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계 1997년 8월 '도서관인의 책읽기' 원고>
책과 함께 하는 여행
이용훈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장마가 끝나자 마자 도시는 한가하다. 다들
바다로, 산으로 피서를 떠났기 때문이겠지. 도서관에도 이용자들가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이럴 때면 도서관인들도 덩달아 피서여행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여행은 여행자의 인생을 깊게하고 인식의 지평
을 넓혀준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나 먹고 살만하면 다들 여행(관
광)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며, 우리 나라도 최근들어 예외없이
여행붐이 크게 일고 있다. 이러한 여행의 보편화에 대해 우리 도서관
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또한 도서관이라는 하드웨어와 여
행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을까? 느닷없이 그런 것
들이 궁금해졌다. 도서관과 여행, 도서관인과 여행의 관계를 어떤 방
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잠시 곁길로 가보자. 1990년, 아직 우리 나라와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 회사일로 중국에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지금이야
중국여행이 힘들지 않겠지만, 당시로서는 일종의 고행 같았다. 먹고
자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통편은 불편했다. 워낙 넓은 나라인지
라 버스로 다니는 것 자체가 큰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고, 왠만한 거
리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작은 공항에서의 일이다.
우리 일행이 비행기를 타려고 수속을 마치고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비행기에 오르라는 말이 없었다. 공항
관계자에게 물으니 아직 이륙허가가 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언
제 출발할 수 있는가를 물으니, 중국 사람 특유의 말투로, 모른다, 기
다리라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흔했고, 자칫하면 하루를 그
냥 보내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그런 일을 당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을 어찌 보내
야 하는가 하는데 있었다. 우리 일행은 지루함을 달리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필자
는 그 자리에 낄 입장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유럽의 노부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주 아
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고 기억된다. 부부는 우리처럼 공항관계
자에게 이것저것 묻지도 않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흐
르자 가방에서 작은 책을 한 권씩 꺼내들고는 읽기 시작하였다. 너무
도 조용하고 여유로운 그 모습이 왜 그리도 부러웠던지. 나도 나이가
들어 여행을 하면 저런 모습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
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일이 있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국제 테니
스대회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비가 와서 야외코트를 포기하고 어느
실내코트에서 시합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내코트도 비가
새는 바람에 시합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텔리비젼에서 이 상
황을 뉴스로 보도하였는데, 그 화면에 비쳐진 외국선수의 모습이 매
우 인상적이었다. 몇 몇 선수들이 비가 새는 체육관 계단에 앉아 책
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오래 전 중국에서 본 노부부의 모
습처럼 무척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우리 선수들은 그 시간에 무엇
을 하고 있었을까. 나라면 어찌하고 있었을까. 우리의 여행에서 책은
얼마만한 비중을 가지고 있을까. 여행가방에 읽을 책 한 권이라도 넣
어가지고 가기는 하는 건가? 이러저런 궁금증들이 밀려든다.
아직 우리 나라 사람들의 여행에서 책은 중요한 준비물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여행길에서 손에 들고 읽는 것은 신문이나 아니면 길
에서 파는 가벼운 읽을거리 정도이며 그것마저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행을 대비해 사전에 도서관
을 찾거나 통신을 통하거나 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다 보니 여행은 주먹구구식으로 가
게 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도 그렇게 만족스러운 결과
를 얻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바
꾸어, 여행이란 그저 가서 먹고 놀다가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가
기 전부터 철저히 준비를 해야만 알뜰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도서관
이 여행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확산을 꾀하고, 이를 통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해외
여행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해외여행 정보만을 제공하는 전문도서관
도 생기고 여행사들도 여행정보 제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여행자들의 요구에 비해만 정보제공은 미비한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다. 도서관은 이러한 정보욕구에 대한 정보제공
부족이라는 공백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여행정보를 모아둔 코너를 마련하고 일반 이용자의 정보요구에 적극
대처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도서관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인들이 우선적으로 여행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쓸모있게 정리해 둠으로써 정보로서
의 가치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여행은 매우 중
요한 일상활동이 되고 있어 신문이자 잡지, PC통신 등에서 이러한
여행정보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런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보화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
서 도서관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행정보에 대해 보
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활동을 조직해 낼 수 있다면 사람
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적절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하다. 어느 도서관에 가도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잘 정리된 정보
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누군들 도서관을 찾지 않겠는가. 게다가 무
료라면 더욱 그러지 않겠는가.
이제는 도서관인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도서관인들도 여행
을 자주 가리라 생각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 도서관인들은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고 또 여행가방 안에는 무
엇을 넣어갈까 궁금하다. 대체로 도서관인들은 일반인들보다는 여행
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하고
있고, 실제로 착실한 준비를 하고 떠난다고 한다. 이런 정보습득은
각종 자료나 PC통신 등을 통해 구하게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도
서관인들이 일반인보다 강점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아
직도 우리 도서관인들조차 여행가방에 읽을 거리 한 두권 넣어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며칠 전 지방에 있는 山에 가면서
몇 명의 도서관인들과 함께 갔는데, 책을 가져온 사람은 없었다. 하
긴 짧은 여행길이라 책 볼 시간이 따로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겠지
만, 그래도 시집 한 권 정도는 넣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도서관인
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한다. 우리들이 어느 곳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지 여유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변 사람들도 그러한 모습에서 책읽기의 가치나 아름다움
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적으로 풍겨나는 도서관인다운 기품
은 바로 그런 작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
한다. 이제 도서관인들은 어디를 가든, 그 여행일정이 한 나절이든,
하루든, 아니면 한달이든, 가는 곳이 바다든, 산이든, 들판이든, 아니
면 세미나를 가든, 그 여행가방안에 묵직한 사회과학이나 과학서적
이든, 소설책이든, 시집이든, 아니면 어느 여행가의 여행기록을 담은
책이든, 한 두권씩은 꼭 넣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그
저 하릴없는 잡담이나 술 일터는 활기차고 우리 도
서관인 개개인의 삶의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게 할 수 있는 큰 변화
의 씨앗이 들어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부터 소
중히 보듬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 여행에 대해 꼭 읽어 보아야 할 책 몇 권을 생각해 본다.
우선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로 유명한 유
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창작과비평사 발행)는 여행의 수준
을 한 차원 높여 수준있는 문화활동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1993년 '남도답사 일번지'라는 부제를 단 제1권이 출판
된 이후, 1994년에는 제2권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가, 올 해(1997년)
제3권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가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독서계를 뒤흔든 이 책은 어렵기만 한
학술의 세계를 일반대중의 영역으로 확장시킴으로써 다른 학문분야
에서의 대중화 바람을 앞서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노력과 역량이 배어있는 것이라면, 집단적인 노력의 결실로는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공들여 만들어 내고 있는 <답사여행의 길잡이
> (돌베개 발행)가 있다. 이 길잡이는 1994년 전북편을 시작으로 현
재까지 총 9권이 발행되었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1권 '전북', 2권 '경
주', 3권 '동해 설악', 4권 '충남', 5권 '전남', 6권 '지리산자락', 7권 '경
기남부와 남한강', 8권 '팔공산자락' 그리고 9권 '경기북부와 북한강'편
이 있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 땅과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필
자들이 발로 걸으며 일일이 확인한 진한 감흥과 정보들이 깔끔한 편
집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 만일 우리 땅 어느 곳인가를 가고자 한다
면 이런 책들을 통해 미리 그 땅과 문화를 만나보고 간다면 더욱 생
생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권의 책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은 요즘 새롭게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간이역 순례를 돕는 책이 있다.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중앙M&B, 1997. 281면, 6500원)은 중앙일
보에 연재되었던 27곳의 간이역에 관련한 기사를 모았다. 비록 이 책
에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 나온 탓에 유명해진 정동진역은 빠져있
지만, 같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태수의 엄마로 나왔던 김영애 씨가 자
살하는 장면을 찍었다는 전남 곡성의 압록역은 소개되고 있다. 그 역
에는 '김영애 소나무'가 있다고 하면서. 기억에 남는 또 한 권의 책은
정찬주가 쓰고 김홍희가 사진을 찍어 만든 아주 예쁜 책 <암자로 가
는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런 책들을 통해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면, 이
제 가방을 꾸리자. 그리고 책꽂이를 살펴보자. 무슨 책을 넣어갈까.
이번에 나는 박노해 씨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해냄, 1997. 326면,
7000원)과 장일순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락 한알 속의 우주>
(녹색평론사, 1997. 186면, 5000원)을 넣어갈 것이다. 사람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해.
책과 함께 하는 여행
이용훈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장마가 끝나자 마자 도시는 한가하다. 다들
바다로, 산으로 피서를 떠났기 때문이겠지. 도서관에도 이용자들가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이럴 때면 도서관인들도 덩달아 피서여행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여행은 여행자의 인생을 깊게하고 인식의 지평
을 넓혀준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나 먹고 살만하면 다들 여행(관
광)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며, 우리 나라도 최근들어 예외없이
여행붐이 크게 일고 있다. 이러한 여행의 보편화에 대해 우리 도서관
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또한 도서관이라는 하드웨어와 여
행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연결하고 있을까? 느닷없이 그런 것
들이 궁금해졌다. 도서관과 여행, 도서관인과 여행의 관계를 어떤 방
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잠시 곁길로 가보자. 1990년, 아직 우리 나라와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 회사일로 중국에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다. 지금이야
중국여행이 힘들지 않겠지만, 당시로서는 일종의 고행 같았다. 먹고
자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통편은 불편했다. 워낙 넓은 나라인지
라 버스로 다니는 것 자체가 큰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고, 왠만한 거
리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작은 공항에서의 일이다.
우리 일행이 비행기를 타려고 수속을 마치고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비행기에 오르라는 말이 없었다. 공항
관계자에게 물으니 아직 이륙허가가 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언
제 출발할 수 있는가를 물으니, 중국 사람 특유의 말투로, 모른다, 기
다리라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이런 일이 흔했고, 자칫하면 하루를 그
냥 보내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그런 일을 당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을 어찌 보내
야 하는가 하는데 있었다. 우리 일행은 지루함을 달리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필자
는 그 자리에 낄 입장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유럽의 노부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주 아
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았다고 기억된다. 부부는 우리처럼 공항관계
자에게 이것저것 묻지도 않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흐
르자 가방에서 작은 책을 한 권씩 꺼내들고는 읽기 시작하였다. 너무
도 조용하고 여유로운 그 모습이 왜 그리도 부러웠던지. 나도 나이가
들어 여행을 하면 저런 모습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
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일이 있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국제 테니
스대회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비가 와서 야외코트를 포기하고 어느
실내코트에서 시합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내코트도 비가
새는 바람에 시합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텔리비젼에서 이 상
황을 뉴스로 보도하였는데, 그 화면에 비쳐진 외국선수의 모습이 매
우 인상적이었다. 몇 몇 선수들이 비가 새는 체육관 계단에 앉아 책
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오래 전 중국에서 본 노부부의 모
습처럼 무척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우리 선수들은 그 시간에 무엇
을 하고 있었을까. 나라면 어찌하고 있었을까. 우리의 여행에서 책은
얼마만한 비중을 가지고 있을까. 여행가방에 읽을 책 한 권이라도 넣
어가지고 가기는 하는 건가? 이러저런 궁금증들이 밀려든다.
아직 우리 나라 사람들의 여행에서 책은 중요한 준비물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여행길에서 손에 들고 읽는 것은 신문이나 아니면 길
에서 파는 가벼운 읽을거리 정도이며 그것마저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여행을 대비해 사전에 도서관
을 찾거나 통신을 통하거나 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그러다 보니 여행은 주먹구구식으로 가
게 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도 그렇게 만족스러운 결과
를 얻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바
꾸어, 여행이란 그저 가서 먹고 놀다가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가
기 전부터 철저히 준비를 해야만 알뜰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도서관
이 여행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확산을 꾀하고, 이를 통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해외
여행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해외여행 정보만을 제공하는 전문도서관
도 생기고 여행사들도 여행정보 제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여행자들의 요구에 비해만 정보제공은 미비한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다. 도서관은 이러한 정보욕구에 대한 정보제공
부족이라는 공백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여행정보를 모아둔 코너를 마련하고 일반 이용자의 정보요구에 적극
대처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도서관의 가치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인들이 우선적으로 여행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쓸모있게 정리해 둠으로써 정보로서
의 가치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여행은 매우 중
요한 일상활동이 되고 있어 신문이자 잡지, PC통신 등에서 이러한
여행정보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런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보화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
서 도서관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행정보에 대해 보
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활동을 조직해 낼 수 있다면 사람
들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적절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하다. 어느 도서관에 가도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잘 정리된 정보
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누군들 도서관을 찾지 않겠는가. 게다가 무
료라면 더욱 그러지 않겠는가.
이제는 도서관인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도서관인들도 여행
을 자주 가리라 생각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야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 도서관인들은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고 또 여행가방 안에는 무
엇을 넣어갈까 궁금하다. 대체로 도서관인들은 일반인들보다는 여행
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하고
있고, 실제로 착실한 준비를 하고 떠난다고 한다. 이런 정보습득은
각종 자료나 PC통신 등을 통해 구하게 될 것이고, 그런 점에서 도
서관인들이 일반인보다 강점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아
직도 우리 도서관인들조차 여행가방에 읽을 거리 한 두권 넣어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며칠 전 지방에 있는 山에 가면서
몇 명의 도서관인들과 함께 갔는데, 책을 가져온 사람은 없었다. 하
긴 짧은 여행길이라 책 볼 시간이 따로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겠지
만, 그래도 시집 한 권 정도는 넣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도서관인
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한다. 우리들이 어느 곳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지 여유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변 사람들도 그러한 모습에서 책읽기의 가치나 아름다움
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적으로 풍겨나는 도서관인다운 기품
은 바로 그런 작은 일상에서도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
한다. 이제 도서관인들은 어디를 가든, 그 여행일정이 한 나절이든,
하루든, 아니면 한달이든, 가는 곳이 바다든, 산이든, 들판이든, 아니
면 세미나를 가든, 그 여행가방안에 묵직한 사회과학이나 과학서적
이든, 소설책이든, 시집이든, 아니면 어느 여행가의 여행기록을 담은
책이든, 한 두권씩은 꼭 넣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그
저 하릴없는 잡담이나 술 일터는 활기차고 우리 도
서관인 개개인의 삶의 의미가 서서히 드러나게 할 수 있는 큰 변화
의 씨앗이 들어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부터 소
중히 보듬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 여행에 대해 꼭 읽어 보아야 할 책 몇 권을 생각해 본다.
우선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로 유명한 유
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창작과비평사 발행)는 여행의 수준
을 한 차원 높여 수준있는 문화활동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1993년 '남도답사 일번지'라는 부제를 단 제1권이 출판
된 이후, 1994년에는 제2권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가, 올 해(1997년)
제3권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가 출간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독서계를 뒤흔든 이 책은 어렵기만 한
학술의 세계를 일반대중의 영역으로 확장시킴으로써 다른 학문분야
에서의 대중화 바람을 앞서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노력과 역량이 배어있는 것이라면, 집단적인 노력의 결실로는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공들여 만들어 내고 있는 <답사여행의 길잡이
> (돌베개 발행)가 있다. 이 길잡이는 1994년 전북편을 시작으로 현
재까지 총 9권이 발행되었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1권 '전북', 2권 '경
주', 3권 '동해 설악', 4권 '충남', 5권 '전남', 6권 '지리산자락', 7권 '경
기남부와 남한강', 8권 '팔공산자락' 그리고 9권 '경기북부와 북한강'편
이 있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 땅과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필
자들이 발로 걸으며 일일이 확인한 진한 감흥과 정보들이 깔끔한 편
집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 만일 우리 땅 어느 곳인가를 가고자 한다
면 이런 책들을 통해 미리 그 땅과 문화를 만나보고 간다면 더욱 생
생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몇 권의 책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은 요즘 새롭게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간이역 순례를 돕는 책이 있다.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 (중앙M&B, 1997. 281면, 6500원)은 중앙일
보에 연재되었던 27곳의 간이역에 관련한 기사를 모았다. 비록 이 책
에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 나온 탓에 유명해진 정동진역은 빠져있
지만, 같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태수의 엄마로 나왔던 김영애 씨가 자
살하는 장면을 찍었다는 전남 곡성의 압록역은 소개되고 있다. 그 역
에는 '김영애 소나무'가 있다고 하면서. 기억에 남는 또 한 권의 책은
정찬주가 쓰고 김홍희가 사진을 찍어 만든 아주 예쁜 책 <암자로 가
는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런 책들을 통해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면, 이
제 가방을 꾸리자. 그리고 책꽂이를 살펴보자. 무슨 책을 넣어갈까.
이번에 나는 박노해 씨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해냄, 1997. 326면,
7000원)과 장일순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락 한알 속의 우주>
(녹색평론사, 1997. 186면, 5000원)을 넣어갈 것이다. 사람과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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