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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핸드볼 금메달리스트에서 사서로 새길을 가고 있는 이미영 사서 이야기

각종 언론매체에서 도서관이나 사서에 관한 기사가 게재되면 즉각적으로 관심이 간다. 도서관 쪽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구글을 기본 홈페이지로 사용하면서 아예 자동적으로 '도서관'과 '사서'를 키워드로 설정해 두어 새로운 기사가 검색되면 바로 홈페이지 첫 화면에 뜨도록 해 두었다. 오늘도 사무실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피플 인 메모리] 핸드볼 금메달리스트 이미영, 사서 변신 …책으로 ‘우생순 2탄’ 쏜다" 라는 기사제목이 떠 있다. 스포츠동아 2009년 1월 17일 기사다. 이 기사가 실린 "피플 인 메모리"라는 코너에 대해서 기사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힘겨울 때일수록 사람이 그립습니다. 옛사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스포츠동아는 스토브리그 동안 팬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추억 속의 스타를 찾아가는 ‘피플 인 메모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은퇴 후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지 않아 이름마저 가물가물해지는 ‘왕년의 선수’. 그들이 개척해나가고 있는 새로운 인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날 기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윙으로 바르셀로나올림픽 후 은퇴하고 이후도서관 사서가 되어 현재 안산 성포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이미영 씨를 소개하고 있다. 이미영 씨는한현숙(39)과 함께 2개의 금메달을 소유한 선수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미영 사서는 실업팀 광주시청 소속기간 중 광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조선대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고 한다. 1993년에 일용직으로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했고,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결국 1년 만에 시험에 합격, 1994년부터 정식사서로서 새로운 길에 들었다고 기사는 전한다. 당시 사람들이“금메달리스트가 지도자나 하지, 왜 고생을 사서하느냐”고 했다고 하는데, 글쎄 공무원 길로 들어서는 것이 사서 고생하는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아무튼 이미영 사서는 벌써 경력 16년차로,안산에서 일하는 28명의 사서직 공무원 가운데 유일하게 정사서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정사서 1급은 석사학위와 9년 이상의 실무경력이 최소자격. 능력 있는 사서의 보증서다."라고 쓰고 있는데, 이런 인식은 참 반갑다. 이미영 사서는 처음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핸드볼 국가대표선수라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사소한 문서 오자(誤字) 하나에도 편견어린 시선을 받는 것이 싫었다."고 기사는 전한다. 사람들은 참으로제대로 된 사실을 알기 전에 먼저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아마도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고자태릉선수촌을 방문한 것이 알려지면서주변 동료들도 금메달리스트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미영 사서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기에 이제 알려져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의 어려움이 충분히 짐작이 된다. 아무튼사서로 일하는 동안어떤 장면에서든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과 경력을 가진 사서가 우리 도서관계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도서관과 사서직 발전에서도 금메달을 따 주기를 바란다.

기사가 꽤 길다. 사진도 몇 장 있는데, 아주 당당한 사서다. 반갑고 고맙다. 기사는 맨 끝머리에 이미영 사서의 또 한 가지 꿈을 전해 준다.태릉선수촌에도 도서관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미영 사서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운동선수는 경주마 같아요. 외길이어야만 승부가 나지요. 선수들에게도 기본적인 교양을 쌓아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체육과학도 유행이잖아요. 지도자들만 알아서는 안 되죠. 선수라면 체육과학서적도 열심히 봐야 합니다. 만약 태릉에 도서관이 생긴다면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정확한 지적이다. 이제 우리나라 스포츠도 변화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공부와 운동이 함께 어우러져 하는 것 아닌가 한다.그래서 정말 국가대표선수들이 모여 훈련하는 선수촌에 도서관이 아직도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게 선수촌에 좋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선수들이 몸과 정신, 지식과 교양을 고루 성장시키면서 성숙한 한 인간으로, 뛰어난 운동선수로 전세계에 아름다운 이름을 떨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미영 사서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미영 사서를 소개한 스포츠동아 전영희 기자(setupman@donga.com)는 기사를 이렇게 끝내고 있다. "역시, 새로운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망울은 언제나 빛나는 법이다."

* 스포츠동아 기사 바로가기

참고로 능에 있는 선수촌은 앞으로 진천에 새로 건립될 '국가대표 종합훈련원'으로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이전, 2015년이면 모두 옮겨갈 것이라고 한다. 이미 지난 해 12월 8일인가 대한체육회는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산 356-2번지에서 국가대표 종합훈련원 건립사업 기공식을 가졌다고 한다. 2011년까지의 1단계 사업에서는 행정동과 체련단련장, 선수교육회관, 지도자 및 선수숙소, 스포츠의과학실 등 지원시설, 수영센터, 핸드볼.배구.농구 겸용 다목적 체육관, 실내사격장, 조정.카누장 등 실내훈련 시설, 종합육상장, 투척필드, 소프트볼.럭비.야구용 다목적 필드, 테니스.정구장, 클레이사격, 크로스컨트리 등 실외훈련시설 등이 세워진다고 하는데 이때 도서관도 먼저 포함되어 만들어지면 좋겠다. 관심을 가지고 의견도 내고 실현되도록 노력할 일이다.

* 종합훈련원 건립사업 기공식 관련 연합뉴스TV 바로가기

* 아래 사진은 스포츠동아 기사에서 가져온 것임.

○태릉선수촌에도 도서관이 있었으면….



안산 성포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제2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이미영은 “운동선수들도 이제 체육과학서적 같은 책을 읽어 기본 교양을 길러야 한다. 태릉선수촌에 도서관이 생긴다면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새로운 꿈을 밝혔다. 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