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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이 가을에 시 한편을...

늦꽃

들국화는 오래 참고
늦꽃으로 핀다
그러나
말없이 이름 없는
佳人 같아 좋다
아주 조그맣고
예쁘다
예쁘다를 위하여
늦가을 햇볕이
아직 따뜻했음 좋겠는데,
이 꽃이
바람의 무게를 달고
홀린 듯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꽃이
가장 오랜 늦꽃이고
꽃이지만 중생 같다

<서정춘 시집 '竹篇' 중에서>

서서히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느끼는 가을날
서울 바닥에서 가을 들꽃들이 어떻게 피고 지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이 계절을 보내야 하는 한심한 나날에
이런 아름다운 시 한편이라도 마음에 담아야
조금은 안심할 것 같다.
아래 승돈님이 전한 '오늘의 책' 살리기 운동이야기도
이런 가을을 더 우울하게 하고
날카로운 달빛만 서럽게 한다.
예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가을꽃 한송이를 만나고 싶다.


낙골 재두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