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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부천, 시민문화예술교육 아카데미 `사람이 도서관이다` (6-8월)

"사람이 도서관이다"

옳다.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람이다. 시설이나 장서도 중요하지만, 사람이야말로 도서관의 핵심이자 근본이다. 이 때 사람은 사서와 이용자를 아우른다. 사람 요소, 특히나 사서가 중요한 만큼 제대로 사서가 일하도록 하는데 있어서는 재정적인 부담이나 도서관 운영 상에서 적지 않은 자율과 신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이다보니, 요즘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요소를 자꾸 제외시키려고 한다. 그러면 또 다른 사람 요소인 이용자 입장에서 좋은가? 물론 당장은 돈이 덜 드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래서 오랜 시간 경험과 지식, 지혜가 필요하고, 그런 만큼 이용자에게 더 수준높은, 더 친절하고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의를 두고 이제 막 의사의 길에 접어든 레지던트나 인턴의사에게 진료를 맡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물며 의사 자격도 없는 자원봉사자에게 자신의 몸을 맡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이런 일이 늘상 벌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물론 도서관 서비스를 의료서비스와 같은 수준에 둘 생각은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준을 떠나 공공서비스는 역시 그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의 전문지식과 경험에 기대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그렇다면 도서관 서비스도 전문가인 사서가, 그것도 충분한 연륜을 가진 그런 사서가 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용자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까?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그건 아무래도 우리 사회나 이용자가 그냥 도서관에서는 단순하고나 낮은 수준의 서비스만 받아도 만족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여기서 논점을 확 돌려서 다시 "사람이 도서관이다"로 돌아간다.

사람이 도서관이라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 살아온 역사 그 자체가 도서관만큼이나 풍부하고 다채롭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이런 주제를 뽑은 것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리빙 라이브러리' 또는 '휴먼 라이브러리' 때문일까? 사람을 빌려주는 그런 이벤트 방식의 도서관이 주목받는 것과 맞물려, 사실 오랜 다른 나라 속담에도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결국 도서관의 핵심 요소가 사람인데, 그 사람은 또 그 자체가 도서관이 되어버리는, 서로 물고 물린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 도서관은 책의 집이라고 해서 '도서관 = 책'이라고 생각해 온 오랜 관행에서 이제 관점을 책에 앞서 사람에게 두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 부천시에 있는 동화기차어린이도서관이 (주관하는 것 맞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도서관이다"라는 주제를 내 걸고 시민문화에술교육 아카데미를 시작한다. 나는 이번에 이 아카데미가 부천시민들에게 던진 이 주제에 대해서 오히려 도서관과 사서들이 생각하고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도서관은 사람이고, 사람이 도서관인 이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잘 풀어내야만 도서관이 이 순간, 이 시대, 이 지역에서 존립할 수 있는 든든하고 단단한 기반을 찾고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전문성과 대중의 관심과 요구가 도서관 건물과 장서 안에서 어떻게 맞물리고 풀어지고 혼합되고 궁극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이고 근본적이고 확고한 고민과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음 주(6/28)에 있을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 강연이 그런 점에서 이번 아카데미의 내용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오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안찬수 처장의 "책 읽는 도시, 부천"도, 7월 5일 고병헌 성공회대 교수의 "미래사회와 도서관"도 그렇고, 7월 12일 이진우 파주교하도서관 운영팀장의 "도서관과 지적자유"도 모두 어떤 고민의 지점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지역에서 이런 고민들과 연구/학습 기회가 계속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부천시가 도서관에 대해 관심과 투자를 해 온 지 꽤 되었다. 우리나라 지자체 중에서도 앞서 도서관을 통한 지역 만들기에 나선 곳이다. 그 이후 도서관 문제를 시민의 삶으로 가져온 이와 같은 노력들이 여전히 도서관에 대한 시민과 지자체의 투자가 이어지는 근본이 되어 온 것이라 생각한다. 부천시에 가 본 지 꽤 되었다. 이번에도 이렇게 부천시민들의 고민의 겉 이야기만 보게 된다. 계속 좋은 도서관 도시의 모델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 본다. 그나저나 이렇게 시민들은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하고 토론하는데, 정작 도서관 사람들은 뭘 해야 할 지.. 우리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