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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KBS 취재파일 4321 `도서관에 책이 없다?` (6/12)

6월 12일밤에 방송된 "KBS 취재파일 4321"에서"도서관에 책이없다?"란 제목으로 도서관 상황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임주영 기자가 취재한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에 여러 곳에서 공공도서관들이 운영되고 또 건립되고 있지만 정작 책과 사서가 부족하다는 것. 특히 책 부족에 대해서 강조를 한다. 이 보도를 본 도서관 관계자들로서는 사서의 부족과 근무 환경 등과 도서관 문제의 또 다른 근본 이유나 가치 등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짧은 시간 보도를 하려면 다수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어떤 확실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은 바로 '도서관에 볼 책이 없다', '책을 살 돈이 없다'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도서관에서 책을 살 비용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또 그것은 다른 도서관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일단 이 보도는 시의적절하고 또 의미가 크다 하겠다.

그런데 비록 내 트윗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글쎄 아침에 어제 이 보도를 본 소감을 많이 기대했는데, 도서관 사람들이 아닌 일반 친구들이 이 문제에 대한 글이 거의 없다는 것이 좀 의아하고, 또 뜨끔하다. 혹시 관심들이 없는 것일까? "취재파일 4321" 누리집에 올려진 이 기사에 대해서도 아직 시민들의 언급이 없다. 시민들이 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그래서 또 어떤 반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직은 글쎄 기대 밖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을 필요로 하고 이용하는 시민들은 과연 도서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보도 맨 뒷 부분에도 언급되었지만, 지난 해 서울시가 실시한 행정서비스 만족도에서 만족도도 낮았지만,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이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도서관이 기본적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지식과 정보 자원의 수집, 보존, 관리를 통해서 시민들의 지식정보 요구를 해결해 주는 사회적 기관인데, 그런 요구보다는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에, 도서관에 책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좀 더 확인하고 고민해 볼 문제다.

임 기자가 제주도를 포함해서 여러 곳의 도서관에 대해서 조사하고 준비하고 취재를 한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보도 첫 머리에 나오는 제주 서부어린이방음도서관은 나도 제주에 갔을 때 가 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온 곳이기도 하다. 비록 한 두 번 언론에서 보도가 있었기는 하지만 그곳까지 취재한 것은 반갑다. 앞으로 KBS와 임주영 기자가 도서관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추후 제기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또 다른 도서관 문제는 무엇인지 등등을 추척하고 보도해 주면 좋겠다. 이런 보도는 또한 지역 KBS 네트워크를 통해서 좀 더 종합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번 보도에 있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내용이 한 가지 있다. 그건 도서관 건립 예산과 책을 사고 사서를 배치하는 비용을 직접적으로 연계한 것이다. 물론 전체 예산을 보면 도서관 건립예산과 책 구입과직원 유지 비용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는 하다. 그래서 자료구입비를 포함한 도서관 운영비 문제를 제기하면 지자체들은 절대적인 예산부족을 말하고, 또 실제 건립에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실제 건립 이후나 기존 도서관 운영비까지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건립 예산은 아무래도 국가지원금을 포함해서 각 지역과 도서관에는 일시적(3년 이내)으로 투입되는 예산이고, 때로는 보도에서도 말한 것처럼, 민간부문에서 기부채납하는 일도 있어 건립비가 크게 필요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책을 사거나 직원을 배치하여 운영하는 예산은 건립 이후 지속적으로, 체계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예산이다. 이 예산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책 구입이나 직원(사서) 배치/운용 예산이 부족한 문제는 직접적으로 도서관 건립비에 예산이 집중되는 것과는 다르게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 보도에 나온 예산 분포에서도 정부는 현재 건립비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분포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부분까지 분석이 있었다면 더 멋진 보도가 되었을 것이다. 지자체가 도서관 건립 이후 운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정부가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하는데 지원 조건으로 충분한 운영 방안을 요구하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제도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또한정부가지자체가 갑작스러운 재정 확보에 어려움이 있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긴급하게 일정한 비용을 지원해 주는것도 필요하다. 아예건립비 만큼이라도 매년 자료구입비와 운영비등으로 일정 예산을 지원 한다면 국민들이 어느 지역에 살고 있든, 지자체의 재정상황 등이 어떤지에도 관계없이, 최소한 필요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고, 전문사서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자료구입비'로 책정된 예산이592억원이라고 했는데,2009년에는 약 686억원이었다. 아무래도 국민들의 독서 환경 조성이나좋은 출판 환경 만들기에도 도움이 되려면 적어도 현재 자료구입비의 10배 쯤은 되어야 할 것 같다.우리나라 경제수준이 아무리 어려워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정도 예산도투입하지 못할 정도일까? 그나저나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는 아직 2010년 통계는 없지만, 2009년까지의 각종 도서관 현황 통계가 있으니 지난 수 년 간의 도서구입비 현황이나 변화, 1개 도서관당 자료구입비 현황 등을 제시했어도 흥미로웠을 것 같다. 임 기자 보도 내용 중에서 "도서관 건설에 예산이 집중되다 보니 새 도서관이든, 기존 도서관이든 책이 부족하고 사서가 부족해 이용자들에게 불편이 돌아가고 있습니다"라든가 "책값을 줄이면서까지 건물 짓기에만 급급한 도서관 정책이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것인지 보여주기식 행정인지 다시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라는 지적은 우리나라 행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이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차례일 것이다.

끝으로 언론에서 도서관 문제를 보도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아무리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보도 이후의 문제 해결 노력은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당연히 도서관 건립과 운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도서관 관계자들도 시민들과 함께 도서관의 가치와 가능성,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 방안들을 모색하고, 실제적인 서비스를 통해서 함께 엮여 지지를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해야 할 책임도 있을 것이다. 도서관 사람들이야 말로 제대로 된 도서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보도 이후 각 지역, 각 도서관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풀어지는지, 풀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켜보고 정리하고 요구하고 또 일정한 책임을 같이 나누는 것을 통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과정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 방송 보러가기

(아래 그림은 방송 화면 일부를 갈무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