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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자료] 작가행동1219,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 제안문

올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인들이 결성한 ‘작가행동1219’가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울신문 기사)


강정은 지금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국가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나도 몇 번을 가 보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에 군 기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갈등이 깊어가는데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참 안타깝고 아쉽다. 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니 작가들께서 책으로, 문학으로 강정마을을 무장시키겠다고 하신다. 도서관이 가진 힘을 사서인 나보다 더 정확하게 아시는 것 같다. 마을에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말씀은 참으로 귀하다. 우리가 도서관을 마을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러기 위해 도서관 일꾼인 나 같은 사람들이 도서관 벽을 넘어 서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찬성이냐 반대를 넘어 나는 강정마을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어 문학과 책, 읽기와 도서관의 힘으로 사람이 사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뜻과 의지에 동의한다. 우리가 그곳에 기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다같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한사람한사람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국민이고 시민이지 않겠는가. 


마침 트위터에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 제안문'이 올려져 있어서 가져왔다. 읽어보고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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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 제안문

우리는 강정마을을 문학으로 무장시키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는 저마다 한 권씩 책을 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책은, 불에 닿으면 한 줌의 재가 되고 말 것이고 물에 닿으면 한 덩이 반죽이 되고 말 것입니다. 어쩌면 이 강정의 바람에도 낱장으로 찢겨 흩어지고 말겠지만, 우리는 이 책이 한 그루 나무의 자식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이 숲의 숨결이고 자연의 심장임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책 속에 도롱뇽과 붉은발말똥게가 함께 살고 쑥부쟁이와 층층고랭이가 함께 자라고, 삶과 생명이 이 마을 돌담처럼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책의 마음이 저 구럼비와 같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마을 주민과 시민 사회가 함께 하는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다시 붉은발말똥게가 기어가고 층층고랭이가 너울거리고 주인의 웃음이 구럼비를 돌아 이웃에 가닿게 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곤봉보다 총칼보다 대포보다 오래 이 바다를 지키며 살아갈 아름다운 삶의 사랑방을 위하여. 저들이 지배와 패권과 전쟁의 마음으로 이 마을을 무장시키는 것에 맞서, 우리는 희망과 평화와 연대의 마음으로 이 마을을 무장시키고자 합니다. 

그러나 문학은 터를 허물고 무엇을 세우는 방법으로 평화를 점령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강정마을에 도서관’을 짓지 않고 ‘강정마을을 도서관’으로 만들 것입니다. 빈집을 청소하고 있는 집을 수리하고 그 옆을 이어 마을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곳에서 어른이 책을 읽고 아이가 꿈을 꾸고 그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대로가 평화를 보여주는 도서관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업은 어느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며 강정마을과 함께 영원히 계속될 일입니다. 

우리는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를 위하여 이러한 노력을 보태려고 합니다. 

하나, 평화도서관 만들기의 의의와 필요성을 지면과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나겠습니다.
하나, 평화도서관 만들기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공유하고 세부 준비에 힘껏 참여하겠습니다.
하나, 그간 발간된 도서와 후에 발간될 저작들을 영구적으로 평화도서관에 기증하겠습니다.
하나, 앞으로 평화도서관에서 열릴 각종 문학행사, 문학강연 등에 기쁘게 참여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저마다 한 권씩 책을 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내일 우리는 저마다 한 권씩 책이 되어 이 자리를 지키게 될 것입니다. 책 속의 활자들 하나하나가 동남참게처럼 기어나와 다시 구럼비를 이루고 마을 사람들의 삶을 이루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정의 바다를 이루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문학은 평화의 양식이며 희망의 연대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한 준비에 ‘주민모임’과 ‘시민모임’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강정마을 미해군기지 건설 계획 백지화를 향한 의지를 대신하는 바입니다.


2012년 11월 21일
강정마을 평화도서관 만들기 ‘작가모임’ 준비반장 함성호 김선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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