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기사] 고대 생활도서관 (연세춘추)

연대동호회에 올려진 <연세춘추> 1996.9.2일자에서 옮깁니다.

고동하 (CHUNCHU )
[96/09/02]학술특집-고대 생활도서관 탐방 09/02 20:23 82 line

탐방 - 고대 생활 도서관을 찾아

학문사상의 자유, 진보사상의 대중화

1인당 국민 총생산량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세계 10위의 수출
국으로 보기 좋게 포장된 90년대. 그러나 교육 재정이 국민 총생
산(GNP) 대비 5퍼센트도 되지 않는 또다른 현실을 토대로 하고
있는 우리의 대학 교육은 대학 구성원들이 가지는 지적인 호기심
을 얼마만큼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또한 대학 사회 전반에 걸
쳐 자본의 논리가 깊숙히 침투한 상황에서, 대학이 가지는 진보
적 학문의 장으로서의 의미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거점으로 각 대학 내의 학생들 사이에서 자
치적 학술 운동 모색의 일환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생활 도
서관 건립 운동’이다. 현재 서울대, 이대 등 10여 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는 생활 도서관은 이제 제 2대학과 함께 제도권 교육
의 부족한 점을 실감하는 진보적인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
져가고 있다. 이에 우리 나라 대학 최초로 생활 도서관을 건립하
고,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고려대 생활 도서관을 방문해 보았다.

고려대 학생회관 내에 자리잡고 있는 생활 도서관은 지난 90년
‘학문 사상의 자유, 진보 사상의 대중화’란 기치로 첫발을 내
디딘 후, 지금은 고려대 내에서, 더 나아가 전체 대학 사회 내에
서 중요한 위치로 발돋움하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기증한 책과 함께 매년 1천권의 책을 구입하
여 학생들의 자치 활동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 이곳은, 현재 3
만여권의 장서와 6천4백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의 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지성진군(정치외교·3)은 “생활
도서관은 진보적 사회 운동 단체의 다양한 자료와 각종 사회 과
학 서적을 보유, 사회 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곳”이라
고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일반 도서관과의 차이에 대해 “이곳은 일반 도서관이 보
유할 수 없는 다양한 이념 서적을 비롯해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사회 과학 서적을 가지고 있다”며 생활 도서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에 생활 도서관이 점차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학내에서
가장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학회 활동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생활 도서관에서 학내 각 학회에 세미나 자료와
공간을 제공하고, 학회 운영의 어려움을 살펴 이를 함께 고민하
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또한 고대 생활 도서관에서는 앞으로 커리 뱅크(Curriculum
Bank)를 운영하고, 각 학회와 제 2대학과의 연대를 통하여 학술
제를 개최하는 등 학내 학회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적인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생활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군은 “생활 도
서관이 발전되고 활성화되기 위해, 다양한 서적을 구입하는 등의
외형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학술 동아리나 진보 단체가 발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
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해 사회 운동의 전반적인 쇠퇴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또한 그는 요즘 학회 운동의 모습에 대해 “80년대 운동 이념의
정당성이 사라졌다 하여 학회 운동의 지반이 상실됐다고 생각하
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러한 현실속에서 여성, 환경 등 새로
이 나타난 문제 속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
라며 말을 맺었다.

많은 이들이 90년대 운동권의 쇠퇴와 함께 대학의 문화, 특히
학회의 이념적 전통이 사라졌다고 말을 한다. 또한, 이번 한총련
사태를 전후해 정부와 언론 등 보수 세력들의 ‘진보 세력 죽이
기’에 의해 학내 이념운동은 점점 그 기반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
고, 뺏길수 없는 인간의 권리이다.

이는 소위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 사회 내에서 더욱 중요시 되
어야 할 부분이며, 생활 도서관의 건립은 그런 생각의 출발점일
것이다.

곽동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