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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새로운 시대의 도서관, 온택트 플랫폼 [도서관의 미래전략 5]

행복한아침독서갈 <동네책방동네도서관>에 '도서관의 미래전략'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발행된 107호에 다섯 번째 글을 써 보냈다. 잘 편집하고 적절하게 그림도 더해주셨다. 감사! 이번에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도서관들이 새롭게 도전하고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온택트 서비스에 대해서 짧게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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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도서관, 온택트 플랫폼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이 여전하다. 잠시 견디면 지나갈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어쩔 수 없이 전염 병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감기처럼 생각하면서 잘 대처하며 살아가면 되겠지 싶다 가도, 요즘같이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이라면 이 야기가 달라진다. 아예 ‘새로운 표준(뉴 노멀)’ 시대가 되었 으니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과연어떻게살아 야 하는 것일까? 개인도 고민이지만, 그동안 책과 독서실 중심에서 비로소 공동체 공유와 소통의 민주 광장(아고라) 이자 디지털 시대 사람끼리 온기를 나누는 따스한 플랫폼 으로 전환을 시도하던 도서관으로서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도서관문을 닫고서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앞으로 계속 이렇게 반복적인 휴관-개관-다시 휴 관-다시 개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건물과 공간, 물리 적 장서 중심의 도서관은 사회적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재난이 있 을 때마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고 서로 위로와 용기를 나눌 수 있었던 도서관의 역할은 전염병이라는 재난의 일상화라는 위기 앞에서 더욱 그 필요와 가치가 커져야 한다.

새로운 독서 문화의 시도

그동안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같은 전자 자원 이용 확대나 승차(드라이브 스루)나 도보(워킹 스루) 대출·반납, 자동 대출반납기 이용은 물론 아예 택배나 직접 배달 서비스까 지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용자의 필요에 대응하면서 도서관은 결코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각종 교육이나 문화 프로그램, 독서동아리와 같이 대면해야 가능한 활동들이다. 많은 경우 중단 또는 취소 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차적으로는 서서히 온라인으로 들어가 어느 정도의 문제를 해 결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온라인 교육활동이 시작되면서 갑작스럽게 우리 사회가 실물/대면 활동에서 가상공간으로 들어가 비대 면/언택트 활동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도서관도 그런 변화 흐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몇 년 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우리 사회가 갑작스럽게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확 들어섰던 것처럼, 이제는 비대면, 언택트 활동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만남과 소통, 몸으로 부딪치는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활력을 만드는 중심 기관으로의 변모를 시도하던 도서관은 이런 새로운 표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도서관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무와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표준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물론 이용자를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 활동을 하는 건 정말 어려울 것이다. 지금 시도하는 비대면/언택트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술적 역량 강화를 포함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전환할 때에도 여전히 중 요한 것은 내용(콘텐츠)이다.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도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여전히 만나고 소통하도록 하는 내용과 관련한 활동을 기획해야 한다. 최근 화성시립도서관이 ‘언택트 도서관에서 시민과 컨택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2020 I READ at Home’은 도서관이 시민과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하는 새로운 독서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온라인 소통 공간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직접 도서관에서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던 활동들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다. 큐레이션을 포함한 참고 정보서비 스 활동도 포함한 것은 중요하다. 뉴욕공공도서관은 전염병 대유행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음성파일로 수집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아카이브 구축에 도서관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충분히 그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디지털 방식의 소통도구를 이용한 독서 동아리 활동도 시도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회적 필요와 가능성 가진 공공기관으로

새로운 표준의 시대에 도서관이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서들의 새로운 상상과 이를 구현해내는 용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돕는 기술 역량 강화와 재정 확보 등으로 사서들의 활동도 뒷받침해야 한다. 도서관들끼리의 연대와 협업을 통한 공동 해결 노 력도 중요하다. 각종 활동에서 생산되는 좋은 디지털 자원을 활용해 어느 도서관 이용자든 도서관이 만든 수준높은 콘텐츠를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제시된 바 있는 ‘도서 관 온라인 개방형 학습플랫폼(L-MOOC)’이 잘 실현되면 좋겠다. 마침 2021년 문체부가 관련 예산을 일부 마련한다고 하니 기대해보자.

더 나아가 디지털 기기가 없어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안녕하세요, 도서관입니다!’라는, 독서와 도서관 이야기를 전하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해보는 건 어떨 까?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어디서나 콘텐츠를 이용해 활동 할 수 있는 온라인 장점을 활용해 더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강화한다면 앞으로도 도서관은 사회적 필요와 가능성을 가진 공공기관으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온택트 플랫폼이 되어 더 낮고 어려운 곳으로 들어가 시대와 사회의 문제 해결을 돕는 도서관과 사서들의 용기 있는 결단과 실천이 도서관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 라고 믿는다.

이용훈 _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