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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2013년 제주 여행... 그 첫 날 20130116(수)

2013년 제주 여행... 그 첫 날 20130116(수)


며칠 제주를 다녀왔다.

특별한 일정을 예정하지 않고 갔다. 

역시 가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생각했던 순서대로 일정을 소화하지는 않았지만,

그때마다 적절하게 새로운 해결책이 생겼고, 그래서 더 단단한 여행이 되었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달리 하면 우연히 더 나은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


이번 제주 여행은 우선적으로 그동안 몇 번 생각만 하고 가 보지 못한

추자도를 가 보고자 했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해서 오후에 추자도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간 날이 수요일인데, 오후 2시 배편이 수요일에는 쉰다네..

앗, 예상하지 못했다. 검색해 봤을 때도 그런 정보는 없었다..

공항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오늘 하루 뭘 할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생각한 것은 일단 다음 날 저녁에나 가려던 숙소를 변경하는 것.

전화하니까 어렵지 않게 당일로 숙박일정을 변경했다.

그러고는 바로 그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 버스나 택시비를 들이지 않고도 표선까지 갈 수 있었다.

셔틀버스에는 나와 아내만 탔다. 완전 전세버스^^


숙소에 가는 길에 하루 뭘 할까? 올레를 하면 몇 코스를 걸어볼까 검색하던 중에

페이스북에 올려진 친구 글에서 표선 가시리 마을 이야기를 읽었다.

아, 그래 그곳이구나, 내가 알던 분이 제주에 와서 살고 있다는 그 마을이 가시리였구나.

(그 분은 예전 문화연대 활동 초기에 만났던 지금종 선생이다.)

페북에 링크된 기사를 보니까 지금은 조랑말박물관 관장으로도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 여길 가면 되겠다 생각하고 호텔에 가서 가방만 맡겨 두고는 가시리로 발길을 옮겼다.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보니까 12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시간이 좀 남아서 표선 마을 거리를 좀 걸었다..

예쁜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시고 핸드폰 충전도 하다가 시간을 거의 맞추어서 버스를 타러 갔더니..

아니, 그게 표선에서는 11시 45분 출발이고 12시에 가시리에 도착한다는 시간표를..

12시에 출발하는 걸로 봤으니 ㅎㅎ,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조랑말박물관을 갔다.

가시리 마을에서부터도 조랑말박물관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다.

가늘 길에 택시기사께서 마을에서부터 몇 킬로미터 길이 3-4월이면 유채꽃과 벚꽃으로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지금은 그냥 빈 길이지만, 그 장면은 상상이 된다.

조랑말박물관은 최근에 만들어진 조랑말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 크지 않지만, 잘 만들어 진 박물관이다.

조랑말.. 제주말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설명과 지역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나 주민들이 함께 만든

여러 작품들이 함께 잘 전시되어 있다.

흥미롭게 구경하고 카페에서 잠시 바람을 피했다.

군고구마를 1500원에 팔고 있다, 사서 차와 함께 먹으니까 맛이 더 좋다^^

지금종 관장과 연락이 되었다.

만나기 전에 박물관에 딸린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지 관장과는 정말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안부와 사는 이야기, 마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에서 4년 여 생활하고 있는 지 관장의 뚝심이 부러웠다.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지 관장이 가시리 마을까지 차 태워줘서 잘 내려왔다, 걸어오면 꽤 되었을 것이다.

가시리 마을에서 있는 서재철갤러리 자연사랑 미술관을 가 봤다.

넓은 폐교에 제주를 담은 사진들을 구경했다.

7-80년대 흑백사진에 담긴 제주를 보는 것은 새로웠다. 

사실 그 때 나도 청년이었는데, 왜 그리도 오래 전 일 같이 생각되는지...

(그러고 보니 대학 졸업하는 해인 1981년인가 제주로 수학여행을 왔었는데..

나는 그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못해서 제주를 그 때 보지 못했다.

글쎄 그 때 제주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난 1988년 초에 처음 제주를 와 봤었다)

미술관 둘러보고 나서 마을을 좀 걷다가 삼거리에 있는 동네가게에서 차를 마셨다.

동네 아이들이 한바탕 소란하게 들렸다가 갔다.

동네가게는 어쩌면 동네의 심장인지도 모르겠다..

거기서 동네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마을을 살아 뛰게 하는 힘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별로 바쁠 것 없으니 천천히 마을을 돌아다녔다..

동네가게에서 다시 표선으로 나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이번에도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때, 결국 택시를 불러 다시 표선으로 나왔다.


내일은 오후에 추자도 들어가야지 생각하고 오후에 올레 책자에서 소개한 

추자도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결국 숙소 예약을 못했다.

올레지기는 내일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질 것 같다.. 그래서 배가 뜨지 않을 것 같다..

... 좀 침묵하다가... 결국 이번 여행에서 꼭 가고 싶었던 추자도 가는 건 포기해야 했다..

아쉽다..

그래서 내일은 어디를 갈까... 인터넷 검색을 이리저리 해 보다가

가장 최근에 연결된 올레 21코스를 가 보기로 했다.

미리 숙소를 구해두려고 21코스가 시작되는 해녀박물관 근처에 있는 시 숙소 몇 곳을 찾아보았다.

먼저 한 곳에 전화를 했더니 내일은 방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두 번째 전화한 곳이 레프트핸더 게스트하우스. 

전화했더니 마침 둘이 하루 묵을 방이 있다고 한다. 바로 예약을 했다. 안심이다.

이제는 어디 숙소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쉽게 길을 나서지 못한다.

나이를 먹어서 일까?... ㅎㅎ


다음 날 잘 곳 갈 곳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저녁에는  한 해 전인가 서울에서 다니던 도서관을 그만두고 훌쩍 가족들과 제주로 와 

지금은 표선과 인근 마을에 사는 후배와 가족을 만났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보니 더 반갑다.

같이 식사하고 후배 집에 가서 차 한 잔 마셨다.

젊은 친구들 용기가 부럽다..

나는 생각만 하고 있지 훌쩍 삶터를 옮기지 못하니...

사실 내려와서 자리잡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그러리라..

그러나 씩씩하게 살고 있는 걸 보니 다행이다, 고맙다, 반갑다..

돼지고기와 함께 마신 술 기운이 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우연한 하루가 행복하게 마무리 된다..

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맛있는 돼지고기 곁들여 마신 술이 슬슬 올라온다.

아마도 술기운이 아니라 행복함이 더 나를 취하게 하는 것 같다..

제주여행 첫날은 이렇게 우연이 오히려 행복으로 변했다.

이런 우연함을 즐길 마음이 생긴 것이 스스로 다행스럽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