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언론
학술단체협의회 지음 / 당대 / 454면 / 12,000원
다양한 전공을 가진 진보적인 학자들의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의 제9회 연
합 심포지움의 주제인 <재벌과 언론>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엔 재벌
문제의 인식, 재벌과 금융,유통,여성 고용,노동,재벌, 재벌규제, 언론정책과
규제, 언론의 이데올로기와 현대사 인식, 언론과 지역규녕개발론, 언론운동
등을 다룬 12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건 더 이상 정치권
력이 아니다. 재벌과 언론이다. 정치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5년마다 바뀐다.
그러나 재벌권력과 언론권력은 영원히 세습된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권력에
관한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재벌권력과 언론권력에 관한 이야기는 듣기 어렵
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 마당을 재벌과 언론이 장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출판도 언론에 의해 거의 다 먹혔다. 언론의 홍보가 없으면 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판은 언론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언론을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 책
을 외면했다.
이 책은 재벌과 언론의 지배구조와 특성을 '분석'하고 '폭로'한다. 물론 대안
도 제시한다. 그러나 일고 나면 더욱 허전하다. 일부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
는 바와 같이, 한국은 '군사독재'에서 '재벌독재'로 이행하고 있으며 '언론독
재'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독재'치하에서 대안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바를 바 없다. 차라리
방울다는 법을 연구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있다. 그건 그들이 학자라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자신의 글이 '학술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렴에 지배를 받는다. 늘 체계와 틀과 이론을 강조하며 입증의
부담을 안고 있는 '학술'은 원초적으로 방울다는 법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 책이 '실천'을 중시했다면 재벌과 언론을 같이 묶지는 않았을 것이
다. 재벌독재를 염려하며 재벌언론을 규탄하는 언론재벌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언론의 힘을 빌려 재벌독재를 견재하는 '전술'을 고려하면 안될가? 책의
'상품화'를 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하면 큰일나는 것인지 그
것도 궁금하다.
재벌문제의 인식을 다룬 글이 다른 글들과 연계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
글이 지적하고 있듯이, 재벌들은 이미 '국민의 일상 사고와 생활을 지배'하
고 있으며, 지식인을 상대로 '자기 사람 만들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
고 있다. 이는 언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재벌독재와 언론독재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작업이기 때문
이다. 그런데 이 책엔 이에 관한 본격적 논의가 전혀 없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만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인지라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강준만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처 : 출판저널 204호 (1996.12.5) 24면 서평
학술단체협의회 지음 / 당대 / 454면 / 12,000원
다양한 전공을 가진 진보적인 학자들의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의 제9회 연
합 심포지움의 주제인 <재벌과 언론>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엔 재벌
문제의 인식, 재벌과 금융,유통,여성 고용,노동,재벌, 재벌규제, 언론정책과
규제, 언론의 이데올로기와 현대사 인식, 언론과 지역규녕개발론, 언론운동
등을 다룬 12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건 더 이상 정치권
력이 아니다. 재벌과 언론이다. 정치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5년마다 바뀐다.
그러나 재벌권력과 언론권력은 영원히 세습된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권력에
관한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재벌권력과 언론권력에 관한 이야기는 듣기 어렵
다. 우리 사회의 이야기 마당을 재벌과 언론이 장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출판도 언론에 의해 거의 다 먹혔다. 언론의 홍보가 없으면 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판은 언론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언론을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 책
을 외면했다.
이 책은 재벌과 언론의 지배구조와 특성을 '분석'하고 '폭로'한다. 물론 대안
도 제시한다. 그러나 일고 나면 더욱 허전하다. 일부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
는 바와 같이, 한국은 '군사독재'에서 '재벌독재'로 이행하고 있으며 '언론독
재'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독재'치하에서 대안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바를 바 없다. 차라리
방울다는 법을 연구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있다. 그건 그들이 학자라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자신의 글이 '학술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렴에 지배를 받는다. 늘 체계와 틀과 이론을 강조하며 입증의
부담을 안고 있는 '학술'은 원초적으로 방울다는 법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 책이 '실천'을 중시했다면 재벌과 언론을 같이 묶지는 않았을 것이
다. 재벌독재를 염려하며 재벌언론을 규탄하는 언론재벌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언론의 힘을 빌려 재벌독재를 견재하는 '전술'을 고려하면 안될가? 책의
'상품화'를 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하면 큰일나는 것인지 그
것도 궁금하다.
재벌문제의 인식을 다룬 글이 다른 글들과 연계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
글이 지적하고 있듯이, 재벌들은 이미 '국민의 일상 사고와 생활을 지배'하
고 있으며, 지식인을 상대로 '자기 사람 만들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
고 있다. 이는 언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재벌독재와 언론독재에 대한 문제제기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작업이기 때문
이다. 그런데 이 책엔 이에 관한 본격적 논의가 전혀 없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만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인지라 괜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강준만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처 : 출판저널 204호 (1996.12.5) 24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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