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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헌책방] 책상은 책상이다

[헌책방] 책상은 책상이다


따스한 봄날, 오랜만에 서울대 근처에 갔다.

다른 일로 간 것이었는데, 우연히 헌책방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은 책상이다"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헌책은 여전히 헌책이지만, 새책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메꾸면서

사람들 일상에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다.

들어갔을 때, 다른 한 분이 이미 책을 찾고 있는데,

어떤 특정한 분야 책을 찾는 것 같다.

몇 권은 사고, 앞으로도 그 분야 책이 들어오면 연락 달라면서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 간다.

나름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주인과도 이야기가 잘 된다.

나는 그런 정도 목적을 가지고 찾은 것이 아니니, 그냥 둘러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헌책방이지만, 대학교 앞에 있어서인지

예술분야나 대학 수준에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둘러보다 보니 눈길이 머무는 책들이 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나온 <한국의 발견> 시리즈도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고,
잡지도 낱권과 함께 합본집도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책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몇 권을 결국 구입했다.

특히 <MINWHA>는 1994년 한국문화재보호재단/전통공예관이 주최한 

"어제와 오늘의 판본민화전" 도록이다. 

모두 30점이 수록되어 있다. 마음에 든다.

<이중섭>은 이중섭기념사업회와 갤러리 현대가 1999년 1월

이 달의 문화인물에 선정된 것을 기념한 기획전시 도록이다.  

이중섭 관련한 자료를 좀 더 열심히 모아야 하겠다^^

그리고 <한국철도 100경>은 한국철도신문이 한국철도 100주년과 철도사진 공모 1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한 사진집이다. 역시 1999년 발행되었다.

역시 100년 관련한 책자는 조금 더 신경써서 수집해야 하겠다.

<한국 현대 시; 이해와 감상>은 홍윤기 시인이 신시 80주년(1908-1987)을 기념해서 묶은 것으로

180여 시인 시를 데뷔연도 순으로 수록하고 있다.

참, 1987년 한국시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신시 80주년을 맞아 '시의 날'을 선언했다.

그럼 시의 날은 언제? 11월 1일이다.

마지막으로 최중재 시선집 <어머니, 그리고>는 안쪽에 붙어 있는 쪽지 때문에 샀다.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동신실업고등학교 명의로 쓰여진 짧은 글은 이렇다.

"이 시인도 검정고시 출신이며 고학으로 대학까지 졸업하여 성공한 사람입니다.

인내와 노력으로 꼭 승리하십시오.

합격의 기쁜 소식을 주십시오."

아마도 시험을 보는 분들에게 드린 선물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헌책방에 내 놓은 분은 이미 합격해서 성공하셨으리라 믿는다.



나머지는 헌책방 안 풍경..

손이 떨리는 건지, 

아니면 책방이 살짝 흔들리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초점이 맞지 않은 것은 

그냥 그대로.. 봐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