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가을독서문화축제 행사장에서 나도 책을 몇 권 샀다. 싼 값으로 책을 사려는 것을 뭐라하기에도 내 자신 스스로 행사장에서 이런 저런 책을 샀으니... 물론 이 중에는 사지 않고 받은 책도 한 권 있고(책고리 송영숙 선생께서 당신의 책 <독서교육 이야기>를 선물로 주셨다), 한국번역문학원에서 낸 잡지나 책들도 그냥 받은 것이다. 청주시립도서관에서 만든 한 책 읽기 관련한 워크북도 있다. 아름다운 가게(헌책방)에서 산 책이 많다. 25일 산 책 10여권은 아직 사무실에 있다. 참, 이번에는고서 부스도 2개나 있었는데, 'before 1980'이라고 써 놓았다. 아, 1980년 이전 책이 고서구나... 낡은 타자기와 책들.. 나는 1980년에 대학을 다니면서 본 책들도 있는데, 이젠 그 책들도 오래된 책(고서)이라고 하니,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 것일까? 그 부스에서 단돈 1천원으로 오래된 책을 팔았다. 나도 2권을 샀다. 그 중 한 권이 박경리 선생의 <原州通信>(원주통신)이다. 지식산업사에서 1985년에 출판된 것이다. 5월에 초판을 냈는데, 내가 산 책은 한 달 지나 찍은 재판이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작가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첫 글이 "<토지> 연재를 일시 중단하면서"다. 1983년 원주로 내려가시면서 연재 중이던 <토지>를 잠시 중단하셨나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당시 나는 연재 중인 <토지>를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구나... 책을 펼치니 작가의 삶이 오롯이 문자 속에서 따스하게 살아 움직인다. 박 작가께서 원주로 내려가신 이유 중 하나가 "어떠한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서 남은 생애의 불길을 태워보겠다는 문학적 소망"이었다고 한다. 그 소망을 참 잘 이루어내신 것 같다. 이런 구절도 있다. "작가는 뛰면 안된다. 단순해져도 안된다. 더두구나 기계를 닮아가서는 안된다. 기계를 닮은 작가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아니 무용지물이기보다 작가일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절절하다. 그런데 작가 뿐일까? 사람이라면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 작가야 더 민감하고 더 철저해야 겠지만 말이다... 인지도 그냥 붙어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참 고마운 일이다. 또 한 권의 고서는 <透明한 物體들>이라는 문고판인데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작품으로 석경징 역이다. 잡지 <월간중앙> 5월호(1973년) 부록으로 나온 것이다. 글쎄 나는 이 작가도 잘 모르고, 책도 읽을 것은 아니지만, 그냥 책 표지에 소장했던 도서관 장서인이 찍혀 있어서 산 것이다. 그런데 측면에는 또 다른 도서관 이름이 찍혀 있다. 그리고 뒤 표지 안쪽으로 도서대출카드를 넣어두었던 북포켓을 뜯은 자욱이 있다. 도서관에서 폐기한 것이 헌책방으로 나온 것 같다. 종종 이런 책들이 헌책방에 나오고, 언젠가 본 책은 아주 오래된 시집이고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무려 10만원 가격이 붙은 것도 있었다. 도서관들이 책을 좀 더 관심 가지고 그 가치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이 2권 책이 이번에 내게 왔다.
나머지 책들도 나름 내가 그 책을 산 이유가 있다. 1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라서 산 것도 있고, 한옥이나 자연을 담은 책이라서 산 것도 있고.. 문제는 이 책들과 함께 잘 살아야 하는데.. 이권우 씨 책 제목대로 <죽도록 책만 읽는> 그런 사람, 그러면서도 굶어주지는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번에 축제 현장에서 만나 내게로 온 책들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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