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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인물] 산악도서관 제1호사서 한혜선씨

산악도서관 사서 제1호 <한혜선> 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 다가오면 산이다 바다다하여 대자연
속에서 피서를 즐기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등산인들의 경
우도 예외는 아니다. 모처럼 맞은 여름휴가 기간동안 어느 산을 찾아 멋진
산행을 펼쳐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한데 올 여름 무더위를 산서(山書)로 이겨내자고 등산인들에게 권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산악문화회관 내 산악도서관 제1호 사서인 한혜선씨(韓惠
善.24)가 그녀이다. 한 씨는 '올 여름을 산서와 함께'라는 구호를 내걸고 그
방안으로 산악도서관을 이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국내외 단행본과 잡지류,원정기 등 3천여권의 책을 통
해 국내산을 비롯, 알프스,히말라야의 고산도 오르고, 아프리카 오지도 찾으
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보면 무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다.
한혜선씨가 이렇게 산악인들에게 산서 읽기를 권하는 것은 실은 산악도
서관 이용자들이 의외로 적기 때문이다. 학생, 일반인을 포함한 이용객이 하
루 한 명도 채 안될 정도라고 한다. 한혜선씨는 이용자가 적으면 도서관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올 여름 산서 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
다.
산악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도 산악문화회관 내에는 산서를 보관하는 곳
이 있었다. 93년 지상 층, 지하 1층의 산악문화회관 건물이 세워졌을 때 지
하 1층의 이기섭사랑방 한 귀퉁이 책꽂이에 산악관련 도서가 꽂혀 있었지
만, 관심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95년 건물 2층에 산악박물관이 들어서면서 이기섭사랑방에 있던 산서들
은 박물관 한쪽의 책장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박물관 개관식 날부터 회관
내에 산악도서관이 들어서야 명실상부한 산악문화회관이 될 수 있다는 산악
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관장이자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인 이인정씨(동국
대OB)가 3층에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회원들의 지원을 받아 도서관
을 꾸미고 지난해 6월 개관식을 가졌다.
하지만 몇 년동안 관리자가 없는 상태로 산서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다보니 제대로 정리되어 있을리 만무,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
로 한혜선씨였다.
"지난 해 3월, 도서관에 처음 출근하여 보니 정말 난감하더군요. 책장은
반 정도밖에 짜여 있지 않고, 책도 뒤죽박죽 꽂혀 있거나 바닥에 쌓여 있었
으니까요"
한혜선씨는 차분하게 한 권 한 권 정리해 나아갔다. 몇 해 전 연맹 회
원들이 산악자료 분류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해 놓은 것과 그녀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종합해 분류정리했다. 기존의 책을 정리 분류하는데만 1년이 걸
렸다. 월간 山 등 월간지에 실린 기사까지 색인작업하자니 보통일이 아니었
다.
현재 산악도서관에는 개관과 함께 기증받은 산서 등 국내외 단행본 900
여권, 잡지류 1,70여권, 그 밖의 화보집 및 희귀본과 등반계획서 및 보고서
3,000여 권과 비디오테이프 100여개가 비치돼 있다.
한혜선씨는 그녀 자신이 산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산서를 정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곤한다고 토로한다. 대학 때 즐겨하던
암벽등반과 관련된 자료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자신이 있지만, 해외 산에 대
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애로사항이 많다고 한다. 때문에 누가 해외산에
관련된 자료를 문의해올 때마다 정확하게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아직 자료가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이제 겨우 국내 색인 작
업이 끝나가고 있을 정도니까요. 때문에 요즘도 많은 시간을 목록 정리와
색인작업에 할애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곧 모든 사
람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정리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산악도서관은 대학산악연맹 이인정 회장과 최선웅 도서관장 등 몇
몇 사람들의 주머니돈으로 운영되고 있찌만, 사무용품도 위층에 있는 것을
사용할 정도로 재정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틈틈이 컴퓨터 편집에 관한 공부도 하여 요즘 연맹회보를 만드는 데도
힘이 되어 주고 있는 그녀는 재정자립을 위한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그녀
는 국내 정기간행물 기사색인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책으로 엮어 펴낼 계
획과 해외 산악자료의 번역소개와 PC통신 인터넷 CD롬을 통한 유료 정보
서비스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일정액의 회비를 받는 정보서비스 회원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가
입회원에게 최신 정보와 정기간행물 기사색인집을 제공하고, 우편이나 전화
로 자료를 요청할 때 복사자료를 우송해 주는 것이다. 회원들이 희망하는
도서를 구입하는 데 적극 노력, 회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회원관리방
안도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에 비해 이용객이 많지 않으니 한혜선씨로
서는 아쉽고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이렇게 산서 읽기 운동을
펼치게 된 것이다.
동덕여대 산악부 출신인 한혜선씨가 산악도서관 사서가 된 듯 지원하게
것은 한국대학산악연맹 연보인 <엑셀시오> 편집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그녀는 여대생들이라면 선뜻 지원하게 되지 않는 대학산악부에 '산에 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가입하여 산을 다니다 인수봉의 웬만한 코스는
선등설 수 있는, 수준급의 바위꾼이 되었다.
그리고 4학년 때 산악부원이라도 골수분자들로 구성되는 연맹 학술부에
들어가 연보를 만들다가 연맹 사무국 이사인 전두성씨(45.광우내OB)의 눈에
띄어 지금 사서직을 맡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한혜선씨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실제 그녀에게 주어
지는 대가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
"문헌정보학과 출신으로 도서관에서 자리잡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도서관에 근무한다 하더라도 전공과 관련없는 일을 맡아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런 면에서 도서관 하나를 총 책임지고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산책을 마음놓고 볼 수 있다는 점도 그녀를 즐겁게 하는 이유 중 하나
다. 그녀는 대학때 본 산책이라야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돌아오지 않는
봄> 등 몇 권에 불과했찌만,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목차정리하느라 잡지류는
거의 다 들춰보았고, ,<영광의 북벽> 등 선배들의 등반기도 여러 권
보았다고 한다.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더 열심히하여 단순히 책을 뽑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 높은 지식을 제공하는 산악 주제 전문사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
니다"
한혜선씨가 이렇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면서 "올 여름 무더위를 산악도
서관의 산책으로 이겨내 달라"고 다시 한 번 산악인들에게 당부했다.
<글 한필석 기자>

출처 : 월간 山 199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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