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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자료] 가장 이상적인 도서관을 (이명애)

아래 글은 관악구 신림7동에 있는 난곡주민도서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애 씨가 쓴 글로, 7년동안 지역주민도서실을 운영해 오면서 가진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은 난곡주민도서실 새숲사람들(운영모임)이
발행하는 <새숲사람들> 1996.10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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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도서관을 꿈꾸며...

지역주민도서실은 동단위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민간도서실입니다.
그 규모가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달리 작고 - 장서는 5000권 내외, 10석 내외의
열람실과 1000-2000명가량의 회원들이 이용하고, 규모도 10-15평 내외의 -
주민들의 자주적인 노력에 의해 대부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민간도서실이
세원진것은 88년 면목동에서 활동을 시작한 '푸른소나무'가 처음이었습니다.
저희 난곡주민도서실은 89년 10월 3일 문을 연 이래 현재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지역으로 남아 있는 난곡동(신림7동)에서 만 7년째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주민도서실들은 대부분 우리사회에 민주화의 열기가 높아지고,
지역주민들을 조직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90,91년을
계기로, 도더실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는 효과적인 장으로 생각되어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이런 지향을 가진
지역주민도서실이 서울시내에 20여개 이상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도서실이 문을 닫고 몇몇의 도서실만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형편
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대부분의 주민도서실은 도서관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부터 시작한다기 보다는 주민들을 조직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이라는
측면에서, 또 ㅁ빈주화 운동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더 많은 고려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도서대여점이 그나마 주민들의 독서에�대한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난곡주민도서실은 앞에서의 고려 이외에 몇몇의 사서들에 의해 그동안의
도서관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부터 바람직한 도서관의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하는 작은 노력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도서실과 마찬가지로
지난 7년동안 활동해 오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문제는 항상 돈과 연결됩니다.
좀 더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서 돈은 필요충분조건일 수 밖에 없는데, 회원들의
회비와 적은 후원금오로는 충분한 봉사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도서대여점
과 경쟁력을 갖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도서실이란 흥미 위주의 책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과 그들의 문화적
- 비록 잠재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질높은 장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요구는 항상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뼁끼통'을 사야할 지 말아야할 지, '따거'를 사야할 지 말아야 할 지, '영웅문'과
'청강만리'를 빡빡한 예산을 쪼개 사야하는지.... 적은 돈과 좁은 시설에서
'필요악'이라는 말로 그런 책을 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 주민들, 적어도
대부분의 학생이용자들을 위하여 여름이나 겨울방학에 ㅇㅇ학교니, ㅇㅇ교실이니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어도 쉽게 엄두가 나지 않고, 이용자들을 모아
음악회나 박물관 견학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실무자를
두고 안정적인 도서관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실무자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1년에 적어도 1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메우지 않고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두번째는 인력의 문제입니다. 저희 도서실을 예로 들자면 1인의 실무자와
새숲회원들로 운영이 되는데, 대부분의 회원이 직장을 다니는 20대 후반의 지역
주민들입니다.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참으로 어려운 나니입니다. 앞으로 인생의
진로와 결혼문제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고 그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나이인
것입니다. 부족한 도서실 현실에서 새로운 활동멤버를 채우는 일도 어렵고,
그렇다고 기존의 회원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것은 '당위'라는 이름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제 그들에게 무거운 부담이
된 것입니다.

물론 도서실과 우리 사회를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는 도서실의 목적과 이념성을
그만큼 흐리게 했습니다. 많은 회원들이 현재 도서실활동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외형적인 변화이건 내적인 변화이건
간에 그 변화에 맞추어 변화해 나가야 하는 것이 살아있는 도서실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제가 재정과 인력의 문제를 현재 주민도서실이 닥치고 있는 가장 주용한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이 두가지가 주민도서실의 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외적인
수혈로써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우리 주변에서 작은 변화지만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관악구에서는 그동안 운영되어온 구립공부방들을 폐쇄하자는
의견이 있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활동가들과 단체에서 공부방들을 위탁
관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과 민의 협력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도서실이나 도서관만이 그 변화에
의연해 보입니다. 아직 도서관 안에서는 민과 관이 협력하는 어떤 모델도 제시
되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지역주민도서실은 공공도서관의 서비스 포인트가 되고, 공공
도서관은 지역주민도서실을 통하여 보다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과 관의 효과적인 협력이야말로 시대에 부응하고, 도서관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통제하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지역주민도서실의 끊임없는 노력이란
어떤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지역주민도서실은 생활의 거점에서
주민들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언제나 이런 상상을 합니다. 언제나 우리 도서실이 지역주민들로 넘쳐나는 상상
말입니다. 동네에 사는 아줌마들은 부시시한 차림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도서실에
와서 책을 빌려가고,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 줄 수 있는 도서실, 언제든지 고민이
있으면 와서 함께 의논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서실, 그리고
지역의 공공도서관 사서가 한, 두 주일에 한번은 방문하여, 어려움은 없는지
도서관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필 수 있는 도서실, 그리하여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리느는 도서실에서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을 상상하곤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아직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이상적인 도서관의 모델을 난곡주민
도서실이 세우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