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HAN) 1996.9.11
제 목: [삶의 질] 지역문화 활성화
삶의 질-문화 부문 테마
지역문화 활성화-문화시설 운영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정남기 기자
“푸른음악회를 아십니까.”
열린음악회가 귀에 익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 `푸른음악회'는 클래식과 국악·대중음악 분야의 예술인들이 전국의 문
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열린음악회다.
문체부가 지난해 9월에 시작한 이 음악회는 구로공단·태백·동두천 등
에서 공연 때마다 1만명 안팎의 많은 청중들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5일
강원도 고성 공연 때는 속초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1만2천여명이나 찾
아와 대성황을 이뤘다. 푸른음악회의 이러한 열기는 우리 국민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갈증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고성은 물론 속초 주민들도 지
금까지 자신들의 고장에서 변변한 음악회 한번 열리는 걸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전체적 문화·예술 수준과는 별도로 국민의 삶의 질로서의 `문
화복지'는 매우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부분의 문화시설과
행사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돼, 그외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수 기
회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문예진흥원이 발간한 96년판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3천47회
의 양악연주회 가운데 52.7%가 서울에서 열렸고, 이어 부산 9.8%, 대구 8
.5%, 광주·대전 각 5.1%, 인천 2.7%였다. 그밖의 지역은 경남 2.8%(85회
), 강원 2.5%, 전북 2.3%, 제주 2.2%, 경기 2.1%, 충북 1.2%, 충남 1.1%,
전남 0.8%(23회)였다. 지난해 모두 5백25회가 열린 국악 등 전통음악연주
회도 광주(9.7%)와 전북(7.8%)의 비율이 약간 높을 뿐, 44%나 되는 공연
이 서울에 편중된 건 마찬가지였다. 대도시를 제외하곤 한 도에서 한달에
열번의 음악회도 열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술전시회나 도서관 시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생활의 여유와 함께 최근 문화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어느 때보
다도 높아지고 있다. 또 지방자치제의 출범은 지역문화 활성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일단 성공적인 출발을 한 광주비엔날레, 13일
야심차게 막을 올리는 부산 국제영화제는 지자제와 함께 지역에서 기획된
대표적 국제문화행사다. 최근 3~4년에 전국 15개 시·도에 종합문예회관
이 건립됐거나 건립중에 있으며, 새로 세워진 시민회관·구민회관들도 급
한 대로 공연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여건을 지역문화 불모상태 해결로 연결시킬 방법으로 전문가들
은 `문화예술인에 의한 문화행정'을 꼽는다. 지역문화 활성화의 근거지
번호/명령(H,F,B,P,T,LD,GO,HI,Z,X)
역할을 해야 할 문화시설들을 문화적 소양과 능력이 없는 관료들이 맡아
운영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종합문예회관 등 지방 문화시설
의 책임자는 대부분 문화예술인이 아닌 행정관료들이다. 서울 세종문화회
관의 경우 관장, 사무국장 모두가 서울시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다. 게다
가 사무국장은 다른 직을 겸임해 사실상 문화회관 업무를 보지 않는 것이
관행이 돼 왔다. 지방문화원들도 문화적 역할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1백75개 문화원 원장들은 모두 민간인들이지만 대부분 60~70대의 고
령이다. 이들은 사무실 하나에 직원 2~3명을 데리고 향토문화 보존 사업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활동이 활발한 곳도 주부나 청소년들의 취미강좌
를 여는 게 고작이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대가 전면보다 후면이 3배 가량 넓
어야 한다. 그래야 원활한 공연과 장면 전환이 가능하다. 또 무대 세트가
들어갈 출입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최근 몇년 동안 급속히 늘어난
시민회관이나 구민회관, 문예회관 등 지자체가 세운 문화시설 가운데 이
런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많은 돈을 들여 세
운 시설을 공연 한번 못하고 놀리고 있는 것이다. 건립 당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조금이라도 들었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관계
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뿐 아니다. 전국의 3백12개 공립 공공도서관 가운데 법이 정한 대로
사서직이 관장을 맡고 있는 곳은 19곳밖에 안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일
선 지자체나 교육청 관료들 가운데 일부는 도서관을 책상과 의자만 갖다
놓으면 되는 것으로 안다”며 “도서관이 독서실 역할에서 벗어나 제자리
를 찾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가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경우 인구 10~30만의 소도시에 있는 문화시설들도 국제 수준
의 행사를 치러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인구 13만명의 프랑
스 소도시 아미앵에서는 81년에 창설된 개성 있는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영화제는 아니지만 매년 한 나라를 주제로 잡아 예
술성 있고 그 나라 문화가 잘 표현된 영화를 모아 상영하고 있다. 아미앵
문화의 집의 직원 40명이 국제 영화제를 훌륭하게 치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로노블 문화의 집에서는 직원 4명이 4만5천명의 회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직원 2명이 고작 3천여명의 회원을 관리하는 우리의 예술
의 전당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프랑스의 문화 활동이 이처럼 활발한 것은 단지 시설이 좋거나 재정이
튼튼해서가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과 의지를 가진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직접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자율적으로 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 때문
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적 지원만 할 뿐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
다. 미국은 아예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없다. 문화예술 행사에
재정 지원을 하는 국립예술기금(NEA)만 있다.
정부는 80년대 초부터 `지역문화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고 각종 시
책을 펴왔으나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시설 확충에만 주력했지 내
부 혁신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시설 운영은 문화예술 전
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문화시설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은 “이미 마련된 지역 문화시설도 전문인
력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시설의 관리와 운
영에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지역문화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과제선정 자문위원
-김용범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
-김정옥 국제극예술협회 회장
=======================
이 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문화기관은 그 장이 그 분야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부분이고, 중간에 도서관도 전문사서들이 관장을
맡아 도서관운영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오랫동안
우리는 정부와 관련한 단체나 기관은 소위 낙하산인사라는 고질적인
평폐에 시달렸다. 그 단체나 기관의 성격이나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상부의 의지대로 왔다가 가는 그런 방식의 인사행정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런 관행은 인사에 있어서 불공정행위일 뿐이다.
외국의 경우, 도서관관장은 자신의 경륜과 포부를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의견으로 선발하고 일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결국 최종적인 차이는 바로 그러한 방식의 차이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국민의 문화적 삶의 향상을
바란다면 이제부터라도 문화기관은 그 기관에서 아웅다웅거리면 살아야
하는 그분야 전문가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낙골 재두루미~~
제 목: [삶의 질] 지역문화 활성화
삶의 질-문화 부문 테마
지역문화 활성화-문화시설 운영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정남기 기자
“푸른음악회를 아십니까.”
열린음악회가 귀에 익은 사람들은 이 질문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 `푸른음악회'는 클래식과 국악·대중음악 분야의 예술인들이 전국의 문
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열린음악회다.
문체부가 지난해 9월에 시작한 이 음악회는 구로공단·태백·동두천 등
에서 공연 때마다 1만명 안팎의 많은 청중들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5일
강원도 고성 공연 때는 속초 등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1만2천여명이나 찾
아와 대성황을 이뤘다. 푸른음악회의 이러한 열기는 우리 국민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갈증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고성은 물론 속초 주민들도 지
금까지 자신들의 고장에서 변변한 음악회 한번 열리는 걸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의 전체적 문화·예술 수준과는 별도로 국민의 삶의 질로서의 `문
화복지'는 매우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대부분의 문화시설과
행사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돼, 그외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수 기
회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문예진흥원이 발간한 96년판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3천47회
의 양악연주회 가운데 52.7%가 서울에서 열렸고, 이어 부산 9.8%, 대구 8
.5%, 광주·대전 각 5.1%, 인천 2.7%였다. 그밖의 지역은 경남 2.8%(85회
), 강원 2.5%, 전북 2.3%, 제주 2.2%, 경기 2.1%, 충북 1.2%, 충남 1.1%,
전남 0.8%(23회)였다. 지난해 모두 5백25회가 열린 국악 등 전통음악연주
회도 광주(9.7%)와 전북(7.8%)의 비율이 약간 높을 뿐, 44%나 되는 공연
이 서울에 편중된 건 마찬가지였다. 대도시를 제외하곤 한 도에서 한달에
열번의 음악회도 열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술전시회나 도서관 시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생활의 여유와 함께 최근 문화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어느 때보
다도 높아지고 있다. 또 지방자치제의 출범은 지역문화 활성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일단 성공적인 출발을 한 광주비엔날레, 13일
야심차게 막을 올리는 부산 국제영화제는 지자제와 함께 지역에서 기획된
대표적 국제문화행사다. 최근 3~4년에 전국 15개 시·도에 종합문예회관
이 건립됐거나 건립중에 있으며, 새로 세워진 시민회관·구민회관들도 급
한 대로 공연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여건을 지역문화 불모상태 해결로 연결시킬 방법으로 전문가들
은 `문화예술인에 의한 문화행정'을 꼽는다. 지역문화 활성화의 근거지
번호/명령(H,F,B,P,T,LD,GO,HI,Z,X)
역할을 해야 할 문화시설들을 문화적 소양과 능력이 없는 관료들이 맡아
운영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종합문예회관 등 지방 문화시설
의 책임자는 대부분 문화예술인이 아닌 행정관료들이다. 서울 세종문화회
관의 경우 관장, 사무국장 모두가 서울시 관료들이 차지하고 있다. 게다
가 사무국장은 다른 직을 겸임해 사실상 문화회관 업무를 보지 않는 것이
관행이 돼 왔다. 지방문화원들도 문화적 역할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1백75개 문화원 원장들은 모두 민간인들이지만 대부분 60~70대의 고
령이다. 이들은 사무실 하나에 직원 2~3명을 데리고 향토문화 보존 사업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활동이 활발한 곳도 주부나 청소년들의 취미강좌
를 여는 게 고작이다.
제대로 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대가 전면보다 후면이 3배 가량 넓
어야 한다. 그래야 원활한 공연과 장면 전환이 가능하다. 또 무대 세트가
들어갈 출입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최근 몇년 동안 급속히 늘어난
시민회관이나 구민회관, 문예회관 등 지자체가 세운 문화시설 가운데 이
런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많은 돈을 들여 세
운 시설을 공연 한번 못하고 놀리고 있는 것이다. 건립 당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조금이라도 들었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관계
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뿐 아니다. 전국의 3백12개 공립 공공도서관 가운데 법이 정한 대로
사서직이 관장을 맡고 있는 곳은 19곳밖에 안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일
선 지자체나 교육청 관료들 가운데 일부는 도서관을 책상과 의자만 갖다
놓으면 되는 것으로 안다”며 “도서관이 독서실 역할에서 벗어나 제자리
를 찾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가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경우 인구 10~30만의 소도시에 있는 문화시설들도 국제 수준
의 행사를 치러낼 수 있을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인구 13만명의 프랑
스 소도시 아미앵에서는 81년에 창설된 개성 있는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영화제는 아니지만 매년 한 나라를 주제로 잡아 예
술성 있고 그 나라 문화가 잘 표현된 영화를 모아 상영하고 있다. 아미앵
문화의 집의 직원 40명이 국제 영화제를 훌륭하게 치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로노블 문화의 집에서는 직원 4명이 4만5천명의 회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직원 2명이 고작 3천여명의 회원을 관리하는 우리의 예술
의 전당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프랑스의 문화 활동이 이처럼 활발한 것은 단지 시설이 좋거나 재정이
튼튼해서가 아니다. 창의적인 능력과 의지를 가진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직접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자율적으로 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 때문
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적 지원만 할 뿐 절대로 간섭하지 않는
다. 미국은 아예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없다. 문화예술 행사에
재정 지원을 하는 국립예술기금(NEA)만 있다.
정부는 80년대 초부터 `지역문화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고 각종 시
책을 펴왔으나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시설 확충에만 주력했지 내
부 혁신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시설 운영은 문화예술 전
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야 문화시설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은 “이미 마련된 지역 문화시설도 전문인
력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시설의 관리와 운
영에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지역문화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과제선정 자문위원
-김용범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
-김정옥 국제극예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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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문화기관은 그 장이 그 분야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는 부분이고, 중간에 도서관도 전문사서들이 관장을
맡아 도서관운영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오랫동안
우리는 정부와 관련한 단체나 기관은 소위 낙하산인사라는 고질적인
평폐에 시달렸다. 그 단체나 기관의 성격이나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상부의 의지대로 왔다가 가는 그런 방식의 인사행정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런 관행은 인사에 있어서 불공정행위일 뿐이다.
외국의 경우, 도서관관장은 자신의 경륜과 포부를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의견으로 선발하고 일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결국 최종적인 차이는 바로 그러한 방식의 차이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국민의 문화적 삶의 향상을
바란다면 이제부터라도 문화기관은 그 기관에서 아웅다웅거리면 살아야
하는 그분야 전문가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낙골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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