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독서 진흥 방식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논의 자리에서 들은 방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고개를 끄덕였던 방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책 쓰기' 운동에 대한 아이디어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아마도 수 백 권의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는 이유로, 독서를 제대로 진흥하려면 아예 본격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책을 쓰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는 설명과 주장에 마음이 많이 기울여졌다. 나도 제대로 책을 한 권 내 본 적이 없으니, 정말 아직도 읽은 책이 부족한가보다... 얼마나 더 읽어야 책 한 권 쓸 수 있을까? 사실 책을 한 권 쓰려고 생각 한 두 번 안 해 본 것은 아니나, 성공하지 못했다. 내공 부족... 그것은 결국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남은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제 한 번은 욕심을 내 봐야 할 것 아닐까 생각하는데, 여전히 내 손에는 읽기를 마치지 못한 책들이 많으니, 걱정이다.
각설하고, 책을 읽고 그것을 마음과 정신으로 달구어 제 것으로 만든 연후에야 자기 말로, 자기 글로 책 한 권 쓸 수 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산을 오른 사람은 모두 선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처럼, 책을 한 권 쓴 사람은 가장 좋은 독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쪽으로 독서 운동을 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청주시에서 책 읽는 청주 사업과 연계해서 올해로 세 해 째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 책 펴내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작 어떤 책이 그동안 출판되었는지는 직접 만나지 못해 느낌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난 여름, 이 사업에 관계하고 계신 선배에게 책을 좀 보여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그동안 출판되었던 몇 권을 보내주셨다. 처음 그 책들을 만났을 때, 분명 책 사이에 어떤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일반 시민들이나 아니면 그 누구라도 자기의 삶이나 지식, 상상 등을 자신있게 풀어낸 것을 보니, 역시 누구나 책을 펴낼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러나 한 편으로 그리 쉽게 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겠다 싶다. 빌어 온 책이라 얼마 전 겨우 돌려드렸다. 책을 보자기에 싸기 전에 급하게 사진을 찍어 두었다. 표지 사진으로 그 느낌을 전할 수는 없겠으나, 초등학교 학생에서부터 은퇴한 대학 교수, 일반 주부나 어르신 등등... 저자는 청주시민이라는 것만으로 공통점을 가진, 다양한 배경과 실력을 가진 분들이 청주시의 이같은 사업에 힘입어 책을 펴내고 저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독서 운동이 개인적 차원이나 소비적 관점에서 벗어나, 진정 책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수준과 상황으로 스스로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놀라운 변화와 변혁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정말 부러웠다.
출판비를 저자 자부담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10책 20만원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책을 낼 수 없으니, 사실상 자비출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용기를 가지고 자기 말로 사람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고 앎을 나누는 적극적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은 어떤 힘 때문일까? 책 몇 권 보고서 뭐라 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만나게 되거나 자신의 내면을 사회 속으로 끄집어 내는데 필요한 반짝이는 계기나 용기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요즘 일부 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자기 지역 작가 작품집이나 지역에 대한 책이나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주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아예 도서관이 새로운 책을 써 내는 생산적 공간과 지원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작은 공간 몇 개를 준비해서 좋은 저술 기획을 가진 시민에게 일정 기간을 빌려주고, 그래서 도서관 장서와 서비스를 이용해서 좋은 책을 한 권 펴내도록 돕는 것, 그것도 좋지 않을까? 일부 대학도서관에서는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에게 일정 기간 도서관 내에 전용 공간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공공도서관들도 시민에게 그런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젠 가능하지 않을까?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을 넘어서 책을 읽고 배운 것을,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글쓰기, 책쓰기에 나서도록 격려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청주시의 '1인 1책 펴내기' 운동이 계속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그래서 정말 청주시민 모두가 1책 이상을 쓴 저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그동안 출판된 책 일부를 찍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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