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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시] 사서2

사서 2

후배가 취직을 했다고 자료실에 일 배우러 왔었지요
그 친구 대학원도 다녔고 석사학위도 가졌는데
겨우 대학졸업하고 그럭저럭 직장이라고 다니기만 한
내가 뭘 알려줄 수 있을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자료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잘 찾아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로는 할 수 있는데
사실이지 구년쯤 일한 나도 매번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한 이틀로 알려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좀 홀가분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린 아직 중심이 아니기에
어디서고 대접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그러나 돈 때문에 일을 하지는 말라고,
그러기 보다는 그래도 사서라는 자부심을 스스로는 가져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짓도 오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집안 식구 생각해서 잘 견디어 보라고
좋은 점도 많으니까 열심히 해 보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자료 찾는다고요.
세월가면 도 닦은 사람처럼 무관심하겠지만
얼떨떨하다는 그 말이 왠지 더 싱싱하게 느껴지는군요.

1994.11.15. 黑山