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 자료실이 이사를 가는 날이다
도서관 이사는 정말 힘들다
책은 왜 이리도 무거운지
살림은 또 그렇게 많은지...
좁은 공간에서 한쪽에서는 책을 박스에 넣고
한쪽에서는 서가 해체작업하고
책상 나르랴, 애써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뒤적이며 버릴 것을 고르랴...
그래도 오전이 지나니까
하나둘
짐들이 나가고 다시 훤해진 공간에서
막연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왠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료실에서
사서노릇을 했는지 궁금해졌고
이사 가는 날 까지 자료 찾겠다고 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나 생각도 해보고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오래 가지고 있어야 할 것과
한번 보았으면 버려도 될 것들을 구별하기가 왜 그리도 힘든 것인지
사서라는 직업은 어느 하나 버리기가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기억에서도 지워져 버린 일들을 담고 있는
서류들이나 책들, 자료들을 한움큼 쓰레기통에 버릴 때의 아픔
바닥에 떨어져 발에 밟힌 책을 집어들면서
왠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또 왜 그런지...
내 개인적인 책도 아닌데.
마침 비가 그친 하늘은 또 그렇게 아름다워 나를 흔들고..
그냥 도망가 버릴까?
여자 사서들은 다 집에 갔고
어둑해진 시간에도 일거리는 산적해 있는데
집에는 가고 싶고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겠기에
혼자서 국밥 한그릇 다 비우지도 못하고 나와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풀지만...
마음에 가득한 한심스러움은 어찌해야 할런지
몇번의 이사를 한 결과 책꽃이는 나사를 풀자마자 금이 가고
너저분한 바닥에 앉아 박카스를 나누어 마시며
한순간 동료애도 느껴보고
밤 10시가 넘어 일손을 멈출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개미처럼 제 일에서 머뭇거리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인생에서 우린 너무 너저분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집에 들어오니 12시가 다 되었고
내일도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청하지만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아직 마치지 못한 원고 한편을 작성하기 위해
여태 글쓰기를 마치고
막 통신에 들어오니
부산 친구의 편지가 와 있고
거기서 다시 산장지기의 꿈을 확인하고
어둠 속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실눈뜨고 관악산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고
이제 여기에
긴 흔적을 두서 없이 남기고
6.25 전쟁처럼 정신없이 힘들었던 이사 첫날을 덮는다.
내가 덮어버린다고 존재한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마
사람들은 가끔 꿩처럼
자기 대가리만 처박고는 세상에서 자신을 잊은 듯 사는 경우가 많다.
왜? 꿩은 엉덩이가 예쁘고
사람은 대가리가 예쁘기 때문이다.
낙골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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