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른 블로그들을 방문하다가, 연합뉴스 블로그에 있는 차대운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갔다. 아마도 차 기자는 부암동에 사는가 보다. 부암동을 소개하는 내용의 블로그다. 부암동은 서울에서도 이름만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 경지도 좋을 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옛 모습을 간직한 아주 특별한 느낌을 주는 동네다. 지금은 부암동을 구경가는 사람들도 꽤 많은 줄 안다.그래서 그곳을 다녀온 블로거들의 글도 꽤 많다. 나도 가끔은 그곳을 간다. 부암동 사무소에서 시작해서 골목골목을 천천히 거닐면서 풀도 보고, 사람 사는 모습도 보는 것이 꽤 편안한 마을이다. 그래서 요즘 부암동으로 이사가는, 사실 현대식 아파트 문화와는 너무도 다른 그 마을에서의 삶에 더 끌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한 두 번은 그곳으로 이사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다.마을 사람들끼리만 사는 것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에게 마을이라면 어때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것 같아서, 종종 부암동에 대해 귀를 쫑긋하게 된다.
그런데 차 기자 블로그를 보고 놀랐다. 그곳에 지금 종로구청이 500평(요즘은 평이라는 도량형은 쓰지 않고 평방미터라는 것을 써야 한다고 하는데, 여전히 평방미터보다는 평이 그 실제적 크기를 쉽게 짐작하게 한다)에 이르는 땅에 주차장을 짓겠다고하고, 부암동마을사람들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소위 정부에서도 '녹색성장' '녹색시대'를 말하는 이 즈음에 정말 녹색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마을에왠 주차장일까... 차 기자 말대로 부암동에 오는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서도 어렵지 않게 그곳에 갈 수가 있다. 차가 없는 마을이기에 더 정감이 가고, 더 천천히, 더 차분하게 마을과사람, 삶과 자연을 생각할 수 있는동네가 부암동인데, 그곳에그렇게 큰 주차장이 왜 필요할까 모르겠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필요없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블로그 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제발 지금 그대로 있게 해 달라고 한다고 하니... 정말 그 말대로 그냥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 주차장 대신에 마을도서관이나 어린이집,예술가들을 위한 작업실 같은 것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 말은 너무도 절실하게 느껴진다. 주차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카페까지 만들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는 도서관이 필요하다, 마을에는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민들이 인정하고 있다면, 나로서는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하긴 요즘 하는 말 중 하나가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는 마을 하나가 다 필요하다'고 하는데, 하나의 마을이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마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무래도 주차장은 우선 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는 것이 아닐까?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부암동에 한 번 가 봐야겠다.주차장이 생기지 않은 부암동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주차장이 생겨 집값이 오르는 것도 싫다하고 차를 타지 않고서도 잘 살 수 있다고 믿고 사는, 자기 삶을 진정 스스로 주도할 줄 아는 부암동 마을 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울의 속살 부암동(차대운 기자) 블로그 관련 기사 바로가기
(아래 사진과 글은 블로그 주인께는 여쭙지 못한 채 위 관련 기사에서 가져온 것임.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종로구청이 부암동 주택가 한가운데에 지으려는 주차장 부지. 주택이던500평 부지에 100-200대를 넣을 수 있는 대형 주차장건설이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이 공간이 주차장 대신 마을도서관, 어린이집, 예술가들의 작업실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
'내 마음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를 떠나 가을을 만나다 (0) | 2009.09.19 |
---|---|
요 며칠 하늘풍경 (0) | 2009.09.12 |
9월 3일 뜨거운 오후, 인사동에서 거닐며 놀다... (0) | 2009.09.06 |
북스타트 전국대회,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0) | 2009.09.04 |
블로그 1년을 스스로 기념하면서 (0) | 2009.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