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공공도서관들이 문을 여는 시간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정부에서도 야간개관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고, 일부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연중 개관이라든가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도서관을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는 것은 마땅히 찬성할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 보도에 따르면 도서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도 한다. 사실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과연 현재 도서관 개관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것에서부터 그 방식과 실효성 문제 등등 차근차근 짚어볼 일이 많다. 이미 다른 부문, 즉 경제활동 시간이라든가 학생들 학습시간이 OECD 나라들에 비해 꽤 많은데, 사실 그렇다고 해도 생산성이나 학습성과가 높은 것도 아니라는 보도도 있는 것을 보면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믄이든 어떤 일을 할 때 시간만이 만족이나 성과을 높이는 요인은 아닌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무엇이든 너무 과하면 결국 그 본질 자치를 망치는 법... 공공서비스는 정말 말 그대로 공공을 위한 서비스이다. 그런데 그 서비스에 지나치게 과도한 무게가 실리면, 그리고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면 결국 공공서비스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주민들(현재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이든 아니든 일단은 모든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고려해야 할 고객이다)을 위해 지식과 정보 자원을 잘 모아두고 정리해서 언제든 필요할 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도서관처럼 그렇게 해 주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에 다양한 문화와 학습이나 독서 활동 등을 전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가능하면 도서관이 가진 유일하면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강점인 자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정보활용법 등과 같은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되고 있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취업정보 제공이나 이력서 쓰기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누구나 쉽게 접하고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활동이나 취미/교양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은 모두 사람이 직접 기획하고 몸과 마음으로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도서관 장서를 잘 구축하는 것이 그냥 포털 사이트에서 지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과 같을 수 없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무엇보다도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이들도 공무원이나 서비스 종사자 이면서도 역시 한 사람의 국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명절을 지내고 노는 각종 공휴일이나 휴일에도 도서관 문을 열기 때문에 정작 도서관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같은 삶의 기본적인 방식도 쉽게 마음 편하게 누릴 수가 없다.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면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도서관에는 그들을 위해 제대로 된 도서관 운영을 위한 인력 확보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아래 간단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매년 도서관수도 늘고 직원수도 조금씩 늘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도서관 이용자수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체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06년에 비해 2007년에는 도서관 직원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1개 도서관당으로 계산해 보면 그 변화추이가 아주 뚜렷하다. 직원수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이용자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직원 1명이 서비스해야 하는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서비스를, 좋은 서비스를 해야하지만, 그것도 한계범위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즉 개관하는 날도 늘리고 매일 문 여는 시간도 늘리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런 문제는 한 번 시간을 늘리고 나서는 다시 줄이거나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도서관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인 "공공도서관 개관시간의 합리적 운영방안 연구"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나도 연구에 참여했기도 했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도 풍부하게 조사했고, 우리나라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관시간 연장사업과 그에 따른 공공도서관의 실질적인 근무실태를 조사 분석하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공공도서관 개관시간을 운영할 것인가, 즉 이용자의 요구와 행정적 관점, 그리고 직원들 입장을 고루 고려한 방안을 모색해 본 것이다. 물론 공공도서관이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기관이기에 주민들의 입장과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야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쉴틈도 없이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결국 기관의 피로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관이든 사람이든 적절한 쉼과 재충전을 통해서 모두의 만족도를 높여가는 합리적 선택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다... 사회의 발전이 어느 일방의, 어느 한 그룹이나 조직의, 어느 한 지역의 일방적 양보와 희생을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함께같이 잘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입장과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최대의 만족을 공유할 수 있는사회적 합의 속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그런 방식이 상식이 되고 법이 되고 제도가 될 때 비로소 사회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문제를 두고도 그런 열린 대화와 토론, 합의의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그럴 때 이 보고서가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연구에서 현재 공공도서관이 개관시간 연장 상황에서 당면한 여러 가지 현안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현실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아래 5가지이다. 지역이나 도서관 상황을 충분히 검토해서 적절한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1. 지역주민에 대한 연장개관정보의 적극적 홍보
2. 요일 및 시간대 별 이용환류평가를 통한 개관시간 조정
3. 연장개관 시간대의 문화프로그램 보급 확대
4. 고품질 서비스를 담당하는 정규인력 배치
5. 일반열람실 분리운영과 무인대출반납기의 생활공간 보급
(보고서 전체 파일은 도서관연구소 홈페이지 '발간자료' 게시판에서 내려받기 할 수 있음.)
* 이 연구보고서에 대해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안찬수 처장이 블로그에 글을 썼다. 같이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요즘 안 처장이 파란블로그를 떠나 다른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 참고 데이터
연도별 공공도서관수와 직원수, 이용자수 (2005-2007)
연도 | 도서관수 | 직원수(명) | 이용자수(명) |
2005 | 514 | 5,842 | 154,711,539 |
2006 | 564 | 6,223 | 173,833,574 |
2007 | 600 | 6,057 | 297,633,558 |
(도서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1관당 도서관 직원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경향은 새로 건립되는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며, 또 많은 경우 정규직원이 아닌 비정규직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로 도서관 서비스 요구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통계는 좀 더 다양하고 깊은 분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도서관의 외형적 발전과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가장 핵심 요소인 사람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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