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국립현충원에 모신 날로부터 벌써 이틀이 지나고 있다. 여전히 추모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어제 뉴스를 보니까 국장 기간 동안 조문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서울광장은 이제 다시 잔디를 심기 위해 파헤쳐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부터 서울광장에 자주 나가야 했다... 사실 행복한 시간을 위해 간 날이 더 많았겠지만, 그래도 몇 번의 큰 슬픔 때문에 갔던 서울광장이 더 기억에 또렷하다. 요즘 그 서울광장을 이용하는 것을 크게 제한한 조례가 통과되어 광장을 광장답게 사용하기 어렵게 된 것을 두고 조례개정을 촉구하는 시민청원 운동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국장이기 때문에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마련되고 시민들에게 개방된 것이지만,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님 때에는 가히 눈물겹게도 경찰버스가 광장을 촘촘히 둘러싼 바람에 너른 광장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맞은 편 대한문 앞에서 몇 날 몇 밤을, 눈물로 조문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노 전 대통령님 마지막 가시는 노제는 시청광장에서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광장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사실, 광장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알아서 결정하고 현장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아직도 많은 민주주의 실험의 장으로서 가능성을 가진 그 서울광장을 지난 8월 22일 저녁 또 다시 찾았다.
광장은 거대한 분향소가 되어 있었다. 그 날도 헌화하고 분향하려면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제 누구도 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히, 순서를 지켜 그 긴 시간을 견디고 마침내 고인 앞에 헌화하고, 애닯은 마음을 꺼내 놓았다.. 한 편에서는 시민위원회와 민주당이 주최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었다. 국장이지만 그 추모제 비용은 시민단체 등이 부담한다고 사회자가 설명했다. 누군가 물었나 보다. 고인과 가까웠던 지인들이나 시민운동가 등이 나와 슬프게 추모하기도 하고, 추모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가수 이름은 기억 못하는데, '목포의 눈물'을 정말 눈물로 부르기도 했다. 한 쪽에서는 통일 그림 그리기 행사도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천진한 마음으로 통일을 그렸다. 그리고 노란 종이학을 수 천 수 만을 접어 한반도를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잔디에 앉아 학을 접고 있다... 그렇게 슬픔을 달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개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전개되고 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 유지를 이어 우리 각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는 거리 설문조사도 진행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촛불로 광장에 '민주주의 수호'의 의지를 밝히기도 하고... 참, 종이로 만든 평화의 새에 각자의 바람을 적어 붙였더니, 어두워 진 후에 새는 밝게 빛을 내며 서울광장 가득 평화와 용서의 빛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마음 모두를 내놓고 가신 분을 추모하고, 슬퍼하고, 앞날을 다짐하고... 그러나 모두는 고인 뜻을 따라 살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다지면서, 광장을 뜨거운 민주주의 마당으로 만들었다...
그 밤이 지난 다음 날인 8월 23일... 영결식이 있었고, 고인은 영원히 우리와 이별하셨다. 이외수 선생이 그랬던가, 이제 하느님은 이 대한민국을 버릴 일만 남았다고... 어찌할 수 없는 허전함은 어찌해야 하는지... 다시 정신을 추스리고, 고인이 그렇게도 바라던 통일도 이루어야 하고, 가난한 이웃들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살기좋은 세상도 만들어야 하고, 인권과 평화, 자유와 민주, 화해와 용서가 자연스러운 그런 좋은 나라, 좋은 사람들의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밤에 사람들은 분명 그런 마음을 단단하게 다졌을 것이다...
* 늦은 밤, 그대로 잔디 위에 앉아 고인의 마지막 일기장을 읽고 있는 시민... 세상은 아름답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말씀은 솔직히 쉽게 이해하고 따르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일기장 한 구절 구절이 가슴을 마구 흔든다...
* 한 편에서 통일 그림 그리기가 있었고, 아이들의 다양하고 자유분방한 그림들이 광장에 걸렸다. 정말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도 우리 소원은 통일이라고 믿어야 한다.
* 그림들 안쪽에서는 시민과 아이들이 한반도에 노란 종이학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하면 통일은 조금 더 가까이로 올까?
*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이런 저런 사회적 이슈에 대한 홍보하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줄 것을 권하고 있었다. 고인의 말씀이 이 상황에서딱 맞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 광장을 가로질러 설치된 추모의 벽은 온통 근조리본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그 벽 위로 노란 풍선이 모든 것을 끌어 안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 걸려 있다. 노란 풍선... 올해는 내내 그 풍선에 눈물을 실어 날린다..
* 해 지기 전부터 광장 한 쪽에 설치된 종이새에 사람들이 간절한 바람을 적어 붙였다. 밤이 깊어지자 그 새는 환화게 몸을 밝힌다. 평화를 말하기 위해, 평화를 추구한 고인을 따라, 모두 함께 평화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자고, 그 새는 내내 광장에서 그렇게 울부짖고 있었다...
* 수많은 시민들 오가는 사이로 먼저 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함께 추모하는 배너 하나 서 있었다. 바보도 인동초도 이 땅 국민들과 함께 있으니 결코 외롭지 않으실 것이라고... 정말 외롭지 않으시면 좋겠다... 앞으로 길게 길게 외롭지 않으실 수 있도록, 이 뜨거움을 잊지 않아야 하리라...
* 고인의 유언을 이어 우리 각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는 판에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각오를 드러냈다... 이제 실천하는 일 뿐, 행동하는 것 뿐... 그렇게 추모와 각오가 광장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 서울광장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은 검게 변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짙은 푸르름을 담고, 슬픔을 견디고 있다.
* 시민들의 추모제가 열리고 있었다... 고인을 회상하거나 가신 것이 애닯은 시를 낭송하거나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그렇게 사람들은 고인을 강렬하게 추모했다.
* 추모제 중에 김대중도서관이 만들었다는 고인에 대한 동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김대중이 걸어온 길'
* 누군가가 광장에 '민주주의 수호'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되돌아 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 얻은 민주주의 삶을 여기서 잃어버릴 수는 없다. 온 몸을 태워서라도 민주주의는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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