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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2009 가을독서문화축제 이야기(1)

비가 오시지 않아 다행이다. 이제 조금 후면 '2009 가을독서문화축제'도 끝이 날 것이다. 오늘은 가 보지는 못하지만, 이 3일간 행사를 준비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그리고 참여한 출판사들과 관련 단체 등이 마지막까지 준비한 모든 것을 다 풀어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들 수고하셨고, 무엇보다도 작년보다도 더 잘 준비된, 더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준비된 축제를 마음껏 즐겼을 사람들, 나도 이틀이나 다녀왔으니 나도 함께,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리라 확신한다.

그제(25일)는 포럼 등을 참석하느라 축제 현장은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물론 좋은 책들을 가지고 싸게 팔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헌책방)에 들러 꼭 사고 싶었던 책을 구하기도 했지만, 전체를 둘러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제(26일) 오후 행사장을 다시찾았다. 집에서 멀지 않아 택시를 타고 갔는데, 아니 왠 차가 이렇게 많은지, 상도터널 못 미쳐서부터 내내 막혀서 시간과 돈을 들여서야 국립중앙박물관에 갈 수 있었다. 박물관이 왜 이렇게 가기 어려운지.. 대중교통편도 많이 부족하고... 아무튼 거대한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땅이 그곳에만 있었기에 그랬겠지만, 그렇다면 대중교통이라도 더 편리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는 반포동 언덕 위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도 역시 그렇다. 거기도 가는 버스편이라고는 몇 개 안되고, 지하철에서도 멀고... 아무튼 서울에 거의 모든 국립기관이 있는 것도 사실 고민이 되는 부분이지만, 있는 기관에 접근하기는 또 어려우니.. 각설하고, 아무튼 갔다. 날씨는 여전히 덥고.. 그래도 노는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가족단위로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축제 행사장도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이런 좋은 축제 마당이 서울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서울사람들이 좀 시간과 돈을 내서 지역에서 열리는 책축제 현장을 찾아가 보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또 각설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은 것이겠지... 좋은 책도 보고, 필요한 책도 좀 싼 값에 사기도 하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그렇게 한나절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축제 할 때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필요한 책을 쉽게 구해 볼 수 있도록 동네마다 서점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잘 운영되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긴 안목과 질긴 노력으로 책을 읽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과 같은 책 축제 때에는 그냥 싼 값에 책을 사는 장터가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독서 전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내놓고 즐기는 그런 진정한 축제 마당이 되면 좋겠다. 요즘 개최되는 여러 책 관련 축제가 일부에서는 책을 할인 판매하는 장터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평소 책을 제대로 구해 보기 어려운 시민들로서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책을 살 수 있는 이런 축제장이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상적으로 좋은 책을 구해볼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 마련은 꼭 필요할 것이다. 도서관들도 좀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주민들에게 더 좋은 책을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진정 도서관이야말로 이 시대,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 책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땅에서 도서관이 있어야 할 참 이유를 스스로,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번 축제를 즐기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번 축제는 9월이 독서의 달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마련한 것인데, 혹시 독서의 달을 연초, 대체로 4월이면 적당할 것 같다,로 옮기면 어떨까? 사실 예전부터 등화가친이라고 해서 가을이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했기에 자연스럽게 '독서문화진흥법'에서도 9월을 독서의 달로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데 요즘은 9월은 너무 바쁜 계절이고, 실제로도 책을 읽기 어려운 시절이라고 한다. 국회도 정기국회가 시작되기도 하고, 그래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등도 매우 바쁘다. 그러니 이런 축제마당을 마음껏 즐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4월 쯤 하면 새로 시작한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도 해 보고, 조금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책도 구해보고 읽으면 좋지 않을까? 마침 4월에는 우리 도서관주간(12일-18일)도 있고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23일)도 있으니 의미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어찌 독서의 달에만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언제를 독서의 달로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일상에서의 독서... 어떻게 그런 환경과 실천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좋은 축제를 즐길 수 있으면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 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공모전을 통해서 선정된 책 읽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 읽는 즐거움을 따라 느낄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찍어보면 저렇게 예쁜 미소가 번지고 있을까?



* 연못 너머로 박물관과 행사장이 보인다. 그런데 연못 안에서 사람들은 뭘 하는 것이지? 물어보지 못했다.

* 행사장으로 오르는 계단은 꽃들로 예쁘다. 행사 배너도 꽃처럼 예쁘다.


* 행사장에 들어서자마다 작은 벽을 만난다. 축제에 참여한 느낌을 자유롭게 적으라는 낙서판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낙서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낙서하면서 자유를 느끼는 걸까? 나중에 자세히 보니 공주대학 문헌정보교육과 학생들이 단체로 다녀갔나보다.. 여러 명이 다녀갔다고 흔적을 남겼다. 그래도 관계가 있는 학생들이 다녀간 것이 마음에 더 다가온다.


* 행사는 책과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되었다. 마침 갔을 때 손택수 시인(맞을 것이다)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길게 있지 못했다.


* 올해는 정면 계단 위에도 부스를 마련해 두었다. 행사주최기관과 관련단체 등이 부스를 열었는데, 몇 개 되지 않는 계단 위에 있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북스타트라든가 녹색출판 이야기, 파주 출판도시 이야기 등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생각과 대화거리를 주었을텐데.. 좀 아쉽다.



* 축제마당 중간에는 커피도 마시고 쉴 수도 있는 쉼터가 있다. 빨간 파라솔이 예쁘다.

* 이 책이 아직도 살아 있구나... 예전에 효성출판사가 만든 '도서관이 미래다'라는 책이 이번에 다시 축제 마당에 나왔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 활용법을 담은 아동그림책이라고 말하고 있네.. 아무튼 반갑다.

* 날이 여전히 뜨겁다. 한낮 햇살이 행사장을 강렬하게 꽂힌다. 사람들은 그 햇살을 비해다니면서 책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 행사장 정면에서 행사장 쪽을 바라다 보았다. 멀리 남산N타워도 선명하다. 오른쪽으로는 출판사 부스들이 늘어서 있다.



* 독서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책고리 팀이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아이들을 위해 즐거운 놀이마당을 열고 있다.



* 계단 위로 배너가 장승처럼 서 있다. 책처럼 서 있다고 해야할까?


* 한나절 시간을 보내고 행사장을 떠나려니 어느덧 서쪽으로 햇살이 내려 앉고 있다. 노을.. 맘껏 하루를 즐기고 만나는 저녁 노을은 제법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