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금지된 지식

조선일보(CS)

날 짜 : 97/3/22
제목: [Culture] 인간의 호기심 그 끝은 어디인가?
------------------------------------------------------------------------------
-

<유승찬 기자 ysc@chosun.com>.

금지된 것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

최근 한 문화비평가가 역사 발전의 숨은 원동력은 인간의 주체못할
호기심이라는 해석을 내려 세간의 주목을 받고있다.

과학, 예술, 신화 등 각 분야에서 관습이나 제도가 금지하고 있는
지식을 알아내는 과정이 곧 인류역사라는 것이다. 이 해석은 최근의
인간 복제 논쟁과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호기심의 끝은 어디인가』 미국 문화비평가협회 회장인 보스톤대
로저 사툭 교수는 저서 「금지된 지식」(금호출판사 출간 예정)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 책에서 3천년동안 인간을 유혹해온 판도라의 상자들을 열
어, 호기심이 빚은 역사의 장면들을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호기심의 발단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인간의 멸종을 막기위해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치고 인간에게 기술 과학 언어 상상
력을 심어준다.

이에 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묶어두고 독수리로
하여금 그의 간을 파먹게 하는 한편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를 프로메테우
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호기심이 많은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가 갖고있는 상자를 마침내
열게 되고 그 순간 슬픔과 걱정 등 모든 악이 상자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사툭 교수는 『호기심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발전과 재앙이라는 정
반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정의하고 『인간은 진실과 금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해왔다』고 설명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는 불완전한 지식을 참지 못하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탐구자들에 의해서 계승되고 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인류의 진화와 유전법
칙을 설명한 다윈과 만델,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혀낸 뉴튼, 아인쉬타인
등이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이다.

이들의 발명은 인류를 무지의 미망에서 구출하는 한편 그에 상응할
만큼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

1939년 물리학자 아인쉬타인은 원자폭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편지
를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냈다. 전쟁의 종식을 기원하는 충정에서
작성된 이 서한은 즉각 실행에 옮겨졌다.

그것은 E=mc제곱이라는 순수과학이론이 인류 역사상 가장 광폭한
무기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이른바 「맨해튼 계획」으로 불리운 원폭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한 인물은 J. 로버트 오펜하이머.

그는 1945년 가공할 위력을 가진 폭탄 사용에 반대했던 과학자들의
보고서를 거부함으로써 「역사적인 살인」을 실행에 옮겼다.

그로부터 2년뒤, 오펜하이머는 미국 메사슈세츠 공대(MIT)에서 열
린 한 강연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함으로써 악을 종식시
키기 위해 더 큰 악을 창조했음을 시인했다.

트루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각하, 내 손은 피로 물들었오』
라고 한 말은 오펜하이머가 느낀 자책감의 무게를 잘 보여준다.

양과 원숭이의 복제 소식을 들으면서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을 연
상했다. 생명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보여준
최초의 작품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인간복제연구에 대해선 지원하지 않겠다고 언명했
지만 어떤 이유로든 인간복제의 연구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이제 벽지 무늬를 고르듯이 우리 자식들의 육체적 정신적 재
질들을 선택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1988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간 게놈 계획(Human Genome Project:
HGP)」은 인간 복제가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
다.

노벨상 수상자 월터 길버트는 HGP를 둘러싼 공방을 두고 『이 연구
가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금언에 대한 마지막 대답이 될 것
인지 아니면 히틀러 치하에서 「생명의 샘」이란 제도를 통해 우량 인간
을 추출해냈던 하인리히 히믈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 예측할 수 없다』
고 답했다.

HGP가 유전적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이
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판도라의 상자에서 프랑켄슈타인
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로저 샤툭은 아쉽게도 「동전에 양면이 있다」는 수준 이상의 결론
을 내지 못한다. 수많은 사례 속에서 독자들 스스로가 생각할 여지를
활짝 열어두고 있다.

그는 『많은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식은 본질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
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겐 그들의 연구 결과가 악용되는 것을 예방할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고 경고할 뿐이다. 다만 그가 내놓은 소박한
제안은 새겨들을 만하다.

『2천년전의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가 경고했던 금언은 「어떤
이유에서든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에게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이제 유전학자를 포함한 모든 과학자들도 이같은
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저자 로저 샤툭은 192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예일대학을 졸업했
으며 보스턴대학 교수와 미국문학비평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는 야생 인간의 문명 적응과정을 상세히 담은 「금지된 실험」과「향연의
해」 그리고 국제도서상을 수상한 「마르셀 프루스트」등이 있다.



============ 종 료 ========
PRINTER/CAPTURE 를 OFF 하고 ENTER를 누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