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無食) 올레....
두 번째 올레길이라 좀 자신있게 시작했다. 제주에 와서 바로 2-3개 코스를 한꺼번에 오갈 수 있도록 중간 쯤인 남원읍에 있는 민박에다 미리 여장을 풀었다. 그곳은 어제 걸은 제4코스 끝부분에 있다. 짐 대부분을 내려놓고, 간단한 짐만 챙겨 다시 버스를 타고 4코스가 시작되는 표선해수욕장으로 갔다. 버스로 20여분 정도 걸렸다.. 하하... 버스를 타니 올레꾼들이 많이 있어 그 분들도 나랑 같은 곳에 가는 줄 았더니.. 글쎄 내려야 하는 표선삼거리를 그냥 지나쳤다.. 그 분들 대부분은 성산 쪽으로 가시나보다.. 중간에 내려 겨우 택시타고 코스 시작 포인트로 갔다. 근처에 표선도서관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그냥 휴가로 온 것이니까... 지나친다.. 4코스는 중반 정도까지는 바닷가로 걷다가 한 번 오름을 올랐다가 다시 바다로 내려와 남원포구로 오는 것이다. 아래는 제주올레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4코스 안내이다.
절반은 아름다운 해안 올레고, 나머지 절반은 오름과 중산간 올레다. 가마리 해녀올레는 ‘세계 최초의 전문직 여성’으로 불리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며, 이곳을 거쳐 ‘가는개’로 가는 숲길은 제주올레에 의해 35년 만에 복원되었다. 토산리 망오름과 거슨새미는 중산간의 특별한 풍광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데, 거슨새미 가는 길은 제주올레가 새로이 낸 길이다.
코스 경로(총 23km, 6~7시간)
표선 당케포구 잔디광장 - 방애동산 - 해비치 호텔&리조트 앞 - 갯늪 - 거우개 - 흰동산 - 가마리개 - 가마리 해녀올레 - 멀개 - 가는개 - 토산 바다산책로 - 토산새동네 - 망오름 - 거슨새미 - 영천사(노단새미) - 송천 삼석교 - 태흥 2리 해안도로 - 햇살좋은 쉼터 - 남원 해안길 - 남원포구
좀 긴 코스... 그래도 소개에서처럼 바다와 오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라서 풍광은 꽤 멋지다... 날씨는 구름이 가득했지만, 바람이 거세 바다는 내내 거친 호흡으로 파도를 토해냈다... 그런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삶을 살기도 하고... 해비치호텔인가를 지날 때 그곳에서 제주평화포럼인가를 하는지... 현수막이 거대하다.. 정말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
(며칠 지난 날... 걸었던 길을 되짚어본다...)
* 3코스와 4코스가 만나는 곳. 당케포구... 여기서 나는 4코스로 길을 잡았다. 사람들은 물놀이 준비에 바빴다. 물을 사서 가방에 넣고.. 돌아보니 여기서 간단히 먹을 거라도 사서 가야했다...
* 당케포구 바다 모습....그냥 바람에 밀려오는 작은 파도만 있다...
* 길을 걸으면서 만난 수 많은 풍광 중 한 곳... 어디인들 무슨 상관 있겠는가, 그냥 그 자체로, 그 순간으로 마음에 담긴다...
* 마침 제주에서는 국제평화포럼이 열렸다. 나중에 숙소에 들어와 뉴스를 보니 대단한 포럼인가 보다.. 그 포럼이 열리고 있는 해비치호텔 앞 쪽 해변을 걸었다. 길에는 경찰차가 서 있었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쟁쟁한 사람들이 모여 평화를 이야기하는 이 포럼이 정말 평화를 가져오면 좋겠다... 해변에 서 있는 저 여인은 그냥 하루하루가 평화롭기를 바라면서, 제발 서로 싸우지 말기를 바라지 않을까? 평화를 말하기 전에 정말 스스로평화롭기를... 스스로 모든 것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먼저 베풀고... 그렇게 하루하루 스스로 평화로우면 좋겠다. 미친 놈처럼 차로 가면 금방 갈 길도 제 발로, 제 힘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마음처럼....
* 바람이 세차다.. 그것은 바다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바람을 만나, 먼저 그와 어울려 신나게 해변을 들락거린다. 요란하게 소리까지 내면서... 걷는 내내 그런 바다를 보면서, 그냥 멀리서 바라만 봤다...
* 오늘 등대는 이 대낮에 뭘 할 수 있을까.... 아직 빛을 밝힐 때가 아니라서 그런가, 파도와 노닐고 있다..
* 제주에서 만나는 수 많은 꽃 들 중에서 나는 이렇게 마구 자신을 풀어헤치고 선 문주란 꽃이 좋다... 바다와 맞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것이 좋다...
* 낚시를 하는 사람들... 고기를 낚는 것인지 세월을 낚는 것인지... 아니 고기를 낚으며 일상을 짜 가는 것이리라...
* 바다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 그것들과 함께 있어야 바다는 바다답다.
* 바람을 피해 작은 포구에 몸을 낮춘 배... 바다는 저기 방파제 너머에 있고, 신나게 바다를 달릴 꿈은 오늘 잠시 내려 놓고 쉬고 있다....
* 어디쯤일까... 한 참을 걸었겠지... 거세게 막아선 방파제에 부딪친 파도는 산산히 부서진다. 그래도 파도는 결코 지지치 않고 다시 방파제에 부딪치고 부서지고... 다시 부딪치고 부서지고... 언젠가는, 서로 하나가 될 때 있겠지... 파도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 어느 마을인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길 중 간에 해녀들이 일하는 작업장을 지나가는 곳이 있다... 그 안을 들여다 보면 해녀들 삶의 한 조각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물질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가는 해녀들에게 누군가는 세계 최초 여성전문직업인이라고 한 것 같은데... 글쎄 직업인이기 이전에 한 여인이고 어머니고 아내라고 해야 하겠지... 삶은 무조건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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