인들이 '메타북' 읽기를 넘어서서 자신들의 손으
로 충실한 '메타북'을 만들어 냈으면 하는 점이다. 오직 대중적 읽기와
책 자체의 가치에 객관적으로 접근한 도서관인들의 '메타북'을 통해 그
동안 도서관이 잊고 있었던 도서안내 기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
다. 그 '메타북'의 이름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 <책의 숲에서 비로소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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