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인의 책읽기
도서관인들은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책 중심의
도서관을 꾸려나가야 하는 전문직업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인은
통상적으로 책을 많이 '읽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작 많은 도서
관인들은 숱하게 접하는 책들 속에 파묻혀 정작 책을 '읽는다'는 것에
는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계>에서도 매번 '도서관인의
서가'면을 통해 도서관인으로서 읽어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도서관인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충분하게 만족할 만한 책읽기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럼 도대체 도서관인들은 어떤 책읽기를 해야 하는가? 이점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책읽기'에는 '무슨 책'을 읽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제기된
다. 도서관인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심증적으로는 업무에 관련된 전문서적이나 이용
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읽
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책들이 쏟아
져 나오고 있어 정작 책고르기의 전문가인 우리들조차 무슨 책이 좋은
책이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이중
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서관인들
은 우선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읽기
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주로 문학서적을 많이 읽
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도서관인들도 이러한 문학류에 편중된 책읽
기를 한다면 현실적인 감각이나 실제적인 기술습득, 업무에의 적용 등
에 있어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도서관인도 직업인을 떠나서는 한 개
인으로서 무슨 책을 읽든 자유이겠지만, 직업적 관점을 견지한다면 무
엇보다도 도서관이 포괄하고 있는 광범위한 주제들에 대한 이해를 도
울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관심의 폭을 대폭 넓혀야 한
다. 철학에서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총류까지도 다른 사람
들 보다는 균형되게 읽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은 차라리 백과사전을 한
권 다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만큼 도서관
인은 우선적으로 도서관의 장서를 이해하고, 이용자들과의 만남에서 최
소한 대화의 소통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 경험을 얻기 위해서 어쩌면
'고통스러운 책읽기'를 자처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인들은
다양한 형태의 출판정보와 서평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언론
등에서는 이러한 정보의 가치를 파악해서 신문이나 방송의 일정 부분
을 독서나 책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것이라도 빠짐없이 읽
어둔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접한 정보를 공공의
영역으로 올려둠으로써 다른 도서관인들의 책읽기에 도움을 주는 자세
도 절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제 도서관에서도 좋은 서평
전문지를 주기적으로 발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도서관 이용자들에
게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도서관의 긍정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
가 될 것이다. 도서관인의 책읽기는 이렇듯 일반적인 읽기에 그치지 않
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내는 생산적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도서관인들이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의 책읽기
는 사회과학 분야이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변호사인 브랜다
이스는 '경제학과 사회학을 공부하지 않은 변호사는 사회악이 될 가능
성이 크다'는 시카고대학의 찰스 헨더슨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변호
사는 법관들이 충분한 사실적 자료에 근거하게 판결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런 활동으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시민과 변
호사' 1997년 1월호 '해외판결'(187-202면)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전문직과 관련해서는 그 전문직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활동의 주요한 근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러한 입장에서 법조계, 의료계 등에서는 기본적인 전문활동이외에도 다
양한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전문서비스(가난
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법률서비스라든가 특정지역에 대한 예방의학활
동, 나아가 적극적인 사회참여 등)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상을 확
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타 전문직의 경우를 비추어 볼 때, 한
시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꿰뚫는 정보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도
서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보다 깊이있는 사회과학에 대한 공부를 해
야 한다고 생각된다. 어떤 자료는 왜 소장의 가치가 있는지, 현대를 대
표하는 사회사상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도서관에 보관되고 이
용되어져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당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방식으
로 실제 정보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전달되고 이용되어지는지, 그 이
용을 통해 어떤 새로운 생산이나 창조가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해
는 도서관활동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도서관인들은 이러한 이해
를 위해 한차원 나아간 사회과학 중심의, 필요하다면 자연과학이나 전
문적인 기술분야의 책까지도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항상 일
정한 지역이나 부류의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따라서 그러한
지역이나 이용자층에 대한 이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인문학,사회학,경제학,심리학 등 광범위한 사회과학 분야 책
읽기가 요구된다. 도서관인들은 책읽기가 즐거움이 아니라 직업적 고통
의 수준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책읽기는 글쓰기로 이어져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은 소비의 행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한 부문의 전문
적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책읽기를 단순한 읽
기의 차원으로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이 때 책읽기는 또다른 창조와
생산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도서관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도서관 전문분야에 대한 책이 너무 없다는 불평을
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책은 누가 만들어 내는가? 결국은 도
서관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러한
불평불만은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자기불만족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도서관에서 십수년을 일했다면, 아니 단지 몇 년을 일했다 하더라도 다
른 도서관인들에게, 적어도 후배 도서관인들에게 남겨줄 많은 전문적인
경험이나 기술, 생각, 정보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책읽기를
바탕으로 또다른 책으로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 도서관인들의 책읽기를
괴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사회에서 전문적
인 영역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괴로움은 오히려 즐거움으로 바
뀌어야 한다. 우리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즐겁게 받아
들일 수 있을 때, 우리의 위상은 뚜렷해지는 것이다. 도서관인들은 일
반 이용자들에게 폭넓게 책에 관한 좋은 정보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도서관에 자료를 확충하기 위해 습득한 정보를 부지런히
공공의 영역으로 내 놓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나아간다면, 주기적으로 좋은 책읽기를 도와줄 만한
정보지를 만들어 배포한다든가, 부지런히 서지색인을 만든다든가 하는
일은 결코 컴퓨터에 서지데이터 몇 개 더 입력하는 것에 비해 그 중요
성이 뒤지지 않는 일이다. 이런 도서관의 기본활동에 대해 다시금 주목
해야 할 때이고, 이러한 생산을 염두에 둔 책읽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
이 절대 필요하다.
도서관은 소장한 자료들과 이를 이용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해 주
는 다리 역할을 하는 각종 도구로 인해 그 가치가 평가된다. 그 중에서
도 결국은 소장자료의 질적, 양적 수준에 따라 기본적인 가치가 결정된
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좋은 자료의 소장을 위해서는 도서관
인들이 수많은 자료들 중에서 어떤 것들이 도서관에 소장되어야 하는
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읽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해 진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거듭 도서관인들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괴로움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사회속에서 책과 정보분야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해야할 일에 대
해 책임지지 못함으로써 사회악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우리들 각자의 책읽기를 되돌아보고,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보
다 깊이있고 폭넓은 책읽기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얻어진 지식과 경험은 당연히 도서관 활동에 반영되고 이용자
들에게까지 전달되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책읽기를 돕는 지면이 이 도서관계에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李龍勳
출처 : 도서관계 1997/1-2월호
작성자 : 이용훈
도서관인들은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책 중심의
도서관을 꾸려나가야 하는 전문직업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인은
통상적으로 책을 많이 '읽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작 많은 도서
관인들은 숱하게 접하는 책들 속에 파묻혀 정작 책을 '읽는다'는 것에
는 부담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계>에서도 매번 '도서관인의
서가'면을 통해 도서관인으로서 읽어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도서관인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것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충분하게 만족할 만한 책읽기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럼 도대체 도서관인들은 어떤 책읽기를 해야 하는가? 이점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 '책읽기'에는 '무슨 책'을 읽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제기된
다. 도서관인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심증적으로는 업무에 관련된 전문서적이나 이용
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읽
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책들이 쏟아
져 나오고 있어 정작 책고르기의 전문가인 우리들조차 무슨 책이 좋은
책이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이중
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서관인들
은 우선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읽기
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주로 문학서적을 많이 읽
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도서관인들도 이러한 문학류에 편중된 책읽
기를 한다면 현실적인 감각이나 실제적인 기술습득, 업무에의 적용 등
에 있어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도서관인도 직업인을 떠나서는 한 개
인으로서 무슨 책을 읽든 자유이겠지만, 직업적 관점을 견지한다면 무
엇보다도 도서관이 포괄하고 있는 광범위한 주제들에 대한 이해를 도
울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관심의 폭을 대폭 넓혀야 한
다. 철학에서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총류까지도 다른 사람
들 보다는 균형되게 읽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은 차라리 백과사전을 한
권 다 읽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만큼 도서관
인은 우선적으로 도서관의 장서를 이해하고, 이용자들과의 만남에서 최
소한 대화의 소통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 경험을 얻기 위해서 어쩌면
'고통스러운 책읽기'를 자처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인들은
다양한 형태의 출판정보와 서평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언론
등에서는 이러한 정보의 가치를 파악해서 신문이나 방송의 일정 부분
을 독서나 책소개에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것이라도 빠짐없이 읽
어둔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접한 정보를 공공의
영역으로 올려둠으로써 다른 도서관인들의 책읽기에 도움을 주는 자세
도 절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제 도서관에서도 좋은 서평
전문지를 주기적으로 발간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도서관 이용자들에
게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도서관의 긍정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
가 될 것이다. 도서관인의 책읽기는 이렇듯 일반적인 읽기에 그치지 않
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내는 생산적 활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도서관인들이 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의 책읽기
는 사회과학 분야이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변호사인 브랜다
이스는 '경제학과 사회학을 공부하지 않은 변호사는 사회악이 될 가능
성이 크다'는 시카고대학의 찰스 헨더슨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변호
사는 법관들이 충분한 사실적 자료에 근거하게 판결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런 활동으로 유명해 졌다고 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시민과 변
호사' 1997년 1월호 '해외판결'(187-202면)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거의 모든 전문직과 관련해서는 그 전문직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활동의 주요한 근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러한 입장에서 법조계, 의료계 등에서는 기본적인 전문활동이외에도 다
양한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전문서비스(가난
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법률서비스라든가 특정지역에 대한 예방의학활
동, 나아가 적극적인 사회참여 등)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상을 확
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타 전문직의 경우를 비추어 볼 때, 한
시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꿰뚫는 정보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도
서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보다 깊이있는 사회과학에 대한 공부를 해
야 한다고 생각된다. 어떤 자료는 왜 소장의 가치가 있는지, 현대를 대
표하는 사회사상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계속 도서관에 보관되고 이
용되어져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당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은 어떤 것이며,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방식으
로 실제 정보가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전달되고 이용되어지는지, 그 이
용을 통해 어떤 새로운 생산이나 창조가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해
는 도서관활동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도서관인들은 이러한 이해
를 위해 한차원 나아간 사회과학 중심의, 필요하다면 자연과학이나 전
문적인 기술분야의 책까지도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항상 일
정한 지역이나 부류의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따라서 그러한
지역이나 이용자층에 대한 이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인문학,사회학,경제학,심리학 등 광범위한 사회과학 분야 책
읽기가 요구된다. 도서관인들은 책읽기가 즐거움이 아니라 직업적 고통
의 수준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책읽기는 글쓰기로 이어져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은 소비의 행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한 부문의 전문
적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서든지 책읽기를 단순한 읽
기의 차원으로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이 때 책읽기는 또다른 창조와
생산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도서관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도서관 전문분야에 대한 책이 너무 없다는 불평을
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책은 누가 만들어 내는가? 결국은 도
서관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러한
불평불만은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자기불만족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도서관에서 십수년을 일했다면, 아니 단지 몇 년을 일했다 하더라도 다
른 도서관인들에게, 적어도 후배 도서관인들에게 남겨줄 많은 전문적인
경험이나 기술, 생각, 정보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책읽기를
바탕으로 또다른 책으로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 도서관인들의 책읽기를
괴롭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사회에서 전문적
인 영역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괴로움은 오히려 즐거움으로 바
뀌어야 한다. 우리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즐겁게 받아
들일 수 있을 때, 우리의 위상은 뚜렷해지는 것이다. 도서관인들은 일
반 이용자들에게 폭넓게 책에 관한 좋은 정보를 전달해 주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도서관에 자료를 확충하기 위해 습득한 정보를 부지런히
공공의 영역으로 내 놓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나아간다면, 주기적으로 좋은 책읽기를 도와줄 만한
정보지를 만들어 배포한다든가, 부지런히 서지색인을 만든다든가 하는
일은 결코 컴퓨터에 서지데이터 몇 개 더 입력하는 것에 비해 그 중요
성이 뒤지지 않는 일이다. 이런 도서관의 기본활동에 대해 다시금 주목
해야 할 때이고, 이러한 생산을 염두에 둔 책읽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
이 절대 필요하다.
도서관은 소장한 자료들과 이를 이용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해 주
는 다리 역할을 하는 각종 도구로 인해 그 가치가 평가된다. 그 중에서
도 결국은 소장자료의 질적, 양적 수준에 따라 기본적인 가치가 결정된
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좋은 자료의 소장을 위해서는 도서관
인들이 수많은 자료들 중에서 어떤 것들이 도서관에 소장되어야 하는
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읽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해 진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거듭 도서관인들에게 책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괴로움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사회속에서 책과 정보분야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해야할 일에 대
해 책임지지 못함으로써 사회악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우리들 각자의 책읽기를 되돌아보고,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보
다 깊이있고 폭넓은 책읽기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얻어진 지식과 경험은 당연히 도서관 활동에 반영되고 이용자
들에게까지 전달되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책읽기를 돕는 지면이 이 도서관계에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李龍勳
출처 : 도서관계 1997/1-2월호
작성자 :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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