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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엉덩이를 내 보이고 있는 책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여의도. 저녁 약속이 있어 찾았는데, 약속한 사람들은 만나기 전에 잠시 서 있었던 거리는 느닷없이 은행잎 비를 내리고, 갑작스럽게 추위를 풀어놓았다. 짧은 기다림 시간도 제대로 견뎌내기가 어려워 잠시 옆에 있는 큰 건물에 들어갔는데, 1층 한 쪽 켠에 있는 한 카페에 세워둔 책꽂이를 보게 되었다. 앗, 뭔가 이상한데.. 자세히 보니까 거의 모든 책들이 거꾸로 꽂혀 있었다. 책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꽂혀 있는 책은 어떤 책들일까? 왜 책들이 엉덩이를 내보이고 있을까? 책은 책인데, 무슨 책인지 알 수 없도록 서 있다면 그게 책일까? 아니면 차를 마시거나 누구를 기다리는 동안, 퍼즐을 맞추듯, 돌아서 있는 책들을 꺼내 자신의 마음과 짝이 맞는지를 알아보라고 한 것일까? 추운 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뒤로 돌아선 책들의 무리를 만나보니, 우리는 지금 제대로 앞으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뒤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궁금해 졌다. 강한 바람이 도심 건물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더 춥다. 아, 그래 꿩은 쫓기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으면 고개를 파묻고 하늘 향해 엉덩이를 내 놓는 것처럼, 이 책들도 뭔가 알 수는 없으나 그저 나 여기 없소 하면서 하늘로 엉덩이를 내 놓고 있는가 보다. 꿩은 엉덩이가 예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