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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자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 슈타이들 展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 슈타이들 展



주말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슈타이들이 어떻게 책을 만들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전시를 보러 갔다. 전시를 보러 온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도서관 사서인 나에게는 더 의미있는 전시가 되었다. 종이에 글짜를 얹고 묶어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를 통해서 우리가 책이라는 물성이 어떻게 우리 삶에 자리잡는지, 그것은 어떻게 우리의 감성을 흔드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 이번 전시에서는 ‘책’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슈타이들과 아티스트들의 협업 과정이 입체적으로 공개된다. 관객들은 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후각을 이용하여 체험하는 등 공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책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게 될 것입니다."


책은 그냥 콘텐츠만 담은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종이에 대해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종이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과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슈타이들 전시는 예술이 종이에 얹혀 새로운 책으로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반드시 따르지 않는 어떤 고집스러움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종이책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전시는 말하고 있었다.. 다양한 작업을 해 내는 그들의 장인정신은 우리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꾸준히 인쇄와 출판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출판을 통해서 민주와 자유를 키워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활판공방은 하나 밖에 안 남아 있고, 그 하나도 미래를 가지고 있을까도 생각하게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출판도 내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쇄와 출판 어려움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지금 풍요롭고 가치있는 세상을 살아가기보다는 가벼움의 세계에 너무 빠지는 것은 아닌가?...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 인쇄와 출판, 거기에 책들과 살아가는 도서관까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즉 종이책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이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종이책과 함께 미래를 당당하고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책무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전시를 보고나니 이런 정도 전시가 가능한 것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하고, 정말 이렇게 확신에 찬, 고집스러운 인쇄와 출판 활동을 통해서 미래를 앞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것을 깨닫는다. 파주에 있는 활판공방이 꼭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 종이에 우리의 꿈과 지혜를 찍어내면 좋겠다...


Kerstin Stremmel (ed.)가 만든 도록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은 대림미술관이 펴냈는데, 슈타이들에 의해 독일에서 인쇄를 했네요. 영상까지 포함된 도록을 샀다. 면수가 적지 않은데 가볍다.. 1층 입구 안쪽에서는 슈타이들이 출판한 책들을 보고 구입할 수가 있는데, 가지고 싶은 책들은 많으나 살 수가 없었다. 이런 책들은 사실 개인이 구입해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해결책은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도서관이 이러한 책들을 구입하도록 하고, 함께 활용하는 것이다. 전시를 본 후에 갔던 가회동에 있는 현대카드가 만든 디자인 도서관을 보면 그것이 왜 필요하고 진짜로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몇 도서관 뿐 아니라 많은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등에서 필요하지만 개인으로서는 쉽게 구입하거나 소장하기 어려운 책들을 우선적으로 구입해서 함께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더욱 풍부하게 현재를 살아갈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림미술관 전시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