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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시] 금정산

금정산

오랜만에
바람이 제대로 살아있는 산을 만났다.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며 지새운 밤은 가고
여느 아침같은 그런 아침인줄 알았는데

바람은 너무도 황홀하고
나는 사라진다.

서걱서걱 일어나는 갈대들의 아우성까지도
다함께 품고 날아가는 그 짙은 바람을 두고

산을 내려올 수 없었다
막걸리 한잔으로 벅찬 가슴 달래고

세월 다 흩어 비로 내리는
낙엽 사이를 지나

더 깊은 산 가슴팍으로
걸음을 옮긴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면 좋겠다.

이 산 속에서 아무도 거친 마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가 보다.

아용훈 (black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